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8일 월요일
단짠단짠 야누스 이야기~
‘비’ 하면 제일 먼저 뭐가 떠 오르시나요?
사실 저는 비보다 빗소리를 더 좋아합니다
비 오는 날 방에 누워 있으면 온 세상이 빗소리로 아득해요~
동네 슬레이트 처마 위에 떨어져 마치 콩 튀기는 것 같은 쾌활한 빗소리!
그 빗물이 아까워 처마 밑에 받쳐 둔 여럿의 빨간 고무 다리이에 떨어지는 통통통! 동그란 빗소리!
그 빗물로 두고두고 옥산 계단도 청소하고 빨래도 하고 걸레도 삶고 먼지 나는 골목길을 물 청소 하셨던 우리 어머니~
호수에 떨어지는 우아한 빗소리, 나뭇잎에 떨어지는 귀여운 빗소리…
옥상 장독대에도, 창문에도…
그 어딘가에 떨어져
부딪히는 아우성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깨끗한 빗소리로
촉촉한 자장가 소리로
하지만
빗물 고이는 건 정말 싫어요
초등학교 1학년 하굣길에
물웅덩이를 달리던 자동차가 튀긴 흙탕물 때문에 세상에서 제일 아끼던 분홍색 원피스와 빨간 구두가 젖어 순식간에 제 마음도 얼룩져 멀어져 간 자동차를 한 없이 원망하며 바라만 봤던 지난날의 기억
빗소리는 참 좋지만
빗물 고이는 건 정말 싫어요
퍼내고 퍼내도 자꾸만 고이는 빗물
밤새 내린 폭우로
뿌연 유리창 너머에는
하루종일 지하 단칸방에서
고인 빗물을 퍼 내시던
여윈 아버지가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