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7. 사요나라 니혼
"평생 일본에 살려고 합니다. 떠날 생각은 1도 없습니다."
일본에서 면접을 볼때면 단골로 나오는 질문은 단언컨데 일본에 언제까지 있을 생각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고용주 (팀) 입장에서는 언제 모국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떠안은 외국인을 채용한다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나는, 적어도 코로나 이전까지만해도 일본에서 평생을 지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원해서 시작했던 일본 생활이었고 크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라 할만한 것도 없었다. 그리고 어느덧 한국보다 더 편한 곳이 되었으니 평생 있는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러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회사에서, 새로 배정된 일본인 상사의 이지매 아닌 이지매(?)를 겪으며 일본인은 물론 일본 생활에 대한 회의감마저 크게 느끼게 되었다. 나의 업무에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는 것은 물론이고 업무지시도 늘 불분명했다.
최대한 그의 의중을 헤아려 원하는 자료를 만들어가면 매번 '이게 아니야!'라고 했고 몇차례 도움을 요청해서 다시 수정해서 가도 이게 아니야... 그리고 내가 GIVE UP을 외칠즈음이 되면 본인이 원하는 양식을 나에게 던져주는 식이었다.
이게 그의 교육방식이었을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도저히 여기에 맞출 수가 없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날 몇일을 고민하고 다른 업무도 밀리고 말았는데... 그걸 단 몇분안에 해결 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으면서 매번 이런식으로(?) 골탕먹였다.
실적목표는 비현실적으로 높게 설정했고 매주 1:1 면담때마다 실적에 대한 질책뿐이었다. 당연히 실적 달성을 하지 못했고 성과에 따라 상여가 주어지는 회사 규칙에 따라 상여는 삭감되었다.
이런식으로 이 회사에서 있을 바에야 그동안의 경력과 노하우를 살려 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에서도 e커머스 부분에서는 내가 가장 실적이 좋았다.)
한편,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묶여 있는 동안 일본에 고립되어 있으면서 일본이 얼마나 변화에 조용한 나라인가를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극단적인 예로 대한민국은 BTS를 비롯한 다양한 K-POP그룹이 전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동안 J-POP그룹의 퍼포먼스는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이던 2000년도 초반에 머물러 있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아직도 현금이 없으면 이용할 수 없는 식당이나 서비스 시설도 존재한다. 은행(타행)송금도 리얼타임이 아니다. (이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스스로도 한단계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아닌 오히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일본생활에 종지부를 찍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일부 편협하거나 주관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