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 again will I drink

술은 술일뿐

by 이신범

5년간의 일본생활 중,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혼술’이다.


외국 생활의 외로움과 자괴감, 때때로 찾아오는 과거로부터의 허무함과 자기 연민 등이 엄습할 때, 가장 손쉽게 그 순간을 모면하는 방법은 술을 마시는 것이다.


한국에서 음악을 하던 시절에도 혼술을 즐겼지만 당시의 나는 몸만들기나 건강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기에 나에게 술은 외로운 일상을 채워주는 마냥 좋은 친구였었다.


최근 몇 년간, 과거의 상처들도 극복해 내고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등의 변화를 겪으며 나는 스스로를 아끼고 위하는 삶을 살기를 소망하게 됐고 아직 술로 나를 달래는 습관이 남아있는 ‘현실’ 속의 내 모습과 마주할 때마다 자기혐오에 빠지곤 했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럼에도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음식과 술을 입 속에 집어넣는 ‘나’,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의지가 강하고 마음먹은 것은 해내는 사람’ 이것이 주위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나는 금연, 다이어트, 외국생활, 건강식 등 많은 이들이 지키기 어려워하는 습관들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그러기에 술에게 매번 패배하는 내 모습은 더욱더 큰 자괴감을 나에게 안겨줬다.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사실은 나의 몸과 마음, 뇌세포에 이르기까지 술은 나를 가장 많이 파괴하고 짓밟는 적이다. 어떤 말로도 부정할 수 없다.


소맥과 폭식 대신에 위스키 마시기, 1인분의 음식과 700ml의 술을 준비해서 1 시간 동안 천천히 먹기 등 개선책이랍시고 온갖 방법을 써봤지만 죄다 헛수고였다. 술은 술일뿐이다.


그런 혼술과 드디어 이별할 때가 찾아온 것 같다.


매번 ‘이번엔 다르다’였지만 이번엔 정말 다르다. 금주 최고 기록이었던 3주를 지나 4주를 달성했다. 예전 같았으면 신기록을 달성했으니 한 잔 마시고 다시 5주간에 도전하자며 되지도 않는 루틴 짜기를 했겠지만 앞으로도 마실 생각은 없다.


이전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지금의 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전엔 나에게 결혼이나 취업 등 미래의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실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술이 나의 건강이나 외모, 재정 등 행복한 미래를 위한 요소를 갉아먹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의 쾌락’을 위해 ‘에라 모르겠다’하며 술을 택했다.


이제는 나에게 일본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벌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는 행복한 미래가 존재할 수 있음을 진심으로 믿는다.


훌륭한 사원과 멋진 남편, 아빠가 되기 위해 술을 끊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내 미래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술이 없어도 글쓰기, 영화, 사색 등의 행위들을 즐길 수 있다. ‘낭만’이라는 말은 알코올에 절여진 나의 뇌가 만들어낸 핑계에 불과하다.


오늘은 정말 강하게 술의 유혹이 찾아왔다.


나와 비슷한 나이, 처지의 어느 무명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동질감을 느끼며 옛 시절도 회상하고 자기 연민에 잠기고 싶어졌다. 습관을 끊어내기에 4주는 아직 충분한 기간은 아니다. 그래서 마트에 가서 회무침과 무알콜 맥주, 와인을 구입했다.


야식을 먹어도 좋고 폭식을 해도 좋다.

끊기로 결심한 습관을 완벽히 끊어내지 못해도 좋다

이번 주 쓰기로 정한 돈을 초과해도 좋다.


술만은 절대 마시지 않겠다.


Farewell, self-pity.

Never again will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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