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저는 거실 소파 위에서 내려와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 아저씨의 뒤에서 느릿느릿 커다란 동작으로 쭉~ 쭉~ 스트레칭을 합니다.
사과 한 조각을 먹고 있던 아저씨는 대문을 열고 나서기 전에 먹던 사과를 남겨서 저 아롱이에게 건네줍니다. 아저씨가 남겨 주는 아침 사과는 얼마나 맛이 있는지요. 이렇게 출근하는 아저씨를 낮은 담장 너머로 아줌마와 함께 배웅을 하고 집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잠시 후 7시 30분쯤, 2층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아롱 오빠의 발자국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면 저 아롱이는 얼른 소파에서 뛰어내려 대문 앞으로 달려 나갑니다. 그리고 대문 앞에 코를 대고 기다리고 있으면 출근을 하는 오빠는 대문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서 저 아롱이의 콧등을 만져주면서 "아롱~ 다녀올게"하고 출근인사를 합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오빠를 배웅합니다.
또 잠시 후, 7시 50분쯤이면 2층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아롱 언니의 발자국 소리를 듣습니다. 귀를 쫑긋하고 듣고 있던 저 아롱이는 또 대문 앞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조금 전 아롱 오빠가 출근할 때처럼 대문 앞에 코를 바짝 들이대고 언니를 기다립니다. 아롱 언니도 대문 사이를 손을 넣어서 저 아롱이의 콧등과 턱을 만져주고, 머리도 쓸어주면서 "아롱아~ 언니 갔다 올게~"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인사를 합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언니를 배웅합니다.
이렇게 아저씨, 오빠, 언니의 출근을 배웅하고 나면 아줌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됩니다.
일주일에 몇 번 아줌마가 강의를 하러 가기 위해서 얼굴에 화장도 하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으면 저 아롱이는 아줌마를 배웅을 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아줌마는 강의를 하기 위해서 외출할 때면 꼭 저 아롱이와 손을 마주치면서 "파이팅~"을 외치며 대문을 나섭니다.
하지만 아줌마가 동네 가까운 곳이나 시장에 갈 때는 강의를 하러 나가는 모습과 분명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저 아롱이는 슬슬 아줌마를 따라가기 위해서 미리 현관문 앞에서 혹은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그럴 때마다 아줌마는 '우리 아롱이는 눈치가 백 단'이라고 합니다.
어둠이 내리는 저녁이면 언니, 아저씨, 오빠 순서대로 퇴근을 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퇴근해서 돌아오는 가족들에게는 출근을 할 때와는 다르게 아주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반겨줍니다. 꼬리가 떨어져 나갈 듯 흔들어대기도 하고, 저의 몸을 빙빙 돌면서 '오늘도 아무 탈 없이 집으로 잘 돌아와서 반갑다'는 표현을 아낌없이 합니다.
그러면 아저씨도, 언니도, 오빠도 맛있는 간식을 선물로 줍니다. 하지만 꼭 간식이 먹고 싶어서 반갑게 반겨주는 것은 결코 아니랍니다.
그러고 보면 저 아롱이는 2013년 5월 5일 창원의 아줌마 집으로 온 이후부터 2021년 지금까지 가족들의 행복하고 우울했던 순간순간마다 함께 했습니다. 어쩌면 가족들이 가장 힘들었던 시간에도 저 아롱이는 가까운 곳에서 함께 했습니다.
아롱이가 처음 아줌마 집에 왔을 때 군대에 입대해 있었던 오빠는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교에 복학을 해서 2년 동안 더 다녔습니다. 오빠가 학교에 갈 때도 가끔 아줌마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오빠를 학교까지 배웅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줌마는 언니와 오빠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증 시험을 치거나, 취업을 하기 위해서 시험 보러 가고 면접을 보러 갈 때 꼭 저 아롱이를 차에 태워서 함께 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언니, 오빠가 시험에 대한 부담감으로 진정되지 못하는 마음을 저 아롱이가 곁에 있으면 편안하게 안정시켜 줄 거라는 생각에서 그랬다고 합니다.
아롱 오빠가 시험을 보러 가는 길에 아롱이도 함께 하고 있어요~
그런 과정에서 2019년 4월에 아롱 오빠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롱 언니도 지난 2021년 4월, 48대 1이라는 경쟁을 뚫고 정규직에 합격을 했습니다. 그동안 인턴과 계약직으로 일을 했기에 언니의 직장에 대해서 내내 불안해했던 아줌마와 아저씨는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그때 가족들은 언니의 합격을 축하하기 위해서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가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아저씨는 제주도에 가는 것보다 아롱이와 함께 가는 가족여행을 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언니와 오빠는 거제도에 있는 애견 펜션을 예약해서 저 아롱이와 함께 1박 2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저 아롱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가족들 중에서 아저씨가 제안을 했다는 것에 아주 큰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거제도로 떠난 가족여행에 아롱이도 함께 했어요~
이제 다음 달 11월 중순이면 아롱 오빠가 결혼을 해서 가족을 떠나 독립을 합니다. 아롱 오빠는 웨딩사진을 촬영하면서 저 아롱이도 함께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진행과정에서 쉽지 않아서 저 아롱이와의 웨딩촬영을 하지 못했습니다. 많이 아쉬워하는 아롱 오빠의 모습에 예비신부 언니는 다른 방법으로 아롱이와 사진을 찍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예비 신랑, 신부와 저 아롱이가 함께 하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진 촬영을 위해서, 목욕할 시기도 아닌데도 아줌마는 저 아롱이의 털도 깎고, 목욕도 시켰답니다.
아줌마는 지난 7월부터 아롱 오빠의 결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저 아롱이 생각을 많이 했대요. 이제 오롯이 자신의 가정을 꾸려서 떠나는 아롱 오빠를 저 아롱이가 3남매를 잘 키워서 입양을 보냈던 것처럼, 아줌마도 아롱 오빠를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떠나보내자고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네요.
이제 더 이상 저 아롱이는 출근하는 아롱 오빠를 배웅할 수도 없고, 퇴근을 하는 아롱 오빠를 반겨 줄 수 없어서 많이 아쉽지만, 우리 아줌마는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저 아롱이는 아줌마를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라온이, 천둥이, 후추 3남매를 낳고 잘 키워서 독립을 시킨 저 아롱이도 '아롱 엄마'이고,
저 아롱이를 가족으로 맞이해서 지금까지 함께 해 준 아줌마도 진짜 '아롱 엄마'가 맞죠?
2017년 10월 31일 저녁, 아줌마는 마산 이그나이트에서 '나는 아롱 엄마'라는 발표를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