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1985>는 1910년대 아프리카를 배경으로한다. 아프리카 평원 한 가운데 놓여있는 축음기에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이 흘러 나오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한적한 경기도 포천시에서도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이 흐르고 있다. 사자가 어슬렁 풀 숲을 지나가듯이 에어팟을 낀 어떤 미친놈이 팔짝거리며 무성한 벼 사이를 걷고있다.
비슷한 시기의 영화 <미션(Mission), 1986>의 세계적인 OST, 《Gabriel’s Oboe》에서도 목관 악기인 오보에를 사용하였다. 영화는 자연 경관을 보여줄 때 자주 목관악기를 선택한다. 특히 클라리넷은 높은 음역에서도 낮은 음역을 잃지 않는 안정적인 톤을 가지고 있어 목가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지금 나는 집 밖을 나와 협주곡 2악장을 들으며 아프리카를 걷는 망상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경에 이 음악을 삽입한 것은 정말 탁월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보고나서 다시 듣는 클라리넷 선율은 영화속 끝없는 평야를 상상하게 한다. 그곳에서는 블랙야크, 노스페이스 입은 아줌마 아저씨들, 한사랑 산악회도 없다. 수평선처럼 펼쳐진 대지와 그 가운데 외롭게 서있는 나무가 한반도에서는 느낄수 없는 아프리카 대자연의 웅장함을 보여준다. 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심취한 나머지 아, 나는 결국 나무 옆에 서있는 아프리카 코끼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영화에서는 2악장만이 삽입 되었지만 협주곡의 3악장과 4악장에 나오는 현란한 연주를 더 좋아한다. 나는 앞발을 들어 팔짝팔짝 지휘까지하면서 신나게 듣고 있지만 사실 이 곡은 클라리네티스트들에게는 필수 오디션 곡이라고 한다. 그만큼 고난이도의 연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인지 영상속 연주자 중에 클라리네티스트는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유독 앞뒤로 몸통을 흔들고 있다. 모차르트는 이 곡에서 클라리넷의 음역대를 유독 넓게 사용하였다. 그만큼 화려한 클라리넷 연주를 듣는 것이 감상포인트 중에 하나이다. 연주를 마치면 클라리네티스트에게 가장 큰 박수를 보내야겠다.
영화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에서 교도소에서 울려퍼지는 '피가로의 결혼’은 생명력없이 살아가는 교도소 수감자들을 멈춰 세우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1910년대 아프리카에서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음악도 적막한 아프리카에 영감을 적신다. 그 소리는 아마도 아프리카에서 울리는 최초의 클래식 음악일 것이다. 적막을 깨고 생명을 적시는 클라리넷 소리를 듣고 있자니 앞발을 흔들 것이 아니라 길어진 코로 클라리넷을 연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엄마는 왜 쓸데없이 코끼리가 되었냐며 혼을 냈다. 나는 엄마가 클라리넷을 사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응수했고 다음주 부터 클라리넷을 배우기로 했다. 열심히 연습해서 아름다운 연주로 이곳을 아프리카 포천시로 만들어버릴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