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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흐름이 있는 반주법

클래식 피아노 전공자들에게

영적 흐름이 있는 반주법 

클래식 피아노 전공자들에게      


반주를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분명히 쇼팽, 라흐마니노프, 베토벤의 곡들을 잘 치는 것과는 100% 틀린 문제이다. 기계처럼 갈고닦아진 날 선 검과 같은 손 터치가 아니라 그때그때마다 달라지는 상황들 (목사님의 설교나 갑작스러운 찬송, 예정에 없던 기도회,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때) 등에 따라 틀려지기 때문이다. 기가 막힌 화성과 불협화음, 재즈 코드, 빠른 곡에서의 즉흥연주 등이 아니다. 좋은 반주자란 전적으로 목사님의 설교를 보좌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전반적으로 예배의 흐름을 센스 있게 끌고 나가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1. 끊이지 않는 반주 

음악은 지속성의 역할을 가지고 주어진 시간 안에서 연주돼야 하는 시간 예술이다. 즉 2분이면 2분, 5분이면 5분 정도 안에, 음악이 끊어지지 않고 아름다운 해석과 함께 프레이즈가 장식되며 연주된다면 우리는 그 시간 안에 거기에 빠져들게 된다. 음악에 몰입하게 되고, 음악 안에 내 정신이 스며들고 감상에 젖게 된다. 교회 예배 반주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가령 예배 전 준비찬양으로 4곡의 찬양을 전도사님이 인도한다고 가정해 보자. 첫곡은 빠른 곡, 느린 곡, 빠른 곡, 느린 곡으로 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여기서 반주하면 좋을까? 가능한 이 순간순간이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져 가야 한다. 여러분이 음악을 듣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 잘 듣던 음악이 끊어진다면, 잘 보던 영화/드라마가 중간에 끊어진다면 그것 만큼 재미없고 짜증 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본 예배 시작 전, 반주도 그러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4곡을 한다면 절대 끊어지지 않도록 이어가게 하자. 만약 인도하는 전도사님이나 목사님이 중간중간, 기도하거나 멘트를 하신다면, 바로 센스 있게, 다음 곡을 느리게 들릴 듯 말 듯 연주하면서 ‘제발’ 음악이 끊어지지 않게 하자.      


2. 힐송교회와 온누리교회의 예배 순서. 

‘HOSANNA’, ‘STILL’ 등으로 한국교회에도 유명한 찬양으로 잘 알려진 호주의 힐송 교회는 바로 이러한 점을 너무나 잘 이용한다. 이들의 예배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면 필자의 이야기를 잘 알 것이다. 필자는 2006~2008년 호주 힐송교회를 매 주일 참석하였는데, 힐송교회의 예배 순서는 시작 전 평균 4곡의 찬양 -> 안내 비디오 -> 인도자의 멘트 -> 성경암송 -> 설교 -> 결단의 찬양 등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음악이 끊어지는 순간은 단 하나, ‘설교’ 시간뿐이다. 나머지 시간은 전부 키보디스트가 반주를 하면서 음악의 영적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한다. 


시작 전 찬양을 드리고, 안내 비디오(비디오에는 당연히 영상과 ‘음악’이 같이 나오기에 앞에서 언급한 ‘음악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다.), 그 이후, 예배 사회자가 앞에 나와 오늘 교회 잘 오셨다, 등의 멘트를 할 때도 키보디스트의 반주는 끊이지 않는다. (이때 거의 들릴 듯 말 듯 뒤에서 살짝 분위기만 잡아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목사님의 설교 후, 목사님이 설교를 마무리할 때 즈음, 반주자가 나와 결단의 찬양을 부를 찬양을 약하게 백 뮤직으로 깔아주면서, 찬양팀이 나와서 같이 부르고 기도하면서, 축도로 마무리한다. 


어디서 많이 본 예배의 흐름인 것을 눈치챈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온누리교회의 예배 포맷이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된다. 다른 교회도 이렇게 하는 곳이 많겠지만, 굳이 온누리교회를 언급하는 것은 온누리교회의 찬양 사역이 한국 교회의 예배음악의 흐름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온누리 교회 역시, 힐송교회와 비슷한 흐르을 가져가고, 목사님의 설교 외에는 가급적 거의 음악이 끊어지지 않으므로, 성도들에게 영적으로 더 깊이 묵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3. 많은 리허설과 많은 연습이 필요 

만약 적절한 찬양팀 밴드를 갖춘 교회라면, 서로의 손 발이 함께 맞아 ‘끊어지지 않는 흐름’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인도자도 많은 교회, 가급적 온누리 교회의 예배를 많이 참석하여 보면서, 필자가 언급한 ‘영적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 찬양팀을 통해 어떻게 나오게 되는지 깊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찬양팀 밴드가 갖추어지지 못한 중소 교회 반주자라면, 반주자가 그렇게 만들어 가면 된다. 단, 인도하시는 전도사님이나 부목사님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만약에 인도자, 목회자가 그렇게 하기 원치 않는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반주자의 입장에서, 더 나은 예배의 분위기, 흐름을 만들고 싶다면, 필자는 ‘끊어지지 않는’ 흐름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온누리 교회의 예배 실황을 많이 보기를 적극 권장하는 바이다.    


  

필요하다면, 각 교회의 예배 실황 영상 등을 편집해 어떻게 진행하는지 설명하고, 아울러 사회자, 목회자가 찬양인도 중, 통성기도나 멘트를 할 때는 어떻게 반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시간을 갖고 많은 자료와 함께 써보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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