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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Sep 04. 2023

재택근무는 지옥이다.

Ep33. 일본에서 고독사 하는 줄 알았다.

"다음주부터는 김상(김씨)도 재택근무하세요."


회사를 옮기고 3개월간의 수습기간 동안은 매일같이 출퇴근을 반복했었다. 전철을 타고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지만 전직장에서도 딱히 코로나라고 재택근무가 있지는 않았기에 딱히 불편함이 없었다. 통근하는 사람도 줄어드니 자연스레 앉아서 갈 확률도 늘어났고.


그러다 올 것이 온것이었다. 원래 데스크탑을 썼었지만 리모트 워크를 장려한다는 회사의 방침으로 전원 노트북으로 교체되었다. 그리고 정사원이 된 나도 본격적으로 재택근무자 명단에 추가되었다.


사실 재택근무를 하면 따라오는 이점들이 꽤 있었다. 일단 출퇴근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귀찮은)청소당번에서 제외된다는 점,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등 세어보니 꽤 많은 장점이 있었다.


다만 몇가지 귀찮은 것들이 있었는데 일단 집안에 책상이며 인터넷 시설을 다시금 손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책상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쓰는 인터넷인 소프트뱅크 히카리(光)는 이상하게 너무도 자주 끊겼다. 이게 참 웃긴게 날이 맑은 땐 그럭저럭 괜찮은데 비오거나 기상이 안좋을땐 유달리 끊기는 현상이 심했다.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해서 물어봐도 회선 자체에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며 동일 증상이 반복되면 모뎀을 재부팅해보라는 답이 대부분이었다. 수십번을 같은 케이스로 문의를 했고 결국 모뎀을 교체해서 사용했지만 역시 간헐적으로 끊기는 현상이 있었다. 그냥 일본 인터넷이 원래 이런가 보다 하고 쓰는게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재택근무 하는 동안 근무를 제대로 하는지 감시를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도입되었었다. F-chair라는 것인데, 재택근무를 할때는 늘 이 프로그램을 가동시켜야 했다.


재택근무 업무 시작전 찍었단 사진. 모니터화면 좌측 상단에 감시프로그램인 F-char가 실행되어 있다.


뭐하는 프로그램인가하면 10분에 1번씩 내 모니터 화면이 캡쳐된다. 캡쳐된 화면은 크라우드에 저장이 되고 조직 관리자, 인사팀에서 이를 확인 할 수 있다. 만약 20분이상 화면에 변화가 없다면 사유를 보고해야한다. 화장실이라도 한번 갔다 올려고 하면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재택근무 환경에도 제법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한달에 한, 두번 나가는 출근길이 어색했을 정도. 사람이 자주 들락날락 하는 회사였다보니 갈때 마다 처음보는 사람이 있었다. 출근표에 이름이 사라진 사람을 보면 '아 .. 퇴사했구나'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고.


그렇게 재택근무를 한지 한 6개월이 지났을까 점점 후유증이 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사회적 단절로 인한 답답함이었지 싶다.


출근을 하면 비슷한 직장인들이 거리를 다니는 모습도 보기도 하고, 일하다가 옆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재택근무를 하면서는 대부분 그러한 것들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회사 방침으로 사내 미팅은 30분 이상은 금지였다. 모니터화면은 계속 감시를 받고 있지, 대화를 나눌 상대는 없지(채팅으로 하긴 한다만...) 정말 일 말고는 할게 없었다.


집인데도 왜이리 빨리 퇴근이 하고 싶던지!!!


이렇게 일본에서 일만 하다 죽을바에는 차라리 한국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마구 솟구쳤다. 아마 이때부터 일본생활을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얼마 뒤. 

성과를 인정받고 팀장으로 승진해버렸다.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시점은 2021년이며, 일부 편협하거나 주관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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