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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Jun 08. 2021

말할 수 있는 비밀

쉿! 내게 엄마집이 생겼어요.



단골집 삼아 들리는 찻집은 조금씩 고향이 되어간다.

피곤한 몸으로 잠시 들렀다 쉬어 가는 곳

어느새 쿠폰에 도장이 10개 꽉 차게 찍혀

오늘은 서비스로 한잔 대접을 받았다.


나를 위해 누군가가 차를 내어온다.

운이 좋을 때는 방울토마토, 햇감자까지 곁들여주신다.

피곤한 몸으로 앉아

대추차를 기다리는 시간은

나를 위해 밥을 준비하시던 엄마의 음식을 기다리는 것 같다.


젊은 날 직장에서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며

엄마 배고파

엄마 배고파


그러면 얼른 맛난 밥을 준비해서 내어오시던 엄마

그 음식 앞에

하루의 피곤이 씻어지던 기억

대추차 한잔에

그때의 따뜻한 감정이 되살아난다.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갑작스러운 엄마와의 이별

어른답게 이겨내려 묻어두었던 그리움이

민망하게

이 나이에 자꾸 올라온다.

엄마 배고파

그 그리움이

이 곳에 오면

허기를 채운다.


이제 이곳은 엄마 집이다.

주인장 모르게 나 혼자만 아는 비밀이다.

말할 수 있지만

혼자만 아는 비밀이다.


오늘도

엄마는

대추차로 오셨다.


먼 훗날

내가 이곳을 떠난 후

나의 고운 사람들은

어디서 나를 만날까?


음식 만들기 싫어하는 나를

엄마로 둔 나의 고운 사람들은

어디서 나를 만날까?

대추차가 아니어도

어디선가….

나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충분히 하지 못한 인사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을 인사

대추차에 전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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