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시와 예술의 고장, 창원
지금의 경남 창원시는 2010년 마산, 창원, 진해 세 도시가 통합하여 만든 도시입니다. 인구수만 보면 전국 9대 도시에 들어갑니다. 창원은 딱딱한 공업 도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알고 보면 문학의 고장입니다. 이원수의 시(詩) ‘고향의 봄’에 나오는 울긋불긋 꽃 대궐은 천주산 진달래꽃밭을 말하고, 이은상 시조 ‘가고파’는 마산 앞바다를 그리며 지은 노래입니다. 시인 김달진, 천상병의 족적도 곳곳에 널려있습니다.
또한 창원의 바다는 아기자기한 섬이 보석같이 박혀 있습니다. 바다가 만으로 깊게 파고들어 처음 보는 이들은 바다인지 호수인지 헛갈릴 정도입니다. 4월에는 국내 최고의 벚꽃축제, 진해 군항제가 열리고 새로운 창원을 보여주는 케이팝월드페스티벌, 가고파 국화 축제 등도 개최됩니다.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다양한 예술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경남 창원으로 떠나봅니다.
바다보며 산타기, 저도 비치로드
경남 창원의 보석 같은 바다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명소가 있습니다.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있는 ‘저도(猪島)’입니다. 생김새가 돼지를 닮았다 하여 저도라고 불리는 이 섬은 남북 길이 1천 750m, 동서 너비 1천 500m입니다. 이 조그마한 섬에는 다리가 두 개 있는데요. 하나는 자동차 전용, 하나는 도보 전용입니다. 차를 타든, 걸어가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뭍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창원시내에서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 이 지역 사람들에겐 주말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높습니다.
이 섬에는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못지않게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걷기 좋은 길이 있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나무데크를 깔고 새길을 내어 둘레길을 만들었습니다. 섬 한가운데에 있는 해발 202m 용두산으로 가는 등산로도 냈습니다. 1km 거리에 나무데크길을 새로 깔아 끊어져 있던 해안선을 따라 둘레길이 만들어졌습니다. 섬을 껴안듯이 둥글게 만들어 놓은 비치로드를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남해의 풍경을 보면, 시인 이은상이 그 파랗고 잔잔한 고향 바다를 왜 그리도 가고파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도 비치로드’는 1코스(3.7km), 2코스(4.65km), 3코스(6.35km)입니다. 1코스는 해안선을 따라 걷는 구간, 2코스는 해안선과 산길, 3코스는 용두산 정상까지 가는 길입니다. 코스별로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면 가능한데, 3구간 모두 대체로 완만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도 큰 부담이 없습니다. 3개 코스 모두 출발점은 저도 하포마을 공영주차장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비치로드 입구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저도 비치로드의 매력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거리에, 바다를 보면서 등산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해안선 쪽 둘레길은 동네 아낙들이 굴이나 조개를 캐는 호미질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바다와 가깝고, 용두산은 비록 200m를 간신히 넘는 낮은 산이지만 바다에서부터 시작되는 산인지라 제법 숨이 차오릅니다. 용두산 능선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린 길은 예쁜 벽화가 인상적인 하포마을에서 끝이 납니다.
길지 않은 해안 둘레길에 전망대가 4개나 있습니다. 전망대에 서면 구산면 앞바다는 물론 거제도와 고성군도 눈에 보입니다. 차를 타면 한참을 가야 할 거제와 고성이 바로 눈앞입니다. 이것도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시야를 막는 장애물 없이 남해안의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냅니다.
바다 위를 걷는 짜릿함, 콰이강의 다리 스카이워크
저도에는 비치로드 말고 명물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저도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인 ‘저도연육교’입니다. 저도연육교는 두 개의 다리로 되어있습니다. 하얀색 다리는 자동차 전용, 빨간색 다리는 보행자 전용입니다. 이 빨간색 철제다리가 주인공인데요, 일명 ‘콰이강의 다리’입니다. 모양이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에 붙잡힌 영국군 포로들이 콰이강에 건설한 다리와 비슷해 콰이강의 다리란 별명을 얻었습니다. 1987년 의창군 시절에 건설한 길이 182m, 폭 3m 규모의 철제교량입니다.
최근 다리 바닥 콘크리트 일부를 걷어내고 80m 길이로 투명유리를 깔아 바다 위를 걷는 다리가 되면서 핫 플레이스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2017년 3월 개장하여 6개월 만에 62만 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수면에서 다리 상판까지 높이는 13.5m 정도, 제법 심장이 쫄깃쫄깃합니다.
저도 인근에는 해양드라마세트장이 있습니다. TV 드라마 ‘김수로’를 비롯해 ‘근초고왕’, ‘계백’ 등 2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를 찍었습니다. 실제 바다 위에 띄워진 배들에서 둥둥 진격의 북소리가 들릴 것만 같습니다. 트레킹하고 시간이 남았다면 이곳을 들러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예술의 터전, 창동예술촌과 가고파 꼬부랑길
창동예술촌은 문신예술골목, 마산예술흔적골목, 에꼴드창동골목이라는 3가지 테마로 즐길 수 있습니다
창동 뒷골목은 창원이 담은 예술의 혼을 느끼게 해줍니다. 쇠퇴해 가던 도시 뒷골목에 예술인들이 자리를 잡았고, 골목 구석구석에 다양한 벽화와 체험 거리로 인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창동예술촌’은 3.15대로에서 창동 거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간이 카페와 옷가게 사이 골목 입구에 창동예술촌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약 100m에 걸쳐 예술촌이 펼쳐집니다. 벽화와 아기자기한 가게 구경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마산 출신이라면 한번쯤은 가봤다는 학문당 서점과 고려당 빵집도 만날 수 있습니다.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은, 성호동 달동네 452m 골목길을 벽화로 다듬었습니다. 좁디좁은 골목이지만 어디서나 마산항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창원의 주요 풍경과 바다, 갈매기, 고깃배 등을 형형색색의 벽화로 재현했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잊지 못할 추억의 한 컷이 될 것입니다. 꼬부랑길 아래에는 옛 임항선(臨港線) 철길이 남아 있습니다. 이는 주택가 골목길을 지나는 철로인데요, 2011년 폐선하여 지금은 주민들이 산책로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창원시립마산문학관으로 떠나는 문학 여행
마산 합포구는 한국 근대문학의 산실입니다. 문학 여행은 ‘창원시립마산문학관’에서 시작합니다. 문학관은 시조 시인 이은상이 산책하던 노비산 언덕에 있습니다. 이은상의 호 ‘노산’도 이 산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문학관에서 내려다보면 ‘가고파’에서 노래한 마산의 파란 바닷물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옛날 노산이 바라보던 풍경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푸른 바닷물만은 그대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산 합포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수많은 문인들이 피난 와 머무른 곳입니다. 전시관에는 시인의 친필 원고도 볼 수 있습니다. 김춘수, 천상병 등이 친필로 꾹꾹 눌러쓴 200자 원고지를 보니 마치 시가 살아있는 듯합니다.
Tip. 창원 먹거리 즐기기
저도가 속한 구산면 일대는 청정해역이라 싱싱한 해산물로 유명합니다. 도로를 따라 횟집이 즐비합니다. 또한 저도는 굴 생산지로도 이름이 높은데요. 늦가을에서 이듬해 봄까지 굴구이가 인기입니다. 주말만 되면 도로 옆 굴구이 집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번호표를 받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갓 캔 싱싱한 생굴을 드럼통을 개조해 만든 구이판에 올려 가리비, 새우 등과 함께 구워 먹으면 짭조름하고 구수한 바다 냄새가 별미 중의 별미입니다.
글. 김현정 여행작가
현대위아 사보 2018년 1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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