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오면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많이 걷게 된다. 온 김에 하나라도 더 보려는 욕심 때문인지. 단순히 자연이 좋아서, 그저 풍경에 반해서 많이 걷게 되는 건지는 솔직히 아직 명확히 모르겠다. 어쩌면 두 이유 모두 다 맞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새벽 버스를 타고, 아침 일찍 비행기에 탑승도 했었는데 오름까지 다녀와서 그런 걸까. 몸이 은근히 축 처진다. 마음은 이미 다른 주변에도 가고 싶은데 몸이 잘 따라와 주질 않았다. 그래서 늦은 점심과 이른 저녁 사이의 식사를 한 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번 숙소도 자연휴양림이다. 평일 낮 시간대라 사람 소리가 없다. 가끔 바람 소리와 흔들리는 나뭇잎. 바삐 흘러가는 구름만 눈에 선하게 보였다. 방바닥은 점차 뜨끈뜨끈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레 몸이 누워졌다.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의례 틀어놓기만 했었던 TV도 켜지 않고, 생각을 비워둔 채 몇십분 이상 있어 본 건 오랜만인 것 같다. 약간의 고요함이 너무 고요한 거 아닌가 싶다가도 좋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렸다. 방은 따뜻하고 피곤하니 눈이 감겨온다. 눈을 감고 지긋이 있으니 이런 휴식다운 휴식이 오랜만이라 너무 반가웠다.
일정대로 움직이지 않고, 가끔 이렇게 누워서 쉼을 만끽하는 것도 여행을 위한 여행이라고, 좋은 여행이라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여행이라고 꼭 알차게 다닐 필요는 없지!
일러스트레이터 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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