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는 오랜만에 바다에 누워보았다. 물을 가득 머금은 공기가 많았을 뿐이지, 해는 맑고 선명하게
하늘 위로 떠 있었다. 평일이라 그런 걸까, 휴가철이어도 제법 사람들이 없었다. 발끝에만 바닷물을
적시려고 했었는데, 갈아입을 여분 옷이 있다는 핑계로 바다로 들어갔다. 마음이야, 멋있게 바다를 향해
다이빙하고 싶지만, 차가운 바닷물 때문에 어깨와 팔을 한껏 움츠리며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바닷속으로 향했다. 깔끄럽고 부드러운 모래알이 발가락 사이에 모여있다가 파도에 쓸려 없어졌다. 바닥에
닿았던 모래는 마치 푹 꺼진 두꺼운 베개처럼 푹신하면서도 딱딱했다. 갯벌처럼 밑으로 '쑥' 빠질 것 같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바다를 향해 나를 밖으로 내어줬다.
수영도 조금은 배웠으니 내친김에 바다 수영을 해보기로 했다. 수경이나 스노클링 마스크 같은 건 없지만,
파도도 없고 잔잔하니까, 두발이 바닥에 온전히 닿는 곳이라면, 헤엄치며 놀기에는 더없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름 작은 헤엄을 치며 조금씩 노는데 이대로 놀다가는 바닷물에 체력이 금방 떨어질 것만 같았다.
"간만의 여름 바다인데"
"마음먹고 바다 물놀이하러 왔는데 말이지"
이대로 물놀이를 빨리 끝낼 수 없다는 생각에 몸을 돌려 하늘과 맞닿은 채로 누웠다. 잔잔한 듯 크게 울렁이는 바다 물결 사이로 몸이 두둥실 떴다. 멀미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물 아래에서 누군가가 나를 통통 위로 치듯 말듯 장난치는 것만 같았다. 힘을 뺀 채로 살살 다리를 휘저으니 하늘에 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햇빛이 모자챙을 비집고 들어와서 눈이 꽤 많이 부셨지만, 하늘 색상이 맑아서 자꾸만 하늘을 바라보게 됐다. 솜털 같은 구름이 띄엄띄엄 하늘에 달려 있었다. 도심에서 올려다보는 하늘과는 다른 기분이다. 어떠한 기분인지, 아직은 자세히 설명하지 못할 것 같지만,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현실을 잠시 잊은 것 같아서 혹은 동화 속에 나올 법한 풍경에 있어서, 그런 기분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지, 여름 물놀이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음에 신나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아무렴 어때, 지금, 이 순간 즐거우면 됐다고 생각했다. 하늘과 구름을 마주한 채 보낸 이 순간들은 내 기억 한편에 콕 깊게 박혀있을 것 같다.
'기분전환이 필요한 버거운 시간이 올 때면, 이 순간들을 꺼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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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미혜(mihye)
인스타그램: @hmye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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