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4. 팀장이 되어 지냈던 1년간의 짧은 스케치
"이번 분기 승진자 발표합니다. EC팀 김상(씨). EC팀리더 (팀장)로 승진"
코로나 와중에 회사를 옮긴 지 약 1년 만에 팀장이 되었다. 맨 처음 이 회사에 들어왔을 때 목표했었던 임원으로 가는 길에 성큼 가까워져가고 있음을 느꼈다.
EC팀 자체는 4명으로 적은 인원수였지만 먼저 들어왔던 일본인 직원들을 앞서 팀장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이었다. 팀장이 되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은 분기 (KPI) 목표를 팀원 중 유일하게 120% 이상으로 초과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연이어 재택근무가 이어지고 하루 종일 모니터 화면만을 바라봐야 하다 보니 정말 할 수 있는 게 '일'밖에 없었고 이전 회사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봤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회사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도 크게 한몫했다.
그나저나 팀장이 되고 난 이후로는 일반 사원이었을 때보다 추가로 주어지는 업무들이 (당연히)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팀원 관리
팀 전체 실적목표를 공유하고 개별 포지션을 정해서 KPI를 설정한다. 그리고 매주 성과달성 척도를 체크(주간보고)한다. 당연하지만 모든 것들이 일본어로 이루어진다.
일본에 온 지 회수가 꽤 지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본어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어쭙잖은 일본어와 실력으로 이들과 대면했다가는 팀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위기감에 직면했다.
그래서 업무전후나 주말에는 일본어 공부에 다시금 매진했다. 그리고 사내 또는 다른 회사와의 미팅에서 일본 사람들이 쓰는 표현 중 자주 쓰이거나(하지만 내가 잘 몰랐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 표현들은 별도로 메모해 두었다가 활용했다.
그리고 내 일 외에도 이들이 하는 업무 하나하나 체크하고 혹시 놓치고 있는 게 없는지 체크하기 시작했다. (일명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라고 한다.) 그렇다고 사사건건 참견해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 뻔하기에 긴급을 요하는 일이 아니라면 주로 개별 주간보고 때 내용을 전달했다.
다행히도 팀원들은 특별히 문제없이 잘 따라와 주었고 팀장으로의 역할에도 금세 익숙해졌다. 팀원들이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며 회사에 있건 재택근무를 하건 서로 웃으면서 독려하면서 일을 해나갈 수 있었다.
만약 코로나만 없었더라면 자주 회식도 했었을 것 같다. 코로나 잠잠해지면 일 끝나고 다 같이 맥주 한잔 시원하게 하자고 서로들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렇게 ec팀을 맡게 된 지 1년이 지났을 때, 비로소 다 같이 맥주를 한잔 할 수 있는 날이 다가왔다. 그날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퇴사날이었다.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시점은 2021~2022년이며, 일부 편협하거나 주관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