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선란 편

한번 그려지지 않을 걸작

by 서림

누구나 한 번쯤 뭔가 들어온 듯(?)이 잘 나온 그림이 그려질 때가 있다. 옛날 사람이고 위인이라도 그런 그림이 있다. 그것이 김정희의 대표적인 난화인 불이선란이 이번 글의 주제이다.



유마거사의 불이선

추사 김정희
불이선란

일단 불이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불이선이란 석가모니의 제자들 중 유마거사가 불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논쟁을 하다가 침묵으로 대답했다는 것에서 유래가 된 것이다. 즉 불교에서 유래가 된 고사로 유학자인 추사는 유학뿐만 아니라 불교에도 수준 높은 안목이 있었다는 것이다.



불이선란의 제화시들

추사는 불이선란의 글에 많은 글을 적어 두었다. 그중 상단부에 적혀있는 글(1)은'난초 그림을 그리지 않은 지 20년, 우연히 하늘의 본성을 그려냈구나. 문을 닫고 깊이깊이 찾아드니, 이 경지가 바로 유마의 불이선(不二禪)일세. 어떤 사람이 그 이유를 설명하라고 강요한다면 마땅히 비야리 성(毘耶離城)에 살던 유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같이 사절하겠다. 만향(추사의 호).’ 난초를 그리지 않은지 20년이 되었을 때 우연히 난초의 천성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왼쪽 아래의 글(2)은 '처음에는 달준을 위해 거침없이 붓으로 그렸다. 단지 하나는 있을 수 있으나 둘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오소산(오규일)이 보고는 빼앗듯이 가져가니 우습다.'라고 적혀있다. 여기서 오소산은 추사와 알고 지네던 전각가(篆刻家)이다. 그의 전각은 매우 훌륭하다는 평을 받았으나 추사가 죽은 후 눈이 멀어 전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나머지 글(3)은 '초서와 예서의 이상한 글씨체로 난을 그렸으니 세상 사람들이 어찌 이해하고 이를 좋아할 수 있으리'라는 글이다. 처음 보면 괴기할 수 있으나 곱씹다 보면 보이는 것이 추사의 매력이자 추사체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추사와 창랑

불이선란을 보면 여러 종류의 낙관이 찍혀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대부분 추사의 낙관이고 일부는 다른 이들이 감상을 하고 그들의 낙관을 찍은 것이다.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국무총리이자 문화재 소장가로 잘 알려진 창랑(蒼浪) 장택상이다.

장택상

불이선란의 낙관 중 신품,불이선실 등이 그의 낙관이다. 그는 불이선란을 제외하고도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문화재를 수집했다.

왼쪽에서부터 신품, 불이선실

그리고 창랑 사후 그가 수집한 문화재들은 여러 박물관에 기증되거나 다른 소장가들의 손으로 들어갔다. 불이선란도 세한도 정도는 아니지만 엄청나게 많은 소장가를 거쳤다. 추사 → 오규일 → 김석준 → 장택상 → 이한복 → 손재형 → 이근태 → 손세기 → 손창근 순으로 많은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손창근 씨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해있는 상태이다.


불이선란은 추사가 말했듯이 한 번만 그려지지 두 번을 그려지지 않을 명작이다. 추사는 시. 서. 화에 모두 능했고 불이선란은 시. 서. 화 모든 것이 이룬 걸작임이 틀림없다.

維摩不二禪(유마 불이선)

秋史畵眞義(추사화 진의)

畵有詩書畵(화유 시서화)

再見極秀畵(재견 극수화)

유마의 불이선

추사가 참 뜻을 그렸네

그 그림은 시. 서. 화를 모두 가지고 있으니

다시 봐도 빼어남의 극치인 그림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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