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망해도 노래를 불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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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초이 : 잠깐만... 정동수요??? 정동수 장관님이요????
드러머 (통화) : 네~ 맞아요. 여기 광선백과서문에 정동수 과학부 장관이라고 써 있네요
(책 넘기는 소리 in)
정동수 (리버브) : 이 글은 과학부 장관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소임을 담았습니다. 지구는 태양의 이상 반응인 광선 반사로 사람들이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태양에 노출 되면 피부가 괴사하고, 호흡을 할 수 없게 되었죠. 그래서 저는 블랙홀을 열어, 우리 태양계가 아닌 다른 은하계로 사람들을 대피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지구인들이 블랙홀로 탈출은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저는 마지막 우주선을 떠나보낸 뒤, 블랙홀로 가는 길을 폭발시켰습니다. 블랙홀을 폭발시켜서, 지구 주변의 시공간이 뒤틀어지자 지금처럼 지구 자전축이 틀어진거죠. 자전축이 틀어지자, 우리는 긴 겨울을 맞이했습니다. 이 겨울동안, 광선반사로는 자유롭지만 혹독한 겨울을 맞이해야했습니다. 떠나버린 사람들은 모를껍니다. 그 곳은 우리와 시간이 다르게 가니까요. 그 사람들에겐 잠깐 여행 온 것처럼 시간이 느껴지겠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를 겁니다. 겨울이 너무 깁니다.
곤초이 : (울먹이며) 장관님...
까르푸 : 왜그래 곤초이- 아는 사람이야?
주쏘 : 그러게 왜 그러는 거야 아까부터?
드러머 (통화) : 그리고 마지막엔 이렇게 쓰여있어요
정동수 (리버브) : 하지만 우리, 우리의 노래를 멈추지 맙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이 우주 어디선가 우리의 노래를 누군가는 들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곤초이 : 장관님은 결국 남아서 끝까지 책임을 지셨네요...
까르푸 : 무슨 일이야? 이야기 좀 해줘-
주쏘 : 그래- 갑자기 혼자 왜그래?
곤초이 : 그러니까...
(시간 경과 효과음 in)
까르푸 : 그러니까, 이 곤초이호를 만든 사람이 그- 정동수라는 사람이란 거지?
주쏘 : 곤초이를 지구에서 탈출 시켜준 사람도 그- 장관 아저씨였고
곤초이 : 그래~ 나한테는 은인 같은 분이셔
(무선 통신 효과음 in)
에이전시 (통화) : 곤초이호, 곤초이호 들리나
곤초이 : 응? 공연에이전시 무전이잖아! 네, 무슨 일이시죠?
에이전시 (통화) : 이번 성간 버스킹 공연 말이네
곤초이 : 네, 안 그래도 지금 연습 하려던 참이에요
에이전시 (통화) : 그게 말이네, 문제가 생겼어. 드러머가 꼭 필요하다는군.
까르푸 : (당황하며) 뭐라구요? 이곳 GTR 성간에 드러머가 없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에이전시 (통화) : 그렇네만... 자네들이 성간 주민들의 귀 수준을 높여 놓은 걸 어떡하나?? 이제 사람들은 드럼 비트 없이는 자네들 음악을 듣지 않겠다는군
주쏘 : (화를 내며) 이봐요 아저씨, 우리 3인조 공연도 감지덕지해야지 어디서 지금...
곤초이 : 잠깐만. 알겠습니다. 일단 끊죠.
주쏘 : 우리 이번 공연을 놓치면, 큰일이잖아 당장 다시 연락해서 드러머 없이 하겠다고 하자!
까르푸 : 그런데 성간 사람들이 드럼 비트를 내놓으라고 한 게 하루이틀은 아니잖아... 터질께 터졌지 뭐~
주쏘 : 지금 그게 중요해?? 우리 그공연 못하면, 당장 이번 달 생활비는 어떻게해?
곤초이 : 주쏘. 그만.
(슬픈 BG in)
주쏘 : (울부짖으며)아니! 뭐가 그만이야? 까르푸도 곤초이도 왜 자꾸 나만 속이려고 그래?
까르푸 : (다그치며) 주쏘!!
주쏘 : (울먹이며) 나도 우리가 지금 어렵다는 것쯤은 알아. 매일 계기판에 연료 부족이라고 뜨는 것도 보이고, 우리 함선이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부서져 버린다는 것쯤도 알아!!
곤초이 : (달래듯) 주쏘. 괜찮아.
주쏘 : (계속 화내며) 괜찮긴 뭐가 괜찮아?
까르푸 : (달래면서) 일단 진정 좀해 왜 갑자기 흥분하고 그래.
(슬픈 BG out)
드러머 (통화) : (눈치를 보며) 저기 이런 분위기 속에 이런 말씀드려서 죄송하지만 저는 이만 끊어도 될까요?
곤초이 : 죄송합니다, 저희가 갑자기 일이 생겨버렸네요 그럼 이만... (갑자기 생각난 듯) 아!! 잠깐만요 혹시 지구에서 지금 드럼을 쳐주실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