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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미숙 Oct 21. 2024

내 이름은 또리(1)

출생과 입양 이야기

내 이름은 또리다. 견종은 보더콜리다. 이름은 마미의 어릴 적 별명인 ‘똘똘이’에서 따왔다고 한다. 똑똑해서 똘똘이였다나? 아무튼 뭐가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들은 우리 견종을 똑똑하다고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개인 걸 잊고 인간들에게 놀아달라고 귀찮을 정도로 조르는 건 사실이다.      

지금부터, 나의 출생과 입양에 대하여 얘기하려고 한다. 나는 5남매 중에 세째(?)로 태어났다. 모견은 검정과 흰색이 섞인 나의 모습과는 달리, 털은 갈색에 흰색이 섞여 있고 눈도 갈색이다. 반면에, 우리 형제는 모두 나랑 같은 색이다. 부견을 닮은 게 아닌가 한다. 태어난 곳은 자그마한 원룸이다. 모견의 견주는 동물 미용을 전공하던 학생이었다. 모견을 기르면서 새끼를 보기 위해서 스마트한 부견을 수소문하여 며칠 동안 시집(?) 보냈던 모양이다. 모견이 시집갔다 온 지 60여일만에 우리 형제들은 하루 동안 순서대로 태어났다. 이 모든 걸 나의 기억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저 모견 견주와 주변 사람들이 주고받은 얘기를 주어 들었을 뿐이다.      

출생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부터는 나의 입양 이야기를 하겠다. 입양이라는 게 같은 종에게 가는 게 아니고, 인간에게 가는 거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모견과 젖을 땔 무렵이었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우리 형제들을 보러 왔다. 생소하고 어색했다. 나도 저이들과 같은 모습일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아무튼 우리 형제들은 매일 새로운 사람들에게 선을 보였다. 형제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낯선 사람들을 보고 꼬리를 있는 대로 흔들어 대며, 

“나좀 데려 가세요, 나를 입양하세요!” 

라며 적극적으로 자기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는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모견과 떨어질 걸 생각하면 왠지 슬플 것 같았다. 그래서 구석에서 쭈뼛쭈뼛했다. 형제들이 하나둘씩 새로운 견주를 만나 집을 떠났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예쁘장한 누나와 인상 좋아 보이는 키다리 아저씨(내 눈에는 무진장 길어 보였다.)가 와서 우리를 구경했다. 또 입양을 하러 온 모양이다. 누나가 신나는 말투로 말했다.

“으음~ 누굴 데려가지?”

남은 우리 형제들은 펜스 안에서 여전히 호들갑을 떨었지만, 나는 여전히 구석에서 부끄럽게 엎드려 있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괜찮은 사람들 같은데... 나하고 잘 지낼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서 눈알을 굴리며 은근히 점지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저 아이는 얌전히 있네요!”

견주는 대뜸 나에 대한 소개를 했다. 

“아네! 저 아이는 착하고 얌전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치이기도 하고 밥도 뺏기곤 한답니다. 그래서인지 좀 작아요.”

나의 아기 때를 생각해 보면, 다른 형제들과 달리 수줍음이 많은 편이었다. 이뻐해달라 다가가지도 못했고, 형제들과 달리 먹을 것을 먼저 먹으려고 힘을 쓰지도 못했기 때문에 견주는 따로 밥을 주곤했다. 

나는 지긋한 눈길로 바라보던 키다리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내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따뜻한 느낌이 전해졌다. 

“아! 그래요?”

키다리 아저씨와 누나 한꺼번에 말했다. 그러더니,

“아빠! 저 아이를 데려가면 좋겠어요.” 

흥분한 듯 누나가 말했다. 

“일단, 엄마한테 허락을 받아야지!” 

“그래, 그럼 엄마를 먼저 어떻게 하든 설득하자”

며칠 후, 아저씨와 누나는 아줌마를 모시고 다시 왔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아줌마는 개건 고양이건 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떻게 설득이 되었는지 아줌마가 나를 보러 왔다.

“엄마, 쟤 어때? 형제들한테 치어서 밥도 뺏긴대!”

“그래? 그래서 작은가 보구나! 쯔쯧~, 그러면 저 아이를 데려 가자”

아줌마는 동정심이 많은 것 같았다. 아니면 내가 보내는 간곡한 눈빛을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저씨는 나를 품에 안았다. 그렇게 나는 모견과 견주를 뒤로 하고 자그마한 원룸을 빠져 나와 미지의 세계로 향했다.      

누나랑 아저씨랑 아줌마는 나를 데리고 조명이 눈부신 대형마트로 갔다. 모든 게 낯설고 신기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저절로 움직이는 기계에 올라서니 맞은 편에서 가득가득 같은 기계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내가 사는 세상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산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나는 겁이 나서 아저씨 품에 내 몸을 바짝 붙였다. 아저씨도 내맘을 알았는지, 

“괜찮아, 이제부터 네가 우리와 함께 살 세상이야, 내가 지켜줄께!”

안심시키듯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내가 쓸 물건들을 잔뜩 사더니 나를 아파트라는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나를 안고 있던 아저씨가 나를 거실 바닦에 조심스럽게 내려 놓았다. 움츠렸던 몸을 푸니, 낯선 환경과 생소한 냄새가 나의 배설본능을 자극 했다.  

“어쩌지? 원룸에서는 견주가 가르쳐 줘서 패드에다 볼일을 봤는데, 여기서는 어디에다 쉬를 하지? 아무 데나 쉬를 해서 쫓겨나면 어쩌지?”

걱정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내 눈을 바라보던 누나가 내 생각을 읽었는지 재빨리 패드를 깔아줬다. 나는 눈치 볼 겨를 없이 얼른 깔아 놓은 패드로 가서 쉬를 했다. 나의 오줌보가 풀리니 속도 풀리는 것 같았다. 속으로 

“휴우~!”

하고 한숨을 쉬고 있는데, 아줌마가 엄청 놀라며 말했다. 

“어머, 기특해라! 패드에다 쉬 한거야? 와하~ 엄청 똑똑하네!”

하며 나를 와락 끌어 안았다.  

“당연한 건데 왜그러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예 강아지 털끝도 못 만지는 사람이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나를 덥썩 안았다는 것이다. 그 일을 두고 마미는 자신의 ‘생의 전환점’이었다고 두고두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말했다.       

쉬를 하고 나니, 새로운 가족은 나에게 ‘또리’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나의 임시 이름은 셋째라고 해서 월화수목토 중에 ‘수’였다. 나는 임시 이름이었던 ‘수’와 작별을 했다. 자기의 별명을 따와 작명을 한 뒤, 아줌마는 나에게 엄격한 말투로 지침 하나를 내렸다. 

“또리야! 너는 거실에서만 사는 거야! 방에는 들어 오면 안되는 거야, 알았지!”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갸우둥 거렸다. 어두운 밤이 되니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나만 거실에 남겨 두고 모두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어두컴컴한 거실에 홀로 남겨진 나는, 엄마랑 형제들이 보고 싶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여 

“끼이잉~ 끼이잉~” 

거리며 한참을 안방 문 앞에서 흐느꼈다. 아줌마가 방에서 나왔다. 속으로 울었는데도 내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엄마가 보고 싶구나! 이제부터는 내가 니 엄마(마미)야!”

하더니, 나를 꼬옥 안아 주었다. 그리고 거실 소파에서 둘이 같이 잤다.      

첫날 밤, 나는, 옥빛 하늘을 나는 꿈을 꿨다. 그 후, 옥빛 하늘처럼 나의 놀이터가 된 온 집안은 쑥대밭이 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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