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모다 Dec 26. 2022

헤어지자! 두려움 없이

회자정리를 기억해야 할 때



헤어지자! 두려움 없이


사람들의 시선을 단 몇 초만에 잡아끌어야 하는 광고계의 문구들. 강렬한 한마디를 위한 고민이 치열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다. 역시, 그 치열함을 반증하듯 내 시선을 강하게 잡아끄는 문구를 만났다. 영화 중경삼림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에 유명배우 두 사람을 동시에 출연시키며 중고차 팔기를 연인과의 이별에 비유한 광고에 등장하는 이 문구. 헤어짐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과감하게 헤어질 것을 독려하는 배짱이라니...    

  


날마다 이별하는 중 


회자정리會者定離, 즉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말이 있다. 만남은 헤어짐을 전제로 하건만 (과연 그러하다!! )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헤어짐을 당연하게 여기지 못한다. 두려워하고 불편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회자정리라는 말처럼 살다보면 영구히 함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의 세계에서 이별은 당연한 사실이다. 우리 몸의 세포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어 엄밀히 따지면 나도 매일 나와 이별하는 중이다. 하물며 타인은 어떠하겠는가? 영원한 우정, 영원한 사랑.... 이러한 말도 어떻게 보면 있을 수 없는 말이다. 너라는 사람도 매일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는 것인지 내가 변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여하튼 우리는 그 시간과도 매 순간 이별하고 있는 중이다. 더 이상 어제는 이 자리에 없고 오늘이라는 지금 시간도 내일이 되면 없다. 장소는 어떨까? 한 곳에 영구히 머무를 수 있을까? 결코 그럴 수 없다. 한 곳에 움직이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해도 그곳의 풍토와 기후와 주변 환경들이 계속 변하고 있기에 더 이상 과거의 그 장소와 같다고 할 수 없다. 장소마저 이별하는 중이다. 사람과도 시간과도 장소와도 엄밀히 따지면 매 순간 이별하는 중이다.   

  

헤어짐은 당연한 과정이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이별 그 자체이다. 따라서 헤어짐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헤어짐을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헤어지자 두려움 없이'라는 문구가 강렬함은 헤어짐을 두려워하는 속마음을 들켰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헤어짐을 두려워한다. 그것도 아주 몹시 말이다. 왜 그럴까? 헤어짐은 상실을 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헤어짐은 무너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몸의 상처가 아물듯 그 빈자리는 다시 무엇인가에 의해 채워지곤 했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 한해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 아쉽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늘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이라면 이 또한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흘러가고 헤어지는 것이 우리 삶이니까. '걱정해서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티벳 속담이 있다. 헤어짐이 우리네 삶의 당연한 과정이라면 두려워한다고 해결될 것이 아니라면 그저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친했던 친구도 어느 순간 더 이상 친하지 않고 서먹한 관계가 될 수 있다. 늘 나를 지켜줄 것 같았던 가족도 어느 순간 내 곁에 없을 수 있다. 열심히 달리고 움직이기에 능했던 내 몸의 건강도 더 이상 내 것이 아닐 때가 온다. 내 집이라고 알고 살았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기기도 한다. 어느 날 별안간 전쟁이 터져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을 하는 경우도 있다. 기대를 안고 찾아가 본 과거의 어느 공간이 몰라보게 싹 뒤바뀌어 추억을 빼앗긴 것 같은 상실감을 가질 때도 있다. 이게 인생이라는 말이다. 흘러가고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그저 끌어안아본다면 그대로 괜찮은 인생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헤어지자! 두려움 없이!

그렇게 삶은 굴러가는 것이니까.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12월의 주제는 < 이별 >입니다.



▶ 팀라이트 글쓰기 클래스 & 공저 출판 정보 

팀라이트 소개 및 클래스 정보

▶ 매주 금요일 오전 8시! 따뜻한 작가님들의 레터를 받아보고 싶으시다면

팀라이트 레터링 서비스 정기 구독 신청

▶ 팀라이트와 소통하기 원하신다면

팀라이트 인스타그램

▶ 팀라이트 작가님들의 다양한 글을 모아보고 싶다면

팀라이트 공동 매거진 구독하기   

▶ 놀면 뭐쓰니, 인사이트 나이트 오픈 채팅방! 

팀라이트 인나 놀이방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을 하다 보면 떠나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