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rus Oct 23. 2023

유튜브를 24시간 끊으면 일어나는 작은 일

그냥 해보는거지 뭐.

 

 어렸을 때부터 남들 다 하는 건 굳이 나도 해봐야지 하는 일이 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흔한 MBTI 검사도 불과 몇 개월 전에 같이 있던 지인에게 떠밀려서 해봤다. (글을 쓰면서도 문득 MBTI는 꽤나 정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남들 안 하는 일을 찾아서 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제일 편안함을 느끼는 부류인 것 같다.

 

  사람인지라 가끔은 무언가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기도 했다. 다만, 찬찬히 생각하고 계획해서 해보려고 한 일들은 90% 이상의 확률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내가 뭔가를 시작하고 실제로 한동안 해보는 경우는 단순했다. 퍼뜩 머리를 스치는 호기심과 이어지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


 대략 6년 전 브런치에 작가가 된 것도 첫 글을 발행하게 된 것도 단순히 [작가신청]이라는 버튼을 우연히 보고 호기심을 느꼈고 이상하게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꾸준하게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운 좋게 구독자를 100명 넘게 만들 수 있었다.

사실 나는 글 쓰는 것을 즐기지도 않았고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브런치를 이용하겠다는 마음도 없었다.

다만 호기심과 기분 좋은 자신감으로 시작했고 [작가신청] 버튼을 눌렀고 내 글을 발행했고 내가 이런 것 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어렴풋한 만족감도 느끼며 설레는 장기기억으로 내 머리 어디엔가 남아 있다.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였던 어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만큼 누워서 유튜브만 보고 있었다. 이제는 유튜브의 최첨단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한심한 모습까지 인식하는 것일까? 우연한 기회였을까? 요즘 사람들의 도파민 중독에 대한 영상이 보였다. 짧은 영상에 넋을 잃고 연신 움직이는 엄지 손가락. 조금만 늘어지면 집중하지 못하고 넘겨 버리는 나 자신이 이미 도파민에 지배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도 브런치의 [작가신청] 버튼을 눌렀던 때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난다면, 당분간 이런 끝없는 SNS 내 영상서비스에서만 벗어난다면 뭔가 달라질까? 하는 호기심. 그리도 하면 할 수 있겠는데? 하는 막연한 자신감. 이번에도 그냥 시작해 본다. 이제 막, 만 하루가 지났다. 물론 크게 달라진 것은 아직 없다. 얼마나 끊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신기하게도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이번 경험도 좋은 장기기억으로 내 머리 어딘가 남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너는 무슨 생각을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