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매거진에는 필자의 교회성가곡 편곡을 중심으로 한 올바른 편곡법 가이드를 연재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 예는 비단 교회 성가곡뿐만 아니라, 대중음악, 전자음악, 컴퓨터 음악등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예가 될수 있노라 확신한다.
어차피 음악이란 본질이 같은 것이다. 장르가 틀리다고 해서 그것이 마치 돌맹이와 물같지 않기 때문이다. 소리와 화성, 멜로디, 색채감으로
이루어진 음악의 진행은 장르가 틀려도, 전혀 다른 언어를 구사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음악을 Universal Language (가장 보편적인, 전세계 사람들이 언어가 틀려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라고 하기도 한다.
필자는 교회음악출판을 주 업무로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교회성가곡 작곡과 편곡에 일도 진행하게 되었다.
편곡이란 무엇인가? 편곡의 정의는 음악에서 멜로디를 뒷받침해주는 부분(반주, 부선율, 코러스)을 만드는 작업이다 라고 위키백과의 첫번째 줄에 정의되어 있다.
그럴수도 있고, 아예 새로운 느낌으로 바꿔 버릴수도 있다. 하지만 가급적 원곡의 멜로디 라인과 기본 음악적 틀은 지켜주는 것이 작곡가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필자가 처음으로 교회성가곡 편곡을 오케스트라로 의뢰받았던건, 21살 무렵 학부시절이었는데, 그때 의뢰자에게 들었던 말이 "굳이 새롭게 뭘 만들려 하지 말고,
각 악기별 섹션별로 합창 성부에 맞게 그냥 피아노 반주, 혹은 합창성부를 중복하면 된다'라고 했다. 뭐 그렇다면 편하지.. 생각과 함께 작업을 해 주었다. '음악'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의뢰자가 이야기한데로, 그저 '대충' 각 합창성부 혹은 피아노 반주 라인에 맞춰 적절히, 오케스트라 악기들을 나눠 배치한 것을 '편곡'이라고 그때는 하였다.
어떤 일이건, 잘 한다면 그 뒤로 추가 의뢰가 들어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일은 딱 5곡 이후, 의뢰를 받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고민은 무려 십여년이나 지나서야
알게 되었고, 그 방식이 매우 매우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무엇이 잘못이었을까? 대답은 '음악'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음악은 모름지기 '소리, 색채감'에 대한 시간 예술인데,
필자는 아무 생각없이, 실제 악보가 어떤 소리로 나올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의뢰자 말대로, 마치 초등학생이 색칠공부 하듯이, 악보상에서만 보기 좋게 그리기만 해준 것이다.
1. 시벨리우스와 피날레
악보는 반드시 프로페셔널 전문가용 사보 프로그램인 시벨리우스 혹은 피날레로 깨끗히 사보를 하여 PDF로 전달해야 한다. 합창, 피아노 파트와 더불어 각 악기별 파트보를 포함해서 해당 교회에 납품을 한다. (보통 이메일로 보내준다.) 시벨리우스가 더 좋은가, 피날레가 좋은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마다 적용, 사용방법이 틀리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97년부터 피날레 프로그램을 이용해 왔고, 시벨리우스는 호주 JMC ACADEMY 에서 2006년부터 4.0버젼을 시작으로 사용하였다. 필자의 경우 순수음악작곡 사보를 위해 복잡한 사보를 위해선 피날레를 사용했고, 오케스트라 음악이나 전공이었던 필름 스코어링용 오케스트라 악보등을 만들땐 시벨리우스를 이용한다. 요즘엔 시벨리우스로 거의 옮겨왔다. 나중에 시간을 가지고 깊이 이야기 해 볼 계획이다.
2. 중복을 피하고 3경을 고려하라.
풀 오케스트라 편성일 경우, 어느정도의 악기, 섹션별이 합창성부 혹은 반주와 중복될수 있지만, 한국교회 특성상, 풀 오케스트라 편성을 가진 교회는 그리 많지 않다. 편곡일을 맡게 된다면 챔버 앙상블 수준 (목관이나, 현악 수준) 정도다. 그런 경우 굳이 '중복' 보다는 '라인'을 그려주는 것이 좋다. 이른바 전경, 중경, 후경이 그것이다.
해당 내용에 대한 심화 연구는 '관현악기법연구 - 윤성현 역 Samuel Ardler' 를 참조하면 된다.
전경 - 가장 눈에 띄는 선율, 멜로디, 화성, 리듬이다.
중경 - 위의 가장 음악적으로 눈에 띄는 부분을 보조하는 대선율 혹은 보조 화성이다.
후경 - 전경과 중경을 후원하기 위한 것
그렇다면 예제를 통해 분석해보도록 하자.
작곡가 Mary McDonald 의 '임하소서'란 찬양의 합창과 피아노 음원 영상이다.
깔끔하고 정갈한 합창으로 정평이 난 박신화 교수님 지휘의 녹음이다.
부분 부분 마치 옛날 만화나 중세 유럽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팡파레 비슷한 음형들이 눈에 띈다.
필자는 이 리듬을 이 곡의 편곡의 특징으로 기본 element 로 사용하고자 생각이 들었고, 곡의 흐름이 부드럽게 진행이 되다가 점점 음형이 커지면서
팡파레 시작부분과 함께 나오는 부분이 또한 눈에 띈다.
아래는 필자가 해당곡을 가지고 Flute, Horn in F와 Violin, Cello, Contra Bass 편성으로 편곡을 한 영상이다.
주로 '임하소서' 가사가 나오는 이른바 이 곡의 주된 테마격인 부분에 전체 편성이 나오고, 나머지 부분에선 주로
대선율(중경) 혹은 후경등을 적절히 배치했다. 바이올린이 주로 이 곡의 특징 8분음표, 16분음표 음형들을 연주하고, 나머지 악기들은 적절히 중경 후경등을 주고 받는다.
이 영상의 2:25부터 흐르는 여성합창이 진행될때 첼로가 나오는 대선율(중경)의 흐름을 보라. 필자가 주로 여성합창이 진행될때 얼마든지, 여성적인 음역대 (플룻, 바이올린) 등을 배치하여 같은 느낌으로 진행시킬수 있지만, 일부러 대조되는 라인을 깔아줌으로써, 더욱 여성적인 부분임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물론 실제 연주될 시점에선 해당 첼로는 작은 톤으로 연주되야 할 것이다.
1:40 즈음의 하이 플룻 라인을 주목하라. 이것은 3경 중 어느 것인가?
-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갈 필요는 없다.
유투브에서 교회성가합창 편곡을 찾아보면 어떤 곡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악기가 피아노 반주와 같이 진행한다. 처음부터 같이 악기가 쉬지 않고 진행하는 것은 학창시절 아침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말씀이 같은 톤으로 쉬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위에 필자의 편곡을 다시 들어보라. 악기가 몇개 없지만 전체 악기가 전체로 나오는 부분은 '임하소서' 가사가 나오는 이 곡의 주제격 멜로디 부분에만 나오며, 나머 지 악기들은 수시로 서로 주고 받으며, 중경이나 전경의 역할을 수행한다.
- 무조건 '고객의 입장'에서 들어보라.
작곡전공자의 대부분은 음악을 구성할때 '소리' 위주로 우선시하며 작업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 모든 작업은 최선을 다해서 작업한다. 과연 이 작업을 하여 본인이라면? 이 작품을 돈 주고 구입할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라. 본인이 흡족하다면, 상대방도 흡족하다. 본인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상대방도 맘에 들지 않는다. 모든 일은 '비지니스'이다. 나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돈을 받을 가능성이 적다. 설사 적은 돈이라도 최선을 다해 작업한다면 일은 절대 끊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