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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ye Aug 01. 2020

템플스테이

2017 템플스테이 일러스트레이션 기록 일기

copyright(c) 미혜 all rights reserved.



<detail cut>

copyright(c) 미혜 all rights reserved.



내 서랍 속에 고이 잠들고 있었던 개인 작업 중 하나. 

오래됐지만, 예전에 엄마와 함께 템플스테이를 처음으로 체험해봤다. 무교지만 템플스테이가 궁금하기도 했고, 복잡한 생각도 정리할 겸 조용히 보내고 싶은 생각에 템플스테이를 덜컥 신청해버렸다. 여행주간 프로그램이라 해서 템플스테이를 일 이만 원에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미 관심 있거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던지 템플스테이 신청이 빨리 마감되곤 했었다.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진관사로 템플스테이 하러 갔었는데, 생각보다 절이 산속 깊이 있지 않고, 대중교통이 잘 돼 있어서 접근성이 좋았다. 물론, 가는 데만 2시간 걸렸던 터라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다른 절에 비하면 대중교통으로 절 근처까지 가까이 갈 수 있고, 버스나 택시를 오래 기다려야 하는 뜬 시간이 없어서 좋았다. 

절에 도착한 후, 안내에 따라 템플스테이 옷으로 환복했다. 템플스테이 옷으로 받은 건 조끼와 바지 한 벌이었는데 개량 한복인 것 같기도 하고, 절 옷 같기도 했는데, 옷 품이 커서 벌써 몸이 편안해졌다. 특히 바지가 넉넉히 커서, 두 다리를 모으고 있으면 그 생김새가 복주머니 같기도 하고 홀쭉한 달항아리 같아서, 재밌어서 이리저리 내 다리를 움직이며 살펴보곤 했었다. 

내가 신청한 템플스테이는 체험형이라 여유롭게 보내기 보다는 절 안에서 꽤 바쁜 시간을 보냈다. 타종체험도 해볼 수 있었고, 어떤 말인지 어떤 뜻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무작정 스님 따라 불경 책(?)을 따라 읽어보았다. 태어나서 108배도 처음 해봤는데 다리가 어찌나 후들후들하던지,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도 다 마쳐서 혼자 속으로 자신을 칭찬하곤 했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사찰음식도 맛볼 수 있었는데, 오신채를 안 썼음에도, 오신채가 들어간 음식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갈해서 맛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먹으면서 맛있다만 몇 번 외쳤는지..

(오신채: 자극성이 있는 다섯 가지 채소류. 불가(佛家)에서는 마늘ㆍ달래ㆍ무릇ㆍ김장파ㆍ실파를 가리키고, 도가(道家)에서는 부추ㆍ자총이ㆍ마늘ㆍ평지ㆍ무릇을 이른다. 모두 음욕과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라고 하여 금식한다. -다음 국어사전 발췌-) 

힘들었던 점이라면 저녁 10시 이전에 잠들어야 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던 것?

당시 올빼미형인 나에게는 좀 힘들었다만, 밤과 새벽에 들리던, 바람과 나뭇잎 소리, 풀벌레 소리, 새벽을 알리는 작지만 고요하게 울리던 목탁 소리는 잊지 못할 풍경이었다.







일러스트레이터 미혜(mihye)

여유롭고 편안한 순간을 그립니다. 

www.instagram.com/hmye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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