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가 아닌 산책하다
제주 날씨는 참 변덕스럽고, 변화무쌍했다. 엊그제 비가 내렸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쨍쨍 맑아졌고, 다시 비가 휘몰아쳤다. 제주 여행 오기 전, 일기예보 확인했을 때는 그저 흐린 날씨였는데 말이다.
원래대로라면 한라산이나 제주 서쪽으로 여행하려 했었다. 그런데, 비 때문에, 숙소에 있게 됐다. 평상시라면 카페라던가, 집에서 고요히 창밖을 바라봤을 텐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잠깐 우비를 입고, 데크길 따라 가볍게 산책로를 걸었다. 숙소가 자연 속에 있어서 그럴까. 보이는 풍경이 온통 초록색 푸른빛이었다. 비 때문인지 색상이 유난히 더 짙게 다가왔다. 촉촉하고 습한 빗방울이 비바람이 코끝을 스쳐 내 몸으로 들어왔다. 시원한데 비가 온몸을 적시니 얼굴이 찌푸려졌다. 비에 맞은 나무와 풀꽃들을 보니 활력을 띠고 있다. 온몸으로 빗방울을 맞았는데도 버거워 보이지 않았다. 유연하되, 힘껏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알게 모르게 그들에게서 위로와 힘을 받게 되었다. 나도 덩달아 기운이 솟아난다. 제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힘을 내서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항상 해가 뜬 맑은 날의 제주만 예쁘고 좋은 게 아니었다. 그 날씨만이 줄 수 있는 감정과 느낌을 마음에 잘 담아두자 생각했다. 우울하면 우울한 대로, 위로받았다면 위로받은 대로, 밝다면 밝고 긍정적인 느낌 그대로 말이지.
비 오던 날, 숙소에서 그렸던 드로잉입니다.
산책길에서 만난 작은 꽃들과 나뭇잎이에요. 자세히 볼수록, 처음 보는 꽃들도 식물도 많아서 발걸음이 더뎌졌어요. 제주에 왔기에, 눈길이 하나하나 닿게 된 걸까요? :)
일러스트레이터 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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