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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언니는 미용사 (2탄)

젓자락 파마

by 까멜리아

어쩌다 우리는

아무런 저항 없이 소중한 머리카락을

큰언니에게 무조건 맡겼을까?


큰언니가 엄마와 같았기 때문일까?



한겨울! 일요일 8시

아침밥을 대충 먹고 대충 치우고

내 몸은 뱀 허물 벗어 놓은 동굴 같은

이불속으로 몸을 쏙 넣고 무거운

목화솜이불을 코끝까지 끌어올리고

눈만 빼꼼히 내놓았다.

텔레비전을 무의식적으로

보면서 꿈인지 생시인지 ㆍㆍㆍ


부엌과 마당 이방 저 방에서 언니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뭘 하는지

이불을 걷어 차고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가니 태양은 이미 중천에

있었고 내 눈이랑 딱 마주쳐 나의 눈을

부시게 했다.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네!

건너편 옥상에는 언제 늘어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옷가지들이 말라가고 있는 듯

옷자락이 팔랑이고 마당 한가운데는

햇살로 가득 찼다.


큰언니는 둘째, 셋째, 넷째 언니 이름을

쫄로미 불렀다. 나는 늘 덤이었다.


"야드라 마시켜 주게 이리 온나"


나는 큰언니가 뭐 하나 싶어 언니가

가는 곳마다 그림자처럼 쫄쫄쫄

따라다녔다.


큰언니는 둘째 언니를 부엌으로

불렀는데 내가 먼저 갔다.

부엌에는 새벽에 연탄을 갈았는지

다 탄 연탄이 나와 있었고 아궁이에서는

새 연탄이 활활 타고 있었다.

그래서 방바닥이 따뜻했나 보다.


큰언니는 연탄 위에 연탄집게를 걸쳐놓고

그 위에 쇠젓가락 몇 개를 올려놓았다.

작은 언니는 "앗! 뜨거, 앗 뜨거" 하면서

쇠젓가락을 뒤집다가 손을 살짝 데였다.

큰언니는 하얀 장갑을 작은언니에게

건네주었고 장갑을 낀 작은언니는

오른손, 왼 손으로 쇠젓가락을

왔다 갔다 하면서 큰언니에게 전달했다.

큰언니는 시커멓게 탄 쇠젓가락

손잡이 부분을 수건으로 둘둘둘

말아 쥐었다.


셋째 언니는 대청마루에 엉덩이를

비스듬히 앉아있었고 넷째 언니는 이미

셋째 언니의 머리를 빗겨 세끼손톱 양만큼

머리카락을 잡아 훑고 있었다.


큰언니는 넷째 언니가 잡고 있던

머리카락을 왼손으로 다부지게 잡고

오른손에 들고 있던 쇠젓가락을

머리카락 뿌리 부분에 닿지 않도록

툭 수셔놓고 머리카락을 베베 돌리니

쇠젓가락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렇게 다 말아 놓은 젓가락을 내게

건네주었고 나는 쇠젓가락에 붙어있는

머리카락이 행여나 떨어질까 봐

쇠젓가락 손잡이랑 머리카락을 용을 쓰며

잡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큰언니는

다른 쇠젓가락으로 넷째 언니가 떠 준

머리카락을 돌려 또 내 보고 잡아라는

시늉을 하면서 오른손에 잡고 있던

젓가락을 큰언니가 가지고 가더니 입으로

후~후~후~불고는 언니 아랫배 쪽으로

마술사처럼 쇠젓가락을 쓰윽 뺐다.

순간, 셋째 언니 머리카락이

꼬불꼬불해졌다. 그 모습을 본 우리들은

다 같이 "우~~~ 와~~~~" 손뼉을 치면서

소리를 지르면서 즐거워했다.


큰언니는 흐뭇해하면서

"담엔 누구~~~?" 하길래

내가 젤 먼저 손을 번쩍 들고

"저욧 저욧" 했다.


그러나 난 막내라서 꼴찌였다.


다음 순서는 둘째 언니차례

둘째 언니는 " 머리 뜨겁다. 살살해라"

큰언니는 "엄살 피우지 말고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고 했다.

그렇게 옥신각신하면서 파마가 끝났다.


그다음은 넷째 언니 차례

"언니 머리카락은 모발이 직모라서

파마가 잘 안 된다"고 했다.


(언니들은 겨울 방학에는 쇠젓가락 파마

여름 방학에는 아카시아줄기로 파마를

했었다. 처음 쇠젓가락파마 할 때는

젓가락을 너무 달구어 언니들 머리카락을

여러 번 태워 먹었다고 했다.

"쇠젓가락으로 파마하면 원래 머리카락도

다 타고 목도 덴다"라고 해서 언니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또 파마를 했던 것이다.)


나도 쇠젓가락에 델까 봐 무서웠지만

뽀글뽀글 파마는 하고 싶어서

넷째 언니가 일어나자마자 그 자리에

퍼뜩 가서 자리에 턱! 앉았다.

이번에는 입으로 물을 안뿌리고

분무기로 머리카락에 살짝 뿌렸다.


파마머리를 다 한 둘째 언니는

부엌으로 달려가 식은 쇠젓가락을

달구어 대접에 담아서 오기 바빴고

셋째 언니는 달구어진 젓가락을

큰언니에게 조달하기 바빳다.

"나온나, 비키라, 뜨겁다, 조심해라."

하면서 분주하게 부엌을 들락날락했다.


넷째 언니는 큰 언니를 도와

내 머리카락을 적당한 양만큼 잡아

큰언니에게 주었고 큰언니는

양손으로 내 머리 쓰다듬으면서 바빴다.


"언니야 옆집에 고기 꿉나?

이상한 냄새난다"고 하니 언니가

"니 머리카락 타는 냄새다"라고 해서

"머!" 깜짝 놀라 뻘떡 일어났다.

악! 하면서 젓가락을 떨어트린

큰언니는 내 머리를 툭! 치면서

"가만있어라!"고 했다. 기가 죽어

난 그 자리에 다시 앉았다.


몇 십분 지나 머리카락 굽히는 냄새가

뒤통수에서 옆으로 앞으로 솔솔 나 더니

"다 됐다"는 큰언니말에 거울을 보니

머리카락은 꼬불꼬불 파마가 완성되었다.


그렇게 큰언니의 젓가락파마는 끝났다.

출처: 네이버 카페(불에 달군 쇠젓가락 파마)

다음날 아침 머리가 푸쓱해서

머리를 감았다.

"아악!!! 내 파마머리가 다 어디 갔어"

친구들한테 자랑하려고 했는데

파마가 다 없어졌다.


토요일 오후 큰언니한테

또 파마해 달라고 졸랐다.

때마침 넷째 파마 한다고 했다.


연탄불 뚜껑 위에 젓가락을 달구었다.

5개 정도 달구어 놓고 씩은 젓가락을

다시 달구었다.

큰언니는 또 머리카락 몇 올을 잡고

아찔아찔하게 쇠젓가락을 세워놓고

머리카락을 몇 바퀴 돌려놓고

입으로 후~후~불었다.

넷째 언니 머리카락이 짧아서 몇 번만

돌돌돌 마니까 금방 금방 되었다.

어느 정도 손에 질이 난 큰언니는

파마도 속전속결이었다.

뒷머리가 끝났고 옆머리를 할 차례다.

갑자기 넷째 언니의 "앗!뜨거" 비명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보니 넷째 언니 귀가

뻘겋게 지져 저 있었다.

큰언니는 큰일 났다 싶어 내게 소리쳤다.

"빨리 가서 약 가지고 온나" 는 말과 함께

덜컥 급이 난 나는 큰방으로 연결된

부엌문을 열고 텔레비전 다이 밑

빼닫이를 열어 아까쟁끼를 꺼내 쏜살같이

갔다 줬다. 큰언니는 귀를 잡고 있는

넷째 언니의 귀에 급하게 약을 발라 주고

"괜찮나?"고 물으니 "괜찮다"고 해서

다시 나는 쇠젓가락을 달구기 시작했다.

큰언니는 조심조심 다시 쇠젓가락을

툭 끼웠다. 한참 후 넷째 언니의

머리카락에는 약간의 김이 올랐고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짙어 갈수록

파마머리가 완성되었다.


넷째 언니는 거울로 간다.

머리카락을 몇 번 쓸어 올리고 내린 후,

귀를 이리저리 만지더니 책가방을 들고

작은방으로 향했다.


이제는 내 차례였다.

난 부엌 부뚜막에 그대로 앉아 언니의

숙련된 솜씨로 파마가 금방 끝냈다.


새까맣게 탄 쇠젓가락 몇 개는

다음에 또 쓰기 위해 부엌 뒤에

숨겨놓고 까맣게 그을린 쇠젓가락은

수세미에 치약과 소다를 약간 넣어

씻어 숟가락 통에 집어 낳었다.


저녁 식사를 하려고 수저통을 연

엄마가 "젓가락이 왜 씨커멓노?"하셨다.

우리들은 모두 시치미를 뗐고

엄마, 아빠는 언니랑 내 머리카락이

달라진 것도 몰랐다.


당연히 모르시는 이유는 항상 머리를

감은 후 디스코 머리로 땋아 머리카락을

풀면 머리카락이 뽀글뽀글했기 때문이다.


저녁밥을 다 먹고 온 가족들이 모여

간식을 먹고 있은데 넷째 언니

귓밥아래에 아까쟁끼가 빨갛게

발려 저 있었다.



겨울이 지났고 봄이 끝날 무렵

친구들이랑 뒷동산에 놀러 갔다.

아카시아 나무가 한참 멋지게 자랐다.

친구랑 아카시아 잎을 따서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아카시아 잎을

누가 가장 먼저 뜯어 내는지 내기를 했다.


우리는 서로 좋아해 주는 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아카시아 잎을 한가득 따서

"ㅇㅇ이를 좋아해 주는 남자 친구가 있다.

없다. 있다. 없다 ㆍㆍㆍ" 가슴을

조이면서 마지막 하나가 남았는데

"있다"로 끝났다.


내 친구는 "ㅇㅇ야 너 잘 생각해 봐라~

있나 없나"하면서 자꾸만 캐 물었다.

난 "없다" 하면서 도망갔고 친구는

"있잖아, 잘 생각해 봐라." 하면서

놀리면서 따라왔다.

집에 도착해서 손을 씻고 숙제를

하려는데 아카시아 잎을 보면서

넷째 언니가 넌지시 말했다.


"ㅇㅇ아 아카시아 파마 해 줄까?"


나는 또 내 머리카락을 넷째 언니한테

머리를 맡겼다.


아카시아 나뭇잎 줄기 따라 머리카락을

뱅글 돌려 아카시아 줄기로 묶고

놀이터로 나갔다.

놀이터에는 늘 친구들이 모여있었다.

내 모습을 보면서 뭐냐고 궁금해해서

파마했다고 하니 신기해서 친구도 하고

싶다고 했다.

난 "우리 언니한테 물어볼게" 하고는

한참 동안 놀다가 집으로 왔다.

돌아오자마자 언니는

아카시아 줄기를 풀어 주었다.

굽슬굽슬 아카시아 파마가 완성!

출처: 네이버




빨갛게 타오르는 연탄 불 위 쇠젓가락은
이리저리 정신없이 제 몸을 달구고 나면
기막힌 아이롱파마 미용사의 도구였다

출처: 네이버 카페(아이롱 펌 미용 재료)

* 텔레비전 다이 : 텔레비전 받침

* 빼닫이 ( 경사도 사투리) : 서랍

* 아까쟁끼 : 상처에 바르는 붉은 약 (머큐로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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