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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Sep 15. 2023

일본 NHK 방송 탔던 날

Ep35. 일본에 오래 살고 보니 별 일이 다 있네. 

"잠시 인터뷰 좀 하실 수 있을까요?"


때는 2022년 2월 23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재외선거일이었다. 우리나라 주요 선거가 있으면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재외국민 사전투표를 신청해서 소중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일본에서 대선참가는 지난 제19대 대선 이후 두 번째다. 이곳 일본 도쿄에서는 아자부주반(麻布十番)에 있는 주일본 대한민국 대사관(영사관)에서 진행된다.


당일도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선거에 필요한 신분증을 챙겨서 아자부주반으로 향했다. 집에서부터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니 (왕복 3시간)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앞으로의 대한민국의 5년이 달려있기에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선거이다.


신분증 확인하고 검문 게이트를 통과하여 대사관 안으로 들어갔다. 대사관 주변에는 이미 한국 방송사들은 물론 일본 방송사들 취재차량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투표장 입구에도 투표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있었다.


투표를 하러 오기 전 대선후보 토론이나 각종 매체들을 통해 후보자들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고 마음속에서는 이미 결론이 나 있었기 때문에 투표장에 들어가서 망설임 없이 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그렇게 투표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대사관 건물 밖으로 나오는데 갑자기 일본 사람이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오늘 투표하셨나요? 혹시 잠시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보아하니 NHK 취재기자 같았다. 불쑥 들어온 마이크에 당황할 법도 한대 나는 무슨 용기가 났던 것인지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럼 지금부터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일본에 온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그때부터 기자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아마 긴장감을 없애주기 위해 처음에는 평이한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조금씩 현재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향후 정권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 조금은 딥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그나저나 상대는 일본 국영방송인 NHK가 아닌가. 여기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내 신상이 탈탈탈 털려 버릴지도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부터 일본 생활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데 종종 매국노라느니, 친일파라느니 공격을 받기도 했었기 때문에...) 기자도 뭔가 특정 대답을 원하는 것 같은 눈치. 그때부터 조금 대사가 꼬이기 시작했다.


말을 하면서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고 뭔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인터뷰는 마무리되었다. 아쉽기는 했지만 재밌는 경험 하나 했다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4시간 후. 집에 도착하여 확인해 보니 NHK 인터뷰 한 내용이 이미 일본 전역으로 송출되었다. 앞전에 했던 대부분의 내용은 (당연히) 통편집되었고 인터뷰 말미의 내용이 약 8초가량 나왔다.


'한일관계가 앞으로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 부분이 말이다.



실제 방송을 탄 NHK인터뷰 화면 (출처: NHK NEWS)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시점은 2022년이며, 일부 편협하거나 주관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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