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들은 성조기를 흔들까?

by 황미숙

광화문은 조선 건국 후 경복궁 정문으로 1395년 건립되어 국가 위상을 상징하는 곳이다. 국가 위상이니 만큼 수난도 많았다. 임진왜란 경복궁과 함께 소실되었다가 1865년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중건으로 복원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 청사 건립으로 경복궁 동쪽으로 강제 이전 당했다. 한국전쟁 때는 폭격을 받아 문루가 소실되었다. 1968년 철근콘크리트로 복원되었다가 2010년 목재로 재복원되어 현재의 웅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국가의 위상을 상징하듯, 광화문광장은 우리나라를 자주적으로 지켜낸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역사문화적 공간으로서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 문화적으로 의미가 깊은 그곳에, 2016년부터 ‘태극기 집회’라는 이름으로 태극기와 함께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휘날리기 시작했다. ‘태극기 집회’는 2016년 11월 19일,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를 열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대한문 일대에서 열렸고, 이후 광화문광장을 주무대로 삼기 시작했다. 집회를 주도하는 세력은 보수 지지자들을 포함하는 극우개신교인들이다.



태극기는 그렇다 치고, 성조기는 왜 흔드는 걸까?

이 기묘한 모습에 대하여 세계 주요 언론들도 궁금해하고 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인 가디언은 2025년 1월 2일 자에서, 이 현상에 대하여 “단순한 친미 성향을 넘어 미국을 이상적 국가로 바라보는 한국 보수 진영의 정치적, 종교적,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 역사적 연유는 미국이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을 해방시켜 줬다는 생각과, 6·25전쟁 당시 한국을 지원한 ‘자유의 수호자’였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 배경에 보수 성향 개신교계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즉, 미국의 기독교적 가치가 민주주의와 결합하면서 한국 보수 개신교 진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의 기독교 우파와 가치관을 공유하며 정치적 반대 세력을 ‘반국가, 친북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지가 언급한 바와 같이, 광화문광장에서 성조기를 흔드는 현상이 개신교계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은 한국개신교 140년의 역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말, 조선에 들어온 개신교 선교사들 가운데 미국 선교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미국 북장로회 계열 보수·근본주의적 선교사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초기 한국 기독교의 신학과 교회 제도, 성경 읽는 방식까지 미국식 개신교를 이식했다.


일제강점기, 미국선교사들은 ‘정교 분리’를 주장하며 한국민들의 3·1운동과 독립운동에 소극적이거나 침묵하는 태도를 보였었다. 그러나 해방 후, 미군정은 한국 엘리트 개신교인들을 행정·정치 영역의 파트너로 활용하면서 친미, 반공적인 정치적 집단으로 한국개신교를 중시하였다. 이때부터 미국 권력과 한국개신교 사이에 긴밀한 반공·친미 동맹이 강하게 형성되었다.


분단과 한국전쟁을 경험한 한국개신교는 공산주의를 ‘신앙의 적’으로 규정했다. 이는 미국 보수 복음주의의 반공주의와 맞물리며 강력한 반공 이데올로기를 형성했다.


더 나아가, 미국 유학과 개신교 신앙을 겸한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이 되면서, 교회는 “기독교+친미=국가 정체성”이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교회는 미국의 원조 물자를 배분하는 창구역할을 하면서 사회·경제적 특권을 누렸고, 목회자들과 개신교 엘리트층은 정치는 물론이고 교육과 언론까지 주도권을 장악해 나갔다.


성장주의 시대에는 미국 교회를 모델로 삼아 미국의 초대형 교회와 미국 패권을 숭배하였다. 그러면서 특정 정권이나 정당과 결탁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정교분리’는 시늉에 불과했다.



이렇듯, “기독교+친미=국가 정체성”의 신념을 지닌 한국개신교는 “미국식 기독교 우파”와 연결된 정치·문화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공유해 왔다. 최근, 이들은 미국식 기독교 우파 성향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운동’을 명시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MAGA 운동’은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 이들은 반공주의, 기독교 전통적 가치 옹호, 그리고 미국과의 동맹 강화라는 공통된 이념에서 한국의 보수 개신교계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판 ‘MAGA 운동’은 미국 극우 단체 ‘터닝 포인트 USA'(Turning Point USA, TPUSA)’를 Control C→ Control V 한 것이다. 이들은 ‘빌드업 코리아(Build Up Korea)’와 같은 단체들을 만들어 한국 청년층에게 왜곡된 정치 논리를 주입하고 있다. 이는 “반공·민족주의·기독교 국가론·혐오와 차별”을 결합한 특유의 극우 종교 정치 세력으로 진화해왔다.


결국, 문화·상징․권력에서 성조기와 미국주의가 한국의 개신교를 뒤덮는 형국이 되었다.

성조기를 흔드는 관행은 “복음을 가져온 나라이자 우리를 지켜 준 나라가 미국”이라는 기억과, 미국의 군사·정치 권력에 기대어 자신들의 사회적 영향력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심리가 겹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세종대왕은 중국 중심 질서 속에서 조선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지켰고, 왜구의 침입에 대마도 정벌을 단행하였다. 이후 삼포 개항·계해약조 체결로 통상과 통제를 병행하며 자주적 대일 정책을 폈다. 또한, 조선의 영토 인식을 분명히 하여 압록강·두만강 일대 국경을 정비하고 방어 체제를 강화하는 등 자주적 국방을 강화했다.

이순신 장군은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임진왜란 때 대첩을 통해 목숨 걸고 왜구를 물리쳐 한반도를 지켜낸 위인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저들도 알고 있을 텐데, 자주적 의식 없이 미국에 빌붙어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저들은 어느 나라 국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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