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 있는 여행지
동유럽 여행의 꽃, 크로아티아
반할 수밖에 없는 나라, 크로아티아로 떠나봅시다!
고풍스러운 붉은 지붕과 눈부시게 푸른 바다가 반기는 곳, 유럽의 숨은 진주 ‘크로아티아’입니다. 중세 유럽의 도시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크로아티아는 발칸반도에서 가장 낭만적인 여행지로 손꼽히는데요. 그중에서도 크로아티아의 대표적인 도시 ‘자그레브’와 ‘스플리트’는 동유럽의 아름다움을 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크로아티아의 수도이자 역사가 담긴 자그레브와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 스플리트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자그레브 VS 스플리트, 같은 듯 다른, 거리의 문화
자그레브 시내는 골목마다 개성이 넘칩니다. 그중에서도 트칼치체바(Tkalciceva) 거리는 길 양쪽으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파스텔톤의 예쁜 건물들이 길게 늘어선 풍경으로 유명합니다.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건물들 안에는 개성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펍 등이 둥지를 틀었습니다. 현지 힙스터(대중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문화를 좇는 부류)들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즐비해 입소문을 타고 배낭 여행객들에게도 인기 거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자그레브에 가면 꼭 가봐야 한다는 아이스크림&디저트 전문점 ‘빈섹(VINCEK)’을 비롯, 빈티지 의류와 각종 액세서리를 살 수 있는 편집숍 ‘울리치니오마(Ulicni Ormar)’ 등도 모두 트칼치체바 거리에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동상들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는데 크로아티아 최초의 여성 저널리스트 ‘마리아 유리치 자고르카’와 전기의 천재 ‘니콜라 테슬라’의 동상을 볼 수 있습니다.
스플리트는 아드리아해의 훈풍이 닿는 도시입니다. 대리석을 닮은 파도는 강한 지중해의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춤을 추고 민둥산을 한 섬들은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로마 황제가 휴양을 위해 자주 찾았다던 리바(Riva) 거리는 아드리아해 연안의 아름다운 해안가를 따라 형성된 곳으로 스플리트에서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겨주는 산책로이기도 합니다.
푸른 바다 위를 수놓은 요트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구시가지의 담벼락과 야자수가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는데, 그래서인지 리바의 노천카페에 앉아서 바라보는 해안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는 낭만을 선사합니다. 여름이면 다양한 음악 축제가 열리기 때문에 축제가 겹친 주말이면 리바 거리는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과 현지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자그레브 VS 스플리트, 놓치면 후회하는 뷰포인트
반 옐 차치치 광장에서 운행하는 푸니쿨라인(경사로에 설치된 케이블카) ‘우스피냐차’를 타고 올라가면 로트르슈차크 탑(Lotrscak Tower)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탑은 오래전 자그레브를 공격하려던 오스만투르크 군대를 대포 한 방으로 격파한 것을 기념해 매일 정오에 대포를 발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포 발사 후에는 도시의 모든 성당에서 일제히 종을 울려 시민들에게 시간을 알려줍니다. 전시관으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전망대에서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자그레브의 오렌지 지붕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자그레브 360 전망대는 자그레브 시내를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곳입니다. ‘성 마르코 성당’의 아름다운 모자이크 타일 지붕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레고 성당’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외관의 독특한 문양만큼이나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타일 장식의 왼편 휘장은 당시 분리돼 있던 달마티아, 슬라보니아, 크로아티아 지역을, 오른편의 휘장은 자그레브를 상징하는 문장으로 주변 강국의 억압에 맞선 네 지역의 통합 의지를 상징합니다.
성 돔니우스 대성당(Cathedral of St. Domnius)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입니다. 건물은 팔각형의 본당과 종탑이 있는데 각각 성모와 스플리트의 수호성인인 성 돔니우스에게 헌정된 것입니다. 팔각기둥 건물은 원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영묘였는데 후에 대성당으로 개축하면서 돔니우스의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대성당의 종탑은 스플리트의 가장 대표적인 전망대로 광장은 좁고 탑은 높아서 고개를 꺾어야만 종탑의 꼭대기를 볼 수 있습니다. 꼭대기로 올라가면 궁전과 빨간 지붕의 구시가지가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입니다. 전망대 입장료는 15쿠나(한화 약 2,600원). 위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는 지중해 태양 빛에 잘 그을린 하얀 건물들이 아드리아해의 산호색 바다와 함께 빛나고 있습니다. 크지 않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신비로운 기분마저 들게 하는데, 고소공포증만 이길 수 있다면 이곳에서 멋진 인생샷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플리트에는 종탑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마르얀 언덕(Marjan Hill) 전망대도 있습니다. 종탑과 마주 보는 서쪽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데 저녁노을이 질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되도록 해 질 녘에 올라가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언덕을 오르고 나면 아기자기하고 예쁜 골목과 함께 시원한 레몬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여행객을 반겨줍니다.
자그레브 VS 스플리트, 크로아티아 축구의 성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스타디온 막시미르(Stadion Maksimir)는 1912년 문을 연 크로아티아의 대표적인 경기장으로 약 3만 8,000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100년이 넘은 경기장들은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드문데 이곳은 꽤 관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축구 클럽 디나모 자그레브와 국가대표팀의 홈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기장 내부가 팀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도색되어 있어 쉽게 눈에 띕니다. 디나모 자그레브는 100년 이상 된 서유럽의 축구에 비하면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체계적인 유스시스템을 통해 현재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라 불리는 루카 모드리치, 에두아르도 디 실바, 니코 크란차르, 촐루카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배출했습니다. 리그컵에서 14회 우승을 거두는 등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축구 클럽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스타디온 폴류드(Stadion Poljud)는 1979년에 건설된 다목적 경기장으로 1990년 유럽 육상 선수권 대회, 2010년 IAAF 컨티넨탈 컵의 주경기장으로 쓰였습니다. 2013년부터는 울트라 유럽(Ultra Europe)이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현재는 국가대표팀과 HNK 하이두크 스플리트(HNK Hajduk Split)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약 3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폴류드에서 홈경기가 있을 때면 ‘토르치다(Torcida)’라고 불리는 HNK 하이두크 스플리트의 열정적인 팬들이 만드는 경이로운 분위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엄청난 축구 사랑을 보여주는 이 팬들은 응원 시 조명탄, 연막 등 시각적인 효과가 큰 응원 도구를 사용해 분위기를 돋웁니다. 국내 프로축구에서도 서포터스 조직들이 활발해지면서 유럽이나 남미의 서포터 문화를 인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플리트의 토르치다는 거의 교과서적인 존재로 인식됩니다.
Tip 크로아티아 축구의 역사
크로아티아는 1992년 7월 3일 FIFA 가입 승인을 받았고 ‘유로 1996’ 예선전에서 에스토니아를 상대로 역사상 첫 승을 기록했습니다. 처음으로 나선 메이저 대회 본선에서는 덴마크를 3:0으로 격파하며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는데, 크로아티아는 이때부터 빼어난 기술 축구를 선보였습니다. 이들의 별명이 ‘발칸의 브라질’이라고 붙은 이유입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크로아티아 축구 클럽 중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디나모 자그레브’와 ‘HNK 하이두크 스플리트’의 경기는 베치니 데르비(Vje ni Derbi, 영원한 더비)라 불리며 크로아티아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더비 경기로 꼽힙니다.
글. 이민정 여행 작가
현대다이모스 사보 D STORY 2018년 9, 10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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