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약한 것이 아니라 치킨이 강력한 것이다
저도 과식을 좀 합니다. 집에서 재밌는 영상을 보거나 요즘엔 과학 팟캐스트(과학하고 앉아있네)를 들으면서 음식을 먹다보면 절제하지 못하고 쿰척쿰척 후회할 때까지 먹습니다. 과묵한 컨셉과 맞지 않아 표현은 잘 안 하지만 저도 식후에 이쁜 마카롱이 보면 꺆 소리를 지르고 싶습니다. 그만큼 음식이 좋다는거죠.
⠀
최근에 저는 이 책을 읽고 과식을 하지 않게 됐습니다. 살도 좀 빠졌고요. 요즘 인터넷 기사로 돌아다니는 자극적인 다이어트 정보들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의학 전문성이 없는 기자들이 조회수를 위해 외국 저널을 함부로 퍼오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쉽게 찾을 수 있는 조각난 정보들을 모으기 보다 하나로 잘 꿰어낸 이런 좋은 책 한권을 읽어보길 추천해봅니다.
⠀
우리는 왜 과식을 할까요. 흔히 자제력이나 정서에 대한 얘기가 많지만 케슬러는 식품 산업에 그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식품 산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극적인 음식을 개발합니다. 과도한 설탕, 지방, 소금의 매력적인 콤비네이션으로 우리를 자극합니다. 치즈, 베이컨 등 배가 부른 이후에도 계속 먹을 수 있도록 매력적인 질감을 선사해 과식을 유도합니다. 결국 이런 방법으로 식품 산업은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식품 산업의 성장 요인이 우리가 과식을 하는 원인과 동일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요즘 ‘골목식당’을 보면서 우리들의 식사가 식품 산업에, 특히 식당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영업자들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식품산업이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해서는 무심한 것 같습니다.
⠀
이러한 음식산업의 유혹으로 인해 음식을 향한 충동이 강렬해지게 되면 ‘조건반사 과잉섭취’라는 행동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조건반사 과잉섭취’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과식’들이 ‘조건반사 과잉섭취’에 해당된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자극적인 음식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어 ‘조건반사’를 일으키고 적정량을 조절하지 못한 채 ‘과잉섭취’를 하게 되어 ‘조건반사 과잉섭취’가 일어납니다. 지친 일과를 끝낸 퇴근 길. 직장에서 집까지 음식 광고들과 식당 간판들은 쉬지 않고 우리를 유혹합니다. 더구나 직장에서의 격한 스트레스와 공허함을 단 몇 푼만 지불하면 단숨에 해소할 수 있습니다. 고민 끝에 치킨을 주문합니다. 대신 반만 먹고 아침으로 남기기로 다짐하지만 강력한 치킨과 탄산 앞에 무릎꿇고 한 마리를 모두 먹게 됩니다. ‘조건반사 과잉섭취’의 굴레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아 어쩔수 없이 먹었다는 핑계는 조약합니다. 스트레스 안받을 때도 먹잖아요. ‘조건반사 과잉섭취’가 무서운 것은 이처럼 보상에 대한 의도가 없이도 습관적으로 먹게 되기 때문입니다.
앞서의 식품산업의 문제와 ‘조건반사 과잉섭취’가 이 책의 중요한 두 축입니다. 그리고 ‘함정 피하기’, 식사의 ‘계획 세우기’등의 개인적인 해결책과 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으며 책은 훈훈하게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한계 또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자극적인 음식을 조장하는 문화를 케슬러는 식품산업의 미국화라고 했는데 과연 한국에도 적용될까요? 저만 해도 ‘조건반사’를 일으킨다는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동네에서 가장 싱겁게 먹지만 과식을 합니다. 느끼하고 자극적인 미국 정통 음식점들이 대중화가 되지 못하는 걸 보면 케슬러가 걱정하는 미국화가 다행히 아직은 도래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찌개나 김치처럼 애초부터 맴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 있기 때문에 때문에 미국과는 다른 방면에서의 자극적인 면이 있습니다. 케슬러의 설명이 이 모두를 해석할 수는 없지만 우리 나름대로의 조건반사 과잉섭취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맴고 짠 음식 그리고 설탕, 지방, 소금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부드러운 빵, 치킨의 튀김(지방 맞네..)을 보면 조건반사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그의 이론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
‘나의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라 치킨이 강력한 것이다.’ 케슬러는 이 명제를 충분히 풀어낸 것 같습니다. 거대한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과식의 유혹과 개인의 문제를 잘 진단했습니다. 우리는 이 참신한 400페이지 책을 읽어가며 ‘나는 왜 자꾸 처먹는가’ 자신을 성찰해보는 좋은 기회를 가질수 있습니다. 자기 나름의 답을 찾아보는 과정이 즐거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