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가서 실꾸리 당시기 가져 온나" 그러면 재빠르게 실꾸리 당시기(반짇고리)에서 참빗을 꺼내고 벽에 걸린 달력 한 장을 찌익 찢어 내 머리를 그 위로 올려 세우고 참빗으로 머리카락을 빗겼다.
그 위로 개미 같은 벌레가 툭툭 떨어져 뒤집혀서 바둥바둥거렸다. 정신 차린 머릿 이가 도망칠까 봐 발발발 기어가면 곧바로 엄지손톱으로 꾹꾹꾹 눌러 터뜨리면 딱딱딱 소리가 났고 그 소리는 엄청 재미있었다.
이 머릿니가 머리에서 피를 빨아먹고 상처를 내고 그 상처는 부스럼이 된다. 부스럼 딱지를 떼면 피가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 또 딱지가 앉는다.
엄마는 참빗으로 대충 빗고 나면 당신 허벅지에 나를 눕혔고 엄마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쭈욱 그으며 책장 넘기듯 뒤집으며 이를 찾고서케(머릿니 알)를 찾았다.
서케는 참빗으로 빗어도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머리밑에 살금살금 얼마나 잘 숨는지!
엄마는 숨을 참아가면서 이를 사수하셨다.
머리를 만져 주면 매일 잠이 드는 나는 또 언제 잤는지
눈을 떠보니 아직도허리까지 긴 머리카락을 훑고 계셨던 엄마!
며칠 후, 큰언니는 마당 한 복판에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책상 의자를 놓고 나를 앉혔다.
언니는 늘 그랬듯이 반짇고리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난 당연한 듯 반짇고리를가지고 오면 언니는 무쇠 가위를 꺼내왔고 마당에 있는 항아리단지 뚜껑을 열어 항아리 입구에 가위 날을 눕혀 칼을 갈 듯 '쓱쓱쓱' 몇 번 문지르고는엄지 손가락으로 쓰윽 훔치고는 만족스러운지 가위를 왼쪽 손가락에 끼워 잡고, 빗이 가득 담긴 빗통에서 도끼처럼 생긴 제일 큰 빗을 골라 언니 오른쪽 귓바퀴 머리에 툭! 꼽고, 올이 촘촘한 꼬리빗은 왼쪽 정수리 쪽에 탁! 꼽았다.
커다란 분홍 보자기를 부엌 찬장에서 꺼내 '탁탁탁' 털어 내 어깨에 슈퍼맨처럼 묶고 난 뒤 물 당꼬(물통)에서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에 물을 한가득 담아 와서 물을 한가득 입에 머금고 내 정수리에 '푸우~' 하고 몇 번을 뿌리고 나면 내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뚝뚝뚝떨어졌다.
바가지에 남은 물을 마당에 확 뿌리고 빈 바가지를 내려놓고 도끼빗으로 내 머리를 빗었다.
머리카락을 빗으니 탈수된 듯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조금 전 물을 버린 빈바가지를 내 머리 위에 푹! 덮어 씌운 뒤 무쇠 가위로 바가지 선에 맞추어 종이 자르 듯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싹둑싹둑! 가위소리와 함께
뚝뚝뚝! 떨어지는 내 긴 머리카락
뒷목은 순식간에 시원해졌고
머리는 점점점 가벼워졌다.
언니는 옆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 점점 더 왼쪽으로 오면 올 수록 가위소리는 엄청 크게 들렸고 혹시나 왼쪽 귀가 잘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적당히 자른 후 곧이어 오른쪽으로 옮겨서 자르기 시작했다.
두 귀는 다행히 무사했고 마음은 한 결 놓였다.
이제 내 앞으로 오더니 바가지를 눈썹 선에 딱 맞추고 내 손을 잡어 올리면서 "여기 꼭 눌러라"라고 했다.
언니는 오른손으로 가위를 다시 몰아 쥐고 나머지 한 손으로 바가지 가장자리를 잡고 꾹 누르고 바가지 선 밑으로 가위 칼 날을 끼웠다.
빨간 바가지 선 따라 가위는 지나갔고 싹둑싹둑 소리가 들렸다. 머리카락은 볼과 코에 닿았고 입술을 스치고 보자기를 미끄럼 타 듯 내려 가 허벅지에 툭! 떨어졌고 내 심장도 툭! 떨어지는 것 만 같았다.
보자기 안 쪽에 숨겨진 손으로 보자기를 툭툭 치면 머리카락은 신문지가 깔린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앞 머리카락까지 다 자른 후에야 바가지에서 해방
된 내 머리를 도끼빗으로 쓱쓱쓱 빗고 까끌한 누런 스펀지로 목덜미, 이마, 볼, 입술, 얼굴에 묻은 머리카락을 털어내고나서 언니는 매의 눈으로 찬찬히 둘러보더니 앞 머리가 삐뚠지 이마 위로 가위가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더니 꼬리 빗으로 싹싹싹 빗은 후 스펀지로 목, 이마, 얼굴을 마지막으로 털어 내고 보자기를 풀어주었다.
신발을 신은 둥 마는 둥 방으로 달려가 거울을 본다.
눈만 말똥말똥한 낯선 나는 털레비젼에서 방영된 <몽실언니> 같기도 하고 <간난이> 같기도 하여 순간 '엉엉엉' 울어버렸다.
"내 머리카락 붙여 도~~"하고 발을 동동 구르면 마당을 다 치운 언니는 느슨한 웃음을 픽 지으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50원이다. " 뽀빠이 사머라"한다.
울던 울음을 딱 멈추고 슬리퍼를 끼워 신고 점빵(가게)으로 달려가서 눈깔사탕과 뽀빠이를 사서 세상 행복한 얼굴로 동네를 활부한다.
동네 아이들은 머리카락이 짧아진 나를 보면서 놀라 연신 피익 웃고는 같이 놀이터로 달려갔다. 이런 일은 한ㆍ두 번이 아니니까.
머리카락을 잘라 못생겨진 나를 잊을 만큼 실컷 놀다 집으로 돌아와 혹시나 싶어 거울을 보지만 내 얼굴은 간난이 그대로였다. 그 모습을 보고 실망한 나는 낮에 울다 만 눈물자국과 콧물과 먼지로 땟국물로 엉망진창이 된 얼굴을 확인하고는 부엌으로 가서 펄펄 끓고 있는 물을 한 바가지 푸고 찬물을 섞어 따뜻한 물에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 후 저녁을 맞이했다.
한참 씻어야 할 머리카락이 없어져 얼떨떨했지만 짧은 머리카락 덕분에 머리 감는 시간이 훨씬 단축이 되어 기분은 좋았지만 여전히 이상하게 머리카락을 깎은 큰언니를 속으로 원망했다.
일 마치고 돌아오신 아빠는 나를 보더니 "아이고, 울 막둥이 이발했네" 하시며 내 이마에 당신 이마를 대고 날 놀리셨다. 난 아빠한테 투정을 부렸고 아빠는 이내 용돈을 주셨고 아빠께 고맙다면서 볼에 뽀뽀를 하고 난 후 점빵으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와서 식구들이랑 나눠 먹으며 행복한 저녁을 보냈다.
늘 그렇듯이 몇 주, 몇 달이 지나면 머리카락은 어느새 많이 자란다.
큰언니가 자른 내 머리카락은 조금씩 자랐다
[ 날카로운 무쇠 가위 머리를 스친다 머리카락 잘린 수만큼 두근두근 심장소리 낯선 몽실언니가 거울 안에 잡혔다 ]
둘째 딸이 태어나기 전 큰 딸은 어린이 집에 다녔다.
어느 날 머리를 자꾸 긁기에 머리카락을 훑어보니 서케가 있었다.
딸은 어린이 집에서 이를 옮겨왔다. 머리카락에 있는 이를 잡아 보여주면서 이가 아기에게 옮기면 안 되겠지? 하고 물으니 바로 알아차렸다. 즉시 세면대에 앉히고 오리 장난감을 주고 노는 동안 노란 바가지를 머리에 씌우고 종이 자르는 가위를 들고 와 옛날 큰언니가 나의 머리카락을 잘랐던 것처럼 나도 딸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머리카락이 잘리는 모습을 거울로 가만히 보고 있던 딸은 자신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엄마, 머야, 내 머리카락이 종이 아닌데 왜 종이 자르는 가위로 잘라?" 하면서 신기해했다. 머리카락을 다 자른 후 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다행히 이는 보이지 않아 샤워를 하고 옷을 입혔더니 싱크대 서랍을 열더니 금빛 보자기를 꺼내 어깨에 묶어 달라고 해서 묶어주니 딸은 "나는 슈퍼맨이다." 하며 한쪽 팔을 뻗으며 마치 날아 가 듯 뛰어가면서 놀았다. 한참 동안 놀더니 배가 고프다고 해서머리카락을 잘 잘랐으니 미용실에 들 비용으로 우리는 자장면을 시켜 먹었다.
큰딸은 동생이 다섯 살 되는 날 방에 신문지를 깔고 의자를 가지고 와 금색 보자기를 탁탁탁 털더니 어깨에 묶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었고 동생은 아무런 반항 없이 사탕을 쪽쪽 빨아먹고 꼼지락꼼지락 거리니까.
큰 딸이 동생한테 " 쫌!" 한다.
"뭐 하냐"라고 물으니 큰딸은 "미용실 놀이한다"라고 했다.
거실에서 혹시나 다치지는 않을까? 웃음을 참아가면서 나는 간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다 잘랐는지 보자기를 빼고 삐뚤삐뚤한 동생을 쳐다보면서 "손님 다 잘랐습니다." 하니 동생은 "네" 하며 의자에서 내리자마자나에게로 달려와서 "엄마 내 머리 어때?"
나는 막둥이 딸 머리를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조금은 삐뚤지만 그래도 잘 잘랐기에 "우와~언니가 머리카락을 잘 잘랐네~" 하고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동생에게 또 사탕하나를 주고 공주놀이를 하며 한참을 놀더니 보자기를 풀어 싱크대에 넣으며 "엄마 배고파 " 하면서 달려왔다.
큰 딸은 머릿방울로 묶고, 작은 딸은 머리핀으로 감쪽같이 숨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우린 자주 가는 중국집으로 갔다.
첫째 딸, 둘째 딸 머리카라 자를 때 그 노란 바가지
큰딸이 바가지를 머리에 덮어 씌우고 머리카락 자르고 몇 개 월 후 둘째 딸 사진
나는 미용사도 아닌 큰언니에게 머리카락을 뭘 믿고 왜 맡겼을까? 내 머리카락은 고1 때까지 미용실 한 번 못 가보고 언니들에게 맡겨졌다. 언니가 세 명이나 더 있었는데 다음에는 넷째 언니가 큰언니 바통을 이어받아 내 머리카락을 마음대로 디자인했다.
나는 결혼을 하였고 두 딸 머리카락을 내 마음대로 디쟈인 하였다. 두 언니들처럼
결혼 전 미용자격증을 따기 위해 난 부단히 노력을 했지만 기술이 부족한 탓인지 자격증은 못 땄지만 나름 자부님을 안고 머리카락 자르는 것에 최선을 다 했고 진심이었다.
결혼한 지 십 년 후 어머니께서 몸살이 나서 입맛이 없다고 하셨다.
전 날 사 둔 전복을 냉장고에서 꺼내 깨끗이 손질해 전복죽을 한가득 끓였다. 싱크대 서랍을 여니 그때 내가 큰 딸, 막둥이 머리카락을, 큰 딸이 동생 머리카락 깎길 때 썼던 보자기 그 금빛 보자기있었다.
이 보자기는 신행 때 시 어머께서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싸서 보낸 금빛보자기였다.
금빛 보자기를 꺼내 전복죽이 담긴 찬합을 올려놓고 보자기를 묶고 피시식 웃으며 두 딸과 함께 시댁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