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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보다 예쁜 청주
공백마저 아름다운

벚꽃 흐드러진 청주로 더 뉴 레이를 타고 떠났습니다.

by HMG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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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경치야말로 봄날의 벚꽃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벚나무만큼 눈부신 장면이 없으니까요. 화무십일홍이라, 채 열흘이 못 되는 지속 기간이 야속하긴 합니다만 꽃이 다 지기 전에 서둘러 누려야겠습니다. 벚꽃만큼 수수한 아름다움을 지닌 땅, 낮은 능선이 부드럽게 에워싼 도시 청주에 다녀왔습니다.



무심천 벚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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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벚나무 군락지는 무심천 인근입니다. 벚꽃이 만발할 즈음에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물줄기에도 꽃띠가 둘러지죠. 산책 나온 사람들이 번갈아 가지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고 사진을 찍곤 합니다. 무심천에서 봄을 노래하는 건 벚꽃만이 아닙니다. 둥그스름하게 가지를 늘어뜨린 버드나무, 낮은 키로 빼곡하게 핀 개나리꽃, 푸르른 잔디가 온통 봄입니다. 실제 노랫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시에서 관리하는 음악방송용 스피커가 나무 아래 경사지에 설치돼 있거든요. 덕분에 음악을 배경으로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무심천에는 롤러스케이트장과 게이트볼장, 운동기구, 자전거 도로 등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즐길 거리도 많네요. 덕분에 직장인들과 주민들은 평일 한낮에도 나들이 기분을 만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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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게 피어난 꽃 가지가 사랑스럽습니다.



우암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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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산 기슭을 지나는 우암산로에서도 수많은 벚나무와 개나리를 볼 수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길가에 돗자리를 피고 앉아 있더라고요. 무심천 벚나무들이 가지를 끌어당겨 얼굴에 바짝 붙이고 싶은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꽃잎을 지붕 삼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픈 듬직한 벚나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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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무심천 인근에 늘어선 벚나무는 ‘왕벚나무’입니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는, 잎 나오기 전에 꽃부터 피는 벚나무죠. ‘산벚나무’는 잎과 꽃이 동시에 피는 벚나무고, ‘겹벚나무’는 꽃이 겹으로 피어 수려하고 예쁩니다. ‘사쿠라’로 불리는 일본의 국화기도 하죠.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아래로 축 쳐진 모양의 ‘수양벚나무’도 있습니다. 우암산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대한불교수도원에서는 바로 이 수양벚나무가 하늘거리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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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에 뿌리를 박고 가지를 늘어뜨린 수양벚나무는 한결 우아해 보입니다. 한 그루 한 그루에 웅장한 느낌이 있죠. 게다가 정적이 흐르는 수도원에서는 바람 소리와 새의 지저귐이 겹쳐져 시청각적 감동을 안겨줍니다. 하얀빛에 가까운 왕벚나무 꽃과 달리 수양벚나무 꽃은 그윽한 분홍빛인지라 좀 더 부드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수양버들은 영어로 ‘weeping willow’예요. 직역하면 눈물을 흘리는 나무를 의미하죠. 수양벚나무는 꼭 이 단어의 의미처럼, 처연하고도 아름답게 하늘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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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대한불교수도원, 수암골전망대를 지나 청주랜드까지 이어집니다. 우암산로 중간에 위치한 수암골전망대에서는 탁 트인 도시의 전경을 내다볼 수 있죠. 공용주차장까지 잘 갖춰져 야경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우암산로 끝에 있는 청주랜드는 입장료가 천 원밖에 하지 않으니 산책을 겸해서 천천히 둘러볼 만합니다. 놀이동산과 동물원이 함께 있어 아이들과 가기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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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풍경을 두 눈에 눌러담느라 밥때를 놓쳤네요.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1985년부터 운영했다는 중국집 ‘금용’에 들렀습니다. 과연 소문처럼 돌판의 짜장소스 끓는 소리가 식욕을 마구 돋웁니다. 소스가 지글지글 터지는 비주얼이 짜장면의 품격을 격상시켰달까요. 떡, 오징어, 새우 등 다양한 재료의 식감이 더해져 맛도 만족스럽습니다. 마지막에는 밥을 서비스로 줍니다. 돌판에 비벼 먹는 짜장밥.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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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은 핑크빛입니다. 사탕무로 빛을 낸 비트 소스가 달콤합니다. 소(小)자를 주문했더니 한 쟁반에 만두까지 들어간 알찬 구성이 나왔습니다.



상당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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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산성은 계곡을 끼고 산줄기를 따라 축조되었습니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삼국사기부터 등장해 선조실록, 영조실록에까지 기록이 남아있는 천 년 산성이죠. 청주 시내와는 온도 차가 2~3도 나기 때문에 조금 서늘합니다. 산 아래 시내에는 벚꽃이 한창 만개했음에도 이곳은 나뭇가지에 망울만 맺힌 상태네요. 혹여 만개한 벚꽃을 놓친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겠습니다. 상당산성에서 벚꽃의 향연을 볼 기회가 아직 남아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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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나무 역시 잎보다 꽃을 앞세워 봄을 알립니다. 벚꽃이 없는 대신 산수유가 노랗게 반겨주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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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을 따라 한 바퀴를 돌자면 한 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벽을 따라 걷지 않고 숲 안으로 들어가면 산수유처럼 노란 꽃이 올망졸망 모인 생강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더 들어가면 한옥마을과 향토음식점이 있고요. 청주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성벽 아래 잔디 언덕은 겨울이면 썰매장이 된다고 합니다. 막힌 데 없이 트인 비탈길을 보니 그럴 만하네요. 이 계절의 한적함도 충분히 근사하지만,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해진 광장도 사랑스러운 풍경일 것 같습니다.



대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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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12월, 금강의 물줄기를 막아 대청댐을 만든 이후, 자연스럽게 생겨난 인공호수가 대청호입니다. 호반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는 봄길 드라이브코스로 제격입니다. 대청호반로를 달리다 보면 아치형 벚꽃길이 터널처럼 펼쳐지기도 하죠. 양반가옥과 민속자료 등을 수집해 놓은 문의문화재단지를 지나, 문의대교에서 멈춰서 호수를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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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한 호수와 건너편 산등성이의 하얀 벚나무가 한 폭의 산수화입니다. 꽃을 기대하고 예찬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어나는 때를 기다려주고, 크고 작은 변화에 관심을 보이고, 처연한 느낌이 들거든 곁에 머물러주면서요. 꽃을 닮은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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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전망대에서는 좀 더 넓은 호수를 프레임 안에 담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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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댐전망대에서는 건너편의 대청공원과 금강으로 빠지는 물길이 보입니다.



정북동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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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불그스름하게 젖어들 무렵, 차를 돌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다시 청주의 중심부로 달려갔습니다. 서청주를 가로지르는 길에는 넓은 평야와 능선이 아늑하게 펼쳐집니다. 완전한 어둠이 내리기 전에 떠난 이유는 정북동토성을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무심천과 미호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토성은 평야를 가로질러 아주 좁은 길을 통해 들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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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에 네모꼴로 생긴 토성 주위에는 넓은 들판만이 자리합니다. 몇 그루 키 큰 나무를 제외하고, 이곳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렇다 할 소음도 없어, 멀리 노면을 밟고 지나는 끈적한 바퀴 소리가 무척 가깝게 들립니다. 완벽한 공백이라는 단어가 실감나는 순간입니다. 넘어가기 직전에 빨갛게 달아오른 해마저도요.

낮은 능선이 부드럽게 에워싼 도시 청주는 수수한 매력으로 가득합니다. 치장하지 않아도 평균 이상의 수려함을 가진 도시죠. 덕분에 머리와 마음에 꽃잎과 바람을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얼마나 기다렸던 봄인가요.



사진. 안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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