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이밴드 x 홍양 Aug 14. 2020

오늘 하루도

괜찮아야지.

하루에도 여러 번 신랑은 카톡을 한다.

“컨디션 어때?”

얼마나 애가 쓰일까. 대신 아파줄 수도 없는 내가 안타깝고 걱정이 되겠지.

적지만은 않은 나이 동안 살아오면서 본인의 노력만으로 참 많은 것들을 해낸 멋진 사람인데.

어린 시절부터 고생도 참 많이 한 사람인데.

왜 나는 거기에 더 많은 고통과 짐을 짊어지게 하는지. 본인의 행복에 나와 우리 아들 호강시켜주며 번듯하게 살아가는 게 최고의 행복인 나의 반쪽에게

말도 못 하게 미안하지만 정작 표현은 못하겠다.

미안하면 끝도 없이 미안해지니까.

그래서 더 뻔뻔하게 나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뻔뻔한 만큼 더 빨리 나아져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간절함만으로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살면서 간절함 없이 흘러가는 데로 주어진 데로 만족하며 사는 내가 불편한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흘러가는 데로 두는 게 정말 어렵고 또 힘들다.

괜찮다고만 이야기해야지 속이 편한 내가 참 지겹기도 한 그런 날이다.

사실 안 괜찮고 정말 우울하고 힘들고 버티기 싫고 벗어던지고 싶다고 한 번쯤 말하고 싶은데 그리 말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 나의 사람들에게 상처만 줄게 너무 뻔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하루도 순간순간은 몸도 편안했고 이쁜 아들 덕에 체력적으론 힘도 들었지만 너무 사랑스러웠으며 오늘 하루를 무사히 채울 수 있었으니까 꽤 괜찮은 하루였다.

버티다 보면 나아지겠지. 또 좋은 날도 있겠지.

그리고 끝도 있을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외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