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영아리 오름과 거문오름, 그리고 다랑쉬오름
비 오는 날에는 물영아리오름을
제주 도착한 날,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지만 비가 내렸다. 그래도 좋은 건 바람이 세차게 불지 않아서 비가 차분히 보슬보슬 내린다는 점 아닐까. 비구름 때문에 하늘도 먹색이다. 비 오는 날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실내 장소가 편하겠지만, 제주만의 풍경을 만끽하고 싶어서 물영아리오름으로 갔다.
물영아리 오름에는 소 무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거나 앉아있었다. 소 사이로 무심한 듯 아닌 듯 어울려 있는 꿩과 노루가 보였다. 시골 풍경에서 제법 볼법한 풍경인데, 제주에 왔다는 생각 때문일까. 살짝 낀 안개와 빽빽한 숲을 같이 보니 신령한 곳에 온 기분이다.
안개 때문에 조금 스산한 느낌도 있지만, 불규칙적이고 빽빽하게 모여있는 날씬한 나무 사이로 길을 걸으니, 탐험가가 된 기분이다. 밝았다가 어두워지는 숲 터널을 여러 차례 통과하다 보면, 오름 정상에 다다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껍게 쌓인 안개 덕택에 나와 가까이 있는 나무와 작은 습지 외에는 모든 세상이 하얗다. 물영아리오름 이름 그대로, 신령스러운 곳이다. 맑은 날의 오름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물영아리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은 세 갈래가 있는데, 저는 오른쪽 능선을 따라 완만히 돌아가는 등반을 선택했습니다. 내려갈 때는 가파른 경사와 계단이 펼쳐진 코스로 내려왔는데요. (23년 4월 기준) 너무 가팔라서 이 코스로 올라갔더라면, 정상까지 꽤 인내심을 요구할 것 같습니다. 물론, 고생 끝에 멋진 경치는 더없이 더 멋지지만요!
물영아리 오름은 습지가 포인트이니 꼭 둘러보시길 추천합니다. 호수처럼 물이 가득 차 있지는 않고 중심부에만 물이 살짝 있었지만, 때에 따라서는 물이 차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언제 찾아와도 크고 깊은 거문오름
제주 오름 중에서 유일하게 예약해야 갈 수 있다는 곳이기에 호기심 하나로 가봤던 오름이다. 게다가 2~3번을 올라갔던 오름이다. (물론, 같은 오름을 수없이 등산한 분도 많겠지만, 나에게 2번 이상 올랐다는 건! 너무 좋았을 때 가기에 강조해서 써봤다. :) )
기대보다 좋았기에 다시 찾게 되는 오름. 특히, 해설 들으며 트레킹 하는 곳이라, 보고 듣고 느끼는 게 많아서 좋다. 가이드 선생님에 따라서 설명의 정도와 내용도 달라서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역시, 아는 내용이 있어야 더 많이 보인다! 아쉬운 점이라면, 설명 들으려면 앞쪽에 서야 한다는 점이랄까. 잠시 구경하다가 뒤쪽에 있으면 쫓아가기 바빠서 빠른 걸음으로 트레킹만 한 느낌이다.
거문오름 예약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습니다.
거문오름 코스는 3코스로 나누어져 있는데 2코스까지는 꼭 가보는 걸 추천합니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진가는 2코스에서 시작되는 터라. 꼭 가보시길 추천하고 싶네요. 1코스의 계단이 매우 숨 가쁘지만 잠시일 뿐입니다. 2코스는 오르막과 내리막 길, 평탄한길 모두 골고루 있어요. 트레킹 시간이 좀 더 길뿐, 1코스보다 더 쉽고 평이했습니다.
반가워! 다랑쉬오름
오름의 여왕답게 동그랗고 크고 예뻐서 가보라는 추천을 많이 받은 오름이었다. 그래서 꼭 가보고 싶은 오름이었는데, 제주 여행 가더라도 등반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이번이 아니면 못 간다는 생각으로 틈내어 드디어 가봤다. 오름 여왕답게, 다랑쉬오름은 등반 초반부터 가파른 계단이 반겨주었다. 꽤 헉헉거리며 올라가다 멈추기를 반복하게 되는데, 멈춰 선 곳마다 풍경이 힘듦을 잊게 해 줬다. 게다가 길이 잘 다듬어져 있어서 풍경을 보며 올라가기에도 좋았다. 다랑쉬 오름 바로 옆에 아기처럼 붙어있는 아끈다랑쉬오름도 작게 보였다. 많이 올라온 것 같지도 않은데, 저 멀리 작고 큰 오름들이 보이는 걸 보아하니, 다랑쉬오름이 큰 오름이 맞는구나 싶었다. 옆으로는 예쁜 진분홍 꽃들이 활짝 펴있어서 꽃 터널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철쭉꽃 같은데, 철쭉꽃이 이렇게 큰 꽃도 있었나 싶었다. 작은 내 손바닥만큼은 넉넉히 꽉 채울만한 크기였다.
다랑쉬 오름에 올라서자 확 트인 주변 경관이 펼쳐졌다. 오름 정상을 따라 걷는 길은 나무가 작거나 없는 편이라, 걸으며 구경하기 너무 좋았다. 저긴 어디일까. 저 마을은 어디일까. 저기는 어떤 밭일까. 매끄러운 정상길 따라 한 바퀴 도니 바람이 세게 밀려온다. 모자를 푹 눌러썼었는데, 모자를 벗고 머리카락이 자유자재로 흩날리든 말든,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또 걸었다. 분화구를 중심으로 천천히 걸으니, 행성 고리 위를 걷는 기분이다. 제주 오름 정상에 올라서서 풍경을 바라보던 상상 속 풍경 경치가 딱, 다랑쉬 오름 정상 트레킹이다. 역시, 다랑쉬오름에 오르길 잘했다! 4월 말과 5월 초 제주 여행지를 추천하라 하면 나는 다랑쉬오름을 먼저 말할 테다.
다랑쉬오름 근처에는 비자림과 아끈다랑쉬오름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곳으로 선택하시어 같이 여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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