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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02. 2022
잘 지낸다는 말이 갖는 환상
Things happened. So what?
"잘 지내시죠? “
“네 잘 지내요.”
지인과 전화 통화를 하며 짧은 용건을 이야기하고 끊으려는데, 별안간 지나가는 질문 “잘 지내시죠?”그리고 대답 “네 잘 지내요.” 전화를 끊고 이상하게 여운이 남는다. 내 몸 상태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 전화를 끊기 전에 안부 겸 확인을 하시는 것이었고, 나는 성의 있게 대답한 셈이다. 나는 잘 지냅니다.
잠깐, 이상한 질문이 생겼다. 잘 지내고 있나?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건은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물론, 원하지 않는 일들 말이다. 원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난다면 잘 지낸다고 할 수 있나? 잘 지낸다는 것은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왜 나는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잘 지낸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거의 내 쪽의 실수라고 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당하는 사소한 사건들이 있었다. 재산상의 손실과 더불어 더 큰 손실은 사건이 일어난 후의 반응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이다. 오케스트라 연습이 끝난 후, 단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빈 의자 위에 바이올린을 두었는데 한 단원이 내 악기를 옆쪽 의자로 옮겼고 잠시 후에 악기가 퍽 하며 아래로 떨어졌다. 크랙이 갔다. 물론, 내게 사과하며 배상을 하겠다고 했지만, 악기라는 것이 고친다고 원래대로의 소리가 난다는 보장이 없고, 여러 가지로 수리 과정에 신경 쓸 일이 많아진다. 당분간 악기를 사용할 수 없는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다.
큰 사고가 생긴 셈이다. 자식 같은 녀석이라 마음이 너무 아프고 속상하다. 다른 악기도 마찬가지이지만 바이올린은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라 온도나 습도에 예민하고 충격에도 예민하다. 그래서 아기 다루듯이 다루어야 하고 자동차로 옮길 때에도 충격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하며, 절대 차 안에 오래 방치하지 않는다. 거의 내 몸에 둘러메거나, 들고 다닌다. 녀석이 다친 건 말할 필요 없이 내가 다친 것처럼 아프다.
나보다 연배가 있으신 그분은 너무 미안해하며 걱정하지 말고, 수리를 맡기고 행동의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으니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겠다며 나를 위로하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일이 일어난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