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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애미 Jul 04. 2024

고양이식당 이야기

- 길을 만드는 사람

나는 점심시간에 산책한다. 요 며칠 할 일이 많아 산책을 못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찾은  숲은 녹음이 더욱 짙어졌다.

길을 걷다 보니 궁금해졌다. 이렇게 사람들이 다니기 편하게, 길이며, 계단이며, 누가 만들었을까?

처음 이 길을 내딛던 누군가의 발자국을 생각하니 새삼 감사함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걸음 걷기 시작할 때 이런 생각이 스쳤다.


 '그럼, 인생의 길은 누가 만들지?'

내가 걷는 인생길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작은 길이 나있었다. 아무것도 없던 그곳에 처음  발을 디디며 헤쳐나가던 이는 누구였을까?


아빠, 엄마,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옛날에 비해 나는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피는 꽃 같던  새색시가  팬티가 한 장뿐이라 빨고 말리고 입었다던 외할머니 이야기가 떠올랐다. 외할머니 어렵던 때에도 자식을 위한 길을 만드셨다. 젓갈행상을  하며 머리에 대야를 이고 익산에서 군산까지 기찻길 따라 걸어가셨던 외할머니... 어느 날엔 기찻길을 걷다 기차에 치어 죽은 사람까지 보셨다지. 그때 같이 행상을 다니시던 친구할머니는 돌아가신 지 이십 년이 넘었고 홀로 남은 할머니는 치매와 노환으로 점점 몸이 쇠약해지고 있다.


"할머니 그럼 젓갈을 어떻게 팔았어?"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면서  젓갈 필요하세요? 하면서 팔았지. 그릇으로 퍼서 팔았어."

"그럼 젓갈은 어떤 거 팔았어?'

"새우젓도 팔고 황새기젓도 팔고 엄청 잘 팔렸어!"

"우리 할머니 대단하다. 난 소심해서 못할 것 같아."


장사 나간 할머니는 며칠을 집에 돌아오지  못하셨다. 그래서 엄마는 국민학교 1학년때부터 식구들의 밥을 지으셨다고 한다. 그땐 시계가 없어 밤인지 새벽이지 모르고 눈만 뜨면  무작정 부엌으로 가  밥을 지으셨다고 한다.  밥이 되기를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기도 여러 번... 담담하게 말하는 그 시절이야기가 다만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가슴이 따끔거리며 애틋하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내가 왜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난 참 강한 사람들의 피를 물려받았구나!'



나는 지금 어떤 길을 만들고 있을까?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  좋은 모습만 보여준 것 같아 아이들한테 미안하다.

이런 나를 보고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

그 답은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 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오늘 만든 음식은 작년에 엄마 생신 때 난생처음 생일상을  차려드리면서 만든 메뉴이다. 엄마는 이곳저곳 아시는 분들에게  자랑을 그렇게나 하셨다고 한다. 이게 뭐라고 그동안 해드리지 못한 것이 죄송하게 느껴졌다.

엄마는 지금도 나의 길을 만드신다.

엄마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감사하고 감사하다.


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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