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팀 반주자들에게 드리는 조언
필자는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교회 반주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반주는 CCM 찬양 반주였지만 (물론 성가대 반주도 하긴 했지만), 그것을 본격적으로 이해한 것은 이십 대 중반 무렵이다. 반주를 영어단어로 설명하면 ACCOMPANY이다. 이 단어는 '반주하다' 뜻도 되지만, '수반되다' '~에 딸려있다 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즉 반주란 내가 돋보이는, 피아니스틱 한 반주가 아니라 노래면 노래, 악기면 등을 함께 수반되어 따라가며 보좌한다는 의미이다. 필자가 처음 작곡레슨을 받을 때, 선생님이 가곡 작곡을 가르치시면서 하신 말씀이 있다.
"반주는 노래를 도와주는 것이지, 반주가 노래의 범위를 넘어가면 안 된다.".
그렇다. 반주는 내가 피아노 독주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 혹, 솔로 악기의 연주 (화성적 연주가 어려운 악기- 예~ 바이올린, 플룻 등)를 보좌하고, 화성적으로 채워주고, 해당 악기 혹은 노래가 지속될 때, 그 빈자리에 들어가 공간을 맞춰주는 것이다.
수많은 피아노 전공자들을 만나 같이 반주해 가며, 찬양팀을 조율하고, 해왔지만 필자가 위에 언급한 '도와주는' '동반, 수반하다'의 의미로써의 CCM 반주를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그 어려운 소팽, 라흐마니노프, 바흐, 베토벤의 곡들은 프레이즈를 해석하고, 나만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왜 유독 CCM반주만큼은 처음부터 똑같이, 그리고 같은 분위기, 같은 반주를 계속하는지? 필자의 지난 20여 년간의 경험으로 보건데, 무릇 사람의 귀란 정말 정확하고 무서워서, 비전공자라도 피아노 독주회 현장에서의 실수를 파악할 수 있고, 교회 현장에서도 실수를 다 안다. 즉 일반인 성도들은 직접 우리에게 말을 안 하지, 우리가 실수를 하는지, 이 친구가 반주를 잘 하는지, 아닌지 어림짐작으로라도 '파악'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들 역시 수많은 반주자들을 만났다. 단지 우리들에게 직접적으로 '내색'을 안 하고 있을 뿐이다.
아래는 필자가 연주, 녹음한 '주의 인자는 끝이 없고'이다.
필자가 어려운 유학시절, 아무 소망 없이 갔던 교회에서 예레미야 말씀을 통해 주신 은혜가 생각 나, 2010년경 녹음해 본 곡이다.
참고로 이 곡은 연습 없이 한 번에 즉흥으로 연주했던 것임을 밝힌다.
이것을 이해하는 클래식 전공 반주자들을 많이 만나본적 이 드물다. 처음부터 피아니스틱 하게, 화려하게, 아르페이지오도 나오고, 이것이 끝까지 간다. '변화'가 없는 반주라는 이야기다. 처음엔 해당 찬양의 '코드'만 연주해도 된다. 처음부터 굳이 꽉 채워서 다 보여주지 말자. 다 보여주는 반주는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가서 나와도 된다. 저녁(적은 NOTE 수)이 있으면 아침이 있고 (많은 NOTE), 남자(적은 NOTE)가 있으면 말수가 많고 재잘거리는 여자(많은 NOTE)들이 있듯이, 느린 곡에서는 반드시 NOTE사 적은 부분, 화려한 부분이 드러나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 없는 반주는 성도님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다 알고 있다.' 연주하는 우리들의 손에 성령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바라며, 기도하고, 거기에 우리의 '흐름'을 만들자.
예시 곡의 서두 부분 본 멜로디가 나오는 부분(약 38초 부분부터)을 들어 보라. 해당 본 멜로디를 사람들이 부른다 생각하고 '코드'만 그냥 악보대로 연주하는 것을 생각해보라.
이것보다 더 적어도 된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NOTE 의 수는 거의 해당 코드만 연주 후 -> 인도자의 흐름 혹은 예배찬양 중 성령님의 흐름에 맞추어 점점 더해가자.
처음부터 '다 보여주려'하지 말자. 필자의 연주는 초반 적었다가 중간에 더해졌다 후반부에는 옥타브 올려 본 멜로디를 연주 후, 다시 노트가 줄어들어 끝났음을 관찰해 보라.
찬양을 하고 잠시 예배 인도자가 기도를 요청하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멘트 한다고 하지요), 잠시 음악적으로 쉬는 부분이 필요할 때, 반주자들은 십중팔구 해당 곡의 후렴구나 다른 멜로디를 그대로 연주한다. 이 역시, '처음부터 똑같은 반주'를 만들어 낼 뿐이다. 이미 해당 곡의 본 멜로디는 계속 불렀다. 이미 예배당에 있는 성도들도 다 안다. 그것을 굳이 잠시 노래가 쉬는 시간에 다시 반복하기보다 다른 페세지의 음악을 집어넣는 것이 더 '다른 느낌'의 반주를 만들어 낸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역시 필자의 연주 초반 '전주'를 들어보라.
본 찬양곡의 멜로디가 아니라, 다른 부분을 만들어 연주했다. 이미 해당 곡의 멜로디는 계속해서 '본 멜로디'로써 계속 음악 내에서 언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연주곡 부분의 약 2:07 부분부터 들어보라. 1절 부분이 지나간 후, 필자는 다른 부분을 집어넣었다. 해당 곡의 4도와 1도 (G-D/F#, Em,A7 등을 돌려가며 연주)등을 넣어 다른 진행을 만들었다.
찬양팀 반주자로 섬기게 되면 무척이나 분주하다. 정말 그렇게까지 정신없고 바쁜지, 돌아보면 그렇다. 필자가 섬기던 교회 한 목사님은, 너무 분주하고 정신없다 하더라도, 예배 10분 전만 되면, 반드시 해당 반주자는 피아노 혹은 신시사이저 앞에서 이른바 '백킹' 연주를 하도록 지시하셨다. 말 그대로 BACKGROUND 뮤직, 즉 10분 전이면 이미 먼저 예배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온 성도님들이 많지는 않더라도, 예배당에 들어와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는 시간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우리 역시 그럴 것이다. 예배를 사모하고, 하나님께 내 아픔, 기도제목, 오늘 예배를 위한 기도 등을 하러 들어와 기도 중일 때, 온전히 거기에만 집중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교회 찬양팀은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도 세팅이 바쁘거나, 그 시간까지 연습하여 성도님들의 기도와 묵상을 해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교회에서 PAY를 받는 반주자이건, 음악 사역자이건 아니건 간에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자.
'내'가 예배를 드리러 온 사람 입장에서, 아직도 찬양팀이 정신없이 우당탕 하면서 준비 안된 경우라면, 어찌 예배를 사모하는 마음이 생기겠는가? 필자의 연주를 다시 한번 들어보라. 이 곡의 롤 모델은 약 10여 년 전, 한국 CCM 음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트리니티 피아노' 제프 넬슨의 연주를 생각하며, 성도들이 '묵상'할 수 있는 반주, 기도할 때 도움이 되는 '분위기'를 생각하며 연주해 본 것이다. 적어도 10분 전이라면, 성도님들이 예배를 향해 나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자. 그것은 빠른 곡이 아니라 '느린 곡'이어야 하며, 그 곡의 연주 흐름은 필자가 언급한 데로 '똑같은 반주'가 아니라 느린 곡이더라도 '변화'가 있는 반주여야 한다. 우리는 찬양 반주를 할 때, 그 순간만큼은 '레위지파'이며, 동시에, 예배를 드리러 온 성도님들께 우리의 수고를 통해 그들의 예배를 돕는 WORSHIP SERVICE PROVIDER 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