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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Dec 23. 2022

여행을 하다 보면 떠나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익숙한 장소를 떠나 낯선 곳을 여행하다 보면 신기한 장면을 보게 된다. 캐리어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그가 막 방금 이 여행지에 도착했는지, 아니면 여행을 다 마치고 떠나는 사람인 지 알게 된다. 커다란 여행가방을 들고 여기저기 둘러보며 조금은 신기한 그러나 앞으로 펼쳐질 행복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얼굴을 한 그들은 방금 막 이곳에 도착한 여행객이다.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떠나는 사람은 다르다. 여행을 하다 보면 떠나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여행지와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은 잦아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곳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있다. 여행을 할 때면 너무나도 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솟구쳐온다. 


나 또한 남다르지 않다. 여행을 시작할 때는 아무리 커다란 짐을 끌고 다녀도 앞으로 보낼 행복한 여행에 기분마저 날아갈 듯이 좋달까?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 신비로운 곳에 도착해 어떤 말을 해도, 또 어떤 것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곳에 도착하면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 기분이다. 


나를 잠시나마 어린아이로 만들어준 그 여행지와 이별할 때가 오면 아쉬움이 몰아친다. 가보고 싶었는데 일정 상 가지 못한 곳, 하필 오늘이 휴일이었던 맛집, 바람이 많이 불어 타보지 못한 벌룬투어는 짧은 일정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한 달 정도 살면서 좀 더 많은 걸 경험하고 맛보고 싶지만 항상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한다. 여행 몇 번 안 했을 20대 때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또 새롭고 남달라 하나라도 더 해보고 싶은 마음에 여행 후에 그리운 마음이 더 컸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순간을 위해 조금은 애틋한 감정을 남겨두기로 한다. 


행복했던 여행을 마치는 순간, 이별이 찾아온다. 어릴 때는 어찌나 그 이별이 아쉬웠는지 모른다. 다시는 못 볼 것만 같고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은 인연들과 이별하는 순간이 오면, 서운하고 아까워 눈물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이별에 무뎌진 걸까? 이제는 마지막의 찰나도 여백을 남기고 눈물보다는 잔잔한 미소로 아쉬움을 고이 접는다.


여행과의 작별은 아직도 어렵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와 그곳에서의 추억을 다시 꺼내보고 그리워 회상하는 순간, 아쉬움의 빈자리는 이내 조금씩 채워진다. 이별은 이렇게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이다. 만나고 이별하고 또 그리워하면서 온마음을 다해 사랑에 빠졌던 그 순간의 나를 잊지 못하는 건 아닐까?

아끼지 않고 온마음을 다해 사랑한 그 순간을 다시 경험하려 또 떠나게 된다 © Timo S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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