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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Nov 28. 2023

구동 시스템의 혁신, 유니버설 휠 드라이브 시스템

현대차그룹이 개발하는 신기술 유니휠을 소개한다.


전기차 시대의 진정한 혁신은 자동차 제작 자유도의 증가에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구동계가 간단하다. 따라서 차량의 필수 부품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어 실내 공간을 크게 키울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전기차의 주요 특징인 넓은 실내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에 최적화된 전용 플랫폼에서 한발 더 나아가 휠 구동 시스템에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전기차 하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휠 구동 시스템을 소형화하거나 위치를 바꾸면, 그만큼 더 많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의 목적에 맞춰 공간을 구성하는 PBV를 비롯해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꼭 필요한 기술로 손꼽힌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휠 구동 시스템, 유니휠



현대차그룹 선행기술원에서 개발 중인 ‘유니버설 휠 드라이브 시스템(이하 유니휠)’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휠 구동 시스템이다. 유성 기어 구조를 이용해 감속기와 같은 효과를 내며 등속 조인트 없이 구동모터와 직결되어 있는 까닭에 실내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이 현재 판매하는 전기차 대부분은 구동모터, 인버터, 감속기, 차동장치 등을 결합한 일체형 구동 모듈인 ‘e-액슬(e-Axle)’을 사용한다. 이와 같은 전기차의 일체형 구동 모듈은 내연기관보다 차지하는 공간이 적어 실내 공간 확장에 유리하다. 하지만 유니휠로 차량을 구성하면 감속기가 구동 휠 안으로 들어가고, 구동모터도 휠 바로 옆으로 이동하게 되어 더 많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유니휠은 유성 기어로 구성되어 있다. 중심에는 구동모터에서 동력을 전달받는 선(Sun) 기어, 바깥에는 바퀴를 굴리는 링(Ring) 기어가 있다. 그 사이에는 4개의 피니언(Pinion) 기어 2세트를 하나로 엮은 링키지(Linkage)가 자리한다. 구동모터가 선 기어를 움직이면 회전력이 링키지를 거쳐 바깥쪽의 링 기어로 전달되고, 링 기어가 바퀴를 굴리는 구조다. 이와 같은 구성 덕분에 유니휠은 휠의 상하 움직임과 관계없이 동력을 거의 동일한 효율로 끊김 없이 전달할 수 있다. 모터 중심축과 휠 중심축이 일치하지 않아도 주행이 가능한 것이다. 현대차그룹 선행기술원 김기석 책임연구원은 유니휠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유니휠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유니휠을 적용하게 되면 e-액슬 감속기에 연결했던 등속 조인트와 드라이브 샤프트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양쪽 바퀴 사이 중앙에 자리했던 모터/감속기/인버터의 배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간 상상만 했던 것처럼 구동장치를 휠 쪽으로 밀어내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유니휠의 다양한 장점



유니휠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모터 중심축과 휠 중심축이 일치하지 않아도 주행할 수 있는 특성을 활용하면 노면이나 주행 상황에 맞게 최저 지상고를 조절하여 안전성 또는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험로에선 최저 지상고를 높여서 차체 손상을 방지하고, 고속 주행 때는 최저 지상고를 낮춰서(공기 저항을 줄여서) 연비를 높이는 일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동일 모터로 더 많은 힘을 낼 수 있는 것도 유니휠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유니휠은 기어 조합에 따라 6~10까지 다양한 감속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구동모터가 전달하는 것보다 6~10배 높은 토크를 휠에 전달할 수 있는 것이죠. 필요에 따라 감속비를 높이거나 낮춘 시스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선행기술원 민경철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유니휠은 내구성과 승차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주행 중 차체는 0.7G 이하의 충격을 받게 되며, 휠은 6G 이상의 충격을 받게 된다. 유니휠은 모터를 휠 내부가 아닌 차체에 장착하기 때문에 모터에 가해지는 충격이 적고, 이는 내구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또한 유니휠은 구조상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 역할도 일부 맡게 된다. 이는 승차감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유니휠은 가볍고 단단하다. 담당 연구원들이 차량에서 요구하는 상하 운동 범위를 만족하는 기준에서 각 기어의 크기와 두께를 최적화하고, 구조해석을 통해 무게를 줄인 덕분이다. 즉, 내구성 확보와 경량화를 모두 고려해 최적의 형상으로 다듬은 것이다. 




유니휠의 내구성에 대해 선행기술원 임우현 책임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작은 구조로 높은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내구성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유니휠은 변속기 양산을 통해 검증이 끝난 소재와 열처리 기술을 사용해 신뢰성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강도 해석을 통한 최적화 설계 덕분에 일반적인 운전 조건에서 문제없이 구동할 수 있습니다. 시속 260km로 달리는 차에도 대응이 가능합니다.”




세상에 없던 휠 구동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


유니휠은 현대차그룹 선행기술원에서 완전히 새로 개발한 독창적인 휠 구동 시스템이다. 유니휠은 일반적인 구동계와 다른 구조이기에, 개발 당시 현대차그룹 선행기술원에서 모든 길을 개척해야 했다. 예시로 들 기술도 없는 까닭에 다른 연구원들에게 개념을 설명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유니휠의 개발을 이끈 선행기술원 박종술 시니어펠로우(수석연구위원)는 유니휠의 개발은 물론 연구 및 시험 과정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말한다.




“제일 어려운 부분은 선 기어의 상대 위상 변화가 없는 구조를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개발 초기에는 휠의 상하좌우 운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기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때면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힘을 얻었습니다. 검증 시험 또한 사례가 없었기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습니다. 다양한 방법이 있었지만 하나의 캐리어에 기어의 장착 위치를 변경하며 여러 사양을 시험하고,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기어의 배치를 알파벳 ‘N’이나 ‘W’ 모양으로 세팅하고, 기어의 크기와 각도 등을 달리한 4가지 사양을 두고 장단점을 비교하며 최적의 구성을 찾았습니다. 시험결과 ‘W’ 구조는 형태는 좌우대칭이지만 작동력은 좌우대칭이 아닌 관계로 불안정한 출력 특성을 나타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와 검증이 필요하다. 이는 유니휠의 완성도를 높이는 길로 이어졌다. 개발 및 검증 과정에서 다양한 보강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가령 시제품 제작 후 조립 시 용접 불량을 발견한 연구원들은 이를 단순한 실수로 보지 않았다. 용접 불량 가능성을 없애고 유니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레이저 용접 조건을 달리한 여러 시제품을 준비했다. 이후 각 시제품의 용접면을 절단해 검사 후 최종 용접 사양을 결정했다. 선행기술원 이대인 책임연구원은 이처럼 꼼꼼한 준비와 확인, 보강 작업을 통해 유니휠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휠의 중요한 부품 중 하나인 캐리어의 경우 구조해석을 통해 취약 부위를 사전에 확인하고, 설계 변경을 통해 발생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강해 시제품의 구조적 강성을 사전에 확보했습니다. 처음 진행하는 구조해석이라 걱정이 있었으나, 시험 중 게이지를 붙여 주요 부위의 응력을 측정하고 나서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초기 유니휠 작동 해석 결과(남양연구소 전동화구조해석팀 협업)


유니휠의 냉각 방식을 개발하고 있는 선행기술원 이여해 책임연구원도 설명을 더했다. “차기 개발 사양은 오일 순환 구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유동해석을 통한 윤활시스템을 설계하고 있죠. 유니휠의 내부를 오일로 채우는 것이 쉽겠으나, 해당 방법으로는 각 베어링까지 오일이 도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샤프트에 오일홀을 내어 베어링에 직접 오일이 공급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으며, 각 부분의 오일이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유량 분배해석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노력 덕분에 유니휠은 현재 휠 구동 시스템으로 검증해야 할 구조, 강도, 전달효율 관련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다. 현재는 서스펜션 거동 성능을 시험 중에 있으며 2024년에는 차량 개발을 위한 상세 대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시험 중인 제품은 후륜 기반 시스템이지만 추후 성과에 따라 전륜 적용을 위한 유니휠도 개발할 예정이다. 유니휠은 좌우 휠의 독립 구동이 가능한 구조를 기반으로 토크 벡터링 제어를 구현해 조종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 모빌리티의 발이 될 유니휠



유니휠은 바퀴 사이까지 실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작은 모터로도 큰 힘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어 다양한 모빌리티에 적용할 수 있다. 또한 모듈화 설계를 통해 4인치부터 25인치 이상의 휠까지 적용할 수 있어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은 물론 배송 로봇이나 전동 휠체어 등의 소형 모빌리티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박종술 시니어펠로우는 유니휠의 이런 범용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유니휠은 자유롭게 최저 지상고 조절이 가능한 특성을 이용해 계단을 흔들림 없이 달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동 약자를 돕는 획기적인 기술이 될 수도 있죠. 유니휠은 이처럼 독보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완전히 새로운 휠 구동 시스템입니다. 그 혁신성을 인정받아 2022년에는 ‘발명의날’ 최우수상을 받았고, 올해는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도 획득했습니다. 양산까진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많지만, 유니휠을 개발하는 모두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니휠은 단순히 전기차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구동 시스템이 아니다. 전기차와 수소 연료 전지차를 포함한 현재의 모빌리티는 물론 PBV, 배송 로봇, 전동 휠체어 등과 같이 앞으로 더 주목받을 소형 모빌리티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동 수단을 아우르는 기술이다.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모빌리티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기대된다.



사진. 조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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