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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Jan 23. 2024

전비 개선을 위해 범퍼를 움직이다, 액티브 에어 스커트

자동차의 공기역학은 에너지 효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금의 전기차는 다양한 연구의 종합체입니다. 계속 효율성을 끌어올린 덕분에 최신 전기차는 불과 몇 년 전의 전기차와 비교해도 같은 에너지로 더 멀리 달릴 수 있습니다. 이는 모든 시스템·부품의 에너지 효율을 확인하며 개선점을 찾은 결과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의 효율성 개선을 위해 방대한 영역의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 중 공기역학은 전기차 시대의 중요한 효율 개선법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자동차는 달리는 내내 ‘공기’라는 벽과 마주합니다. 구동계의 힘으로 공기를 밀어내며 달리는 것이죠. 따라서 공기저항을 줄이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 공력개발팀은 공기저항이 전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전기차 시대의 공기역학은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유럽경제위원회에서 사용하는 전기차 1회 충전 주행거리 측정 방식인 WLTP를 기준으로 하면, 전기차의 주행저항에서 공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차급에 따라 30~50%에 달합니다. 특히, 공기저항은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차속)의 제곱에 비례하여 커집니다. 고속주행 시 전체저항에서 공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죠. 공기저항계수(Cd)를 0.01 낮추면 약 4마일(약 6.4km)의 1회 충전 주행 거리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달리는 물체는 공기저항을 피할 수 없습니다. 대신 공기저항을 주행에 유리하도록 바꾸는 것은 가능합니다. 경주차들이 사용하는 스포일러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공기저항을 이용해 차체를 노면 쪽으로 눌러 접지력을 높이기도 하고, 때로는 스포일러의 각도를 바꿔 공기저항을 줄이는 세팅을 하기도 하죠. 필요에 맞춰 공기의 흐름을 바꾸는 것입니다. 



WRC에서 활약하는 i20 랠리카의 대형 스포일러는 공기저항을 이용해 접지력을 높입니다


이는 비단 경주차만의 일이 아닙니다. 현대차그룹은 필요할 때마다 공기저항을 줄이는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거든요.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의 바디선행개발팀, 공력개발팀, 제네시스외장설계팀이 협력해 개발한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는 범퍼 아래를 타고 타이어 쪽으로 들어가는 공기 유입을 줄여 공력성능을 높이는 기술입니다. 평소에는 범퍼 뒤에 모습을 감추다 시속 80km가 되면 아래로 내려와 앞바퀴를 가려 공기저항을 줄입니다. 공기역학 성능을 높이려면 물체를 감싸고 흐른 공기가 소용돌이를 발생시키지 않고 표면을 따라 매끈하게 흘러가는 형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고속주행 중인 자동차의 휠 주변에는 상당한 와류가 발생합니다. 




사실 이런 와류를 줄이기 위해 범퍼 아래에 립 스포일러를 더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내 주행 시 종종 만날 수 있는 높은 과속방지턱이나 주차턱 등에 부딪힐 우려가 있어 큰 것을 달기 어렵습니다. 고속주행 등 필요한 상황에서만 내려오는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는 크기의 제한이 없습니다. 아울러 바닥이 편평한 전기차는 차체 아래를 지나가는 바람의 속도가 더 빠르기에 휠 주변부의 공기저항을 줄였을 때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기아의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는 공기역학 성능 개선에 필요한 부분만 정확히 가립니다


이런 액티브 에어 스커트 역시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에서 시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한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는 특별합니다. 전면 전체를 가리는 다른 자동차 제조사의 것과 달리 범퍼 양쪽의 필요한 부분만 가리거든요. 그만큼 더 작고 가벼워 전기차에 적용하기 좋습니다. 이는 E-GMP 플랫폼의 특수성 덕분이기도 합니다. 바닥이 아주 편평해 앞부분 전체를 가리는 것보다 타이어 부분만 가리는 것이 공력효과가 더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바닥이 편평한 E-GMP 플랫폼은 전기차의 공기역학 성능 개선을 위한 최적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는 가볍고 단단한 구조를 자랑합니다. 전기모터, 감속기, 1절 링크를 이용해 스커트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구조로, 시스템 전체 무게가 2.3kg에 불과합니다. 각 부품의 크기를 최적화하고 스커트 하단부에 고무 재질(TPE)을 사용하는 등 경량화에 집중한 덕분입니다. 이에 대해 바디선행개발팀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최소화와 경량화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프런트 엔드 모듈과 범퍼 사이에 장착하기 때문에 패키지를 최소화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1절 링크, 2절 링크, 4절 링크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했으나 간결하고 작은 1절 링크 상하 슬라이딩 방식을 택하고 가이드를 더해 작동성과 내구성을 보완했습니다. 링크 및 로더의 회전 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꾸는 구조가 특징이죠. 이에 관한 특허 또한 출원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는 가볍고도 단단한 구조를 자랑합니다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는 시속 80km 주행 시 운전자에게 작동 신호를 보낸 뒤 90mm 아래로 내려갑니다. 이는 효율과 일상주행을 고려한 부분입니다. 공기저항이 구름 저항보다 커지는 속도가 시속 70~80km 선이거든요. 파손 방지를 위해 스커트 하단부에는 고무 재질(TPE)을 사용했지만 저속 주행 중에는 높은 과속방지턱이나 포트홀 등에 부딪힐 수 있기에 펼치지 않습니다.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는 시속 70km 이하가 되면 다시 수납됩니다. 전개 속도와 수납 속도에 차이를 둔 이유는 특정 속도에서 빈번한 작동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시속 80km 전후로 계속 속도를 조정하며 달리는 상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는 시속 200km로 달리는 중에도 작동이 가능합니다. 공력시험을 통해 스커트에 걸리는 풍압과 작동 부하를 자세히 파악해 개선한 덕분이죠. 고무 재질(TPE)의 하단부와 이중으로 결합된 스커트 상단이 가이드 역할을 맡아 단단히 버팁니다.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는 시속 200km로 달리는 중에도 작동이 가능합니다. 일상 주행은 물론 고속 주행에도 여유 있게 대응하는 것입니다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의 효과를 최대화하려면 모델마다 맞춤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자동차의 크기, 디자인, 하부가 다른 만큼 최적의 효과를 거두려면 전용 설계가 필요한 것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선행개발부문(바디선행개발팀), 평가부문(공력개발팀), 양산설계부문(제네시스외장설계팀) 등 여러 부서의 협업을 통해 제네시스 GV60, GV70 전동화 모델, 기아 EV6 등 다양한 차종에 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모델마다 적용 디자인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거든요.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는 자동차의 휠 사이즈가 커질수록 공력효과를 개선하는 효과가 두드러졌습니다. 그리고 액티브 에어 플랩이 열려 냉각 저항이 커진 상태에서도 높은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제네시스 GV60를 사용한 공력성능 평가에는 공기저항계수(Cd)를 0.008 개선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약 2.8%의 항력을 개선한 것으로, 이런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세심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바디선행개발팀의 설명입니다.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는 지상고가 높은 모델일수록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는 공력성능을 끌어 올리기 상대적으로 어려운 SUV와 같은 모델에 적용하면 효과가 더 큽니다. 또한 리어 스포일러나 리어 디퓨저 등 자동차의 공기역학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부품들과 연계하면 공기역학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수납이 가능한 특성 덕분에 지상고, 접근각 등의 제한요소도 적습니다. 지상고가 높은 모델, 전비를 높이기 어려운 모델에 적용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의 활용안은 다양합니다. 공기역학 성능을 개선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앞바퀴에 걸리는 다운포스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뒷바퀴에 걸리는 다운포스를 제어할 수 있는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와 조합한다면 고성능 전기차의 주행성능을 더욱 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상황에 맞춰 작동하는 공력 제어 시스템은 전비 향상과 더불어 운전의 재미를 북돋는데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 등 상황에 맞춰 작동하는 공력 제어 시스템은 운전의 재미를 강조하는 고성능 전기차에도 유용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내연기관차 시대부터 프런트 액티브 에어 스커트를 연구해왔습니다. 예전부터 쌓아온 기술이 전기차 시대에 새롭게 쓰인다고 할 수 있죠. 이처럼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관련 기술이 모두 새롭게 생겨나는 것은 아닙니다. 신기술은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영역을 꼼꼼히 살피며 개선할 점을 찾았을 때야 나옵니다. 때로는 영역을 넘어선 아이디어의 융합도 필요하죠.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든 연구원이 협업하며 개선점을 찾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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