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버지의 모습

딸을 안은 아버지의 말이 그토록 따뜻한 이유

by Amyung

"내가 내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논다는 것은

아이에게는 사랑을 줄 수 있는 기회이고

아내에게는 쉼을 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결혼을 준비하며-


지하철에 3살정도 된 여자 아이를 안고 있는 아버지가 있었다. 사람들이 자리를 내어줬지만 아이가 앉는 것을 거부하자 기꺼이 서 있기로 한다.


어른인 우리는 안다. 그녀가 아무리 어릴지라도 몇십분이고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중심을 잡으며 그녀를 안고 서있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러나 아버지는 단지 자신의 딸이 싫다한다는 이유로 기꺼이 편하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그녀와 소통하기 시작한다.

딸이 집에 가서 이것도 하고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며, 하고 싶은 일을 어지르듯 줄지어 이야기 한다. 그 이야기를 잘 듣고 아버지는 순서를 정해 딸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음 그러니까 우리, 집에 가서 밥먹고, 오늘 산 장난감 포장 풀고, 장난감 가지고 놀다가, 방정리 하고, 일기쓰고 씻고 자면 되겠네??"


아버지의 '우리' 라는 말을 통해 딸은 앞으로 자신이 할 일들을 모두 아버지와 함께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 안정감에 안심하게 된다.


아버지의 대화법에는 잘 듣기만 있는것이 아니다.
잘 말하기도 있다. 대화를 옅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미소를 짓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녀는 내가 듣기에는 의미없는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기 때문이다.


"우리 집가서 저거 다 하기 전에 먼저 손 발부터 씻자?"

"왜?"

아버지는 너무도 당연한 것의 이유를 묻는 딸의 질문에 당황하여 대답할 시간을 벌기 위해 같은 말을 반복한다.

"집에 들어가면 손 발 부터 씻어야지이~"

그러나 딸은 한치의 물러섬도 없다.

"왜?"

아버지는 그럴듯한 대답을 생각해낸다

"우리가 손으로 만지는 모든 것에는 균들이 있어서 집가면 그걸 씻어내야해"

나름 괜찮은 대답을 했다.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또 다시 딸은 묻는다

"왜?"


이쯤되면 우리는 알아차린다. 딸은 아버지의 대답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그러나 딸은 그 의미 없는 질문을 통해 아버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대답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계속해서 그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것을 표현한다. 아버지도 이미 이것을 알고있다. 그래서 결코 그녀의 질문을 가벼히 여겨 대충 대답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고민한 흔적에 사랑이 깃드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그래서 '균'때문이라는 진지하고 수준 높은 답변을 생각해낸다.


이처럼 관심을 표현하는 듣기와
사랑을 전달하는 말하기가 잘 섞일 때
대화는 듣는사람으로 하여금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 그녀는 비록 아버지가 자신과의 대화에 이토록 희생하고 있음을 알지 못하겠고, 너무나도 일상적이기에 커서 이 시간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화들이 그녀의 마음 한켠에 켜켜이 쌓일 때 어느새 이만큼 쌓여버린 이례적인 눈처럼 지붕을 무너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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