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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Apr 15. 2023

알바트로스처럼

루시드폴과 보들레르 

  

목이 칼칼한 나날들  

    

황사로 인한 짙은 미세먼지가 며칠째 공기를 뒤덮고 있다. 지속되는 황사는 몽고 사막지역이 발원지라고 하는데 몽고지역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하늘이 빨갛고 그쪽의 미세먼지는 우리 쪽의 10배 정도라고 한다. 가축을 몰고 다니며 유목생활을 하는 유목민들에게 확장되는 모래는 생존에 위협이 된다. 가축을 먹일 풀이 모래로 덮이는 바람에 풀을 찾아 점점 더 북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마다 유목생활을 포기하고 도시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모래지역이 넓어지는 이유는 기후변화이다. 기온이 상승하고 적설량이 줄어드니 공기가 건조해지고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가 살 고 있는 곳과 먼 곳의 기후변화가 지금 우리에게 바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며칠 바깥나들이를 자제하고 희뿌연 하늘이 걷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토요일 외출을 자제하며 아예 베란다에 간이 책상을 가져다 놓고 밖의 나무를 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조금씩 반가운 비가 내리기는 하는데 아직은 변죽만 울리는 것 같다.  호흡기 질환의 낌새라도 나타나면 마음부터 덜컹 두려워지는데 며칠 칼칼한 목과 기침 콧물등으로 무거워진 몸은 마음까지 내려앉게 한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집안에 콕 박혀 이 시간을 보낼 수밖에. 그래도 휴식이라... 베란다에서 즐기는 시간이 나쁘지 않다. 그래도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은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베이비 그린이 제법 점점 짙어져 간다. 고맙다.       


루시드폴의 음악   

   

루시드폴의 음악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가요계의 음유시인'으로 알려진 그가 2022년에 발매한 열 번째 정규앨범 ‘목소리와 기타’이다. 제목대로 다른 배경음악 없이 오로지 가수의 목소리와 기타 소리로만 구성되어 있다. 타이틀곡 '사피엔스'를 비롯해 '한 줌의 노래', '진술서', '섬고양이', '용서해 주오', '홍옥', '알바트로스', '달맞이꽃'까지 루시드폴의 목소리와 기타 연주로 이뤄진 총 8 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하루종일 시끄러운 소리에 노출되어 있는 나는 소리로부터 달아나고 싶을 때가 많다. 동굴 속에 들어가고 싶어 진다. 자의든 타의든 집이라는 동굴 속에 있을 때 즐기기에 적격인 음악이다. 제주도에서 귤농사를 하고 있다는 이 가수의 정서가 내 마음에 든다. 내면의 깊은 곳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고백이 묻어나는 ‘알파트로스’를 들으며 음악 속에 묻어나는 바닷소리에 실려 알바트로스를 생각한다.   

   

어느 아주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난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

낯설고 고운 멜로디를 들었어

검디검은 돌 사이사이마다 맺혀있던

별빛보다 하얗게 반짝이던 열매들

허겁지겁 아무리 먹어도

배는 부르지 않고

자꾸 아파

아무런 향기도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네

나지 않았네

나지 않았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고

엄마 아빠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아릿하게 뱃속을 찌르는 낯선 기분

부드러운 누군가가 내 안에 들어왔나 봐

바람일까

햇살일까

그런데 난 숨을 쉴 수가 없어

집으로 가는 길

집으로 가는 길

보이지 않네

보이지 않네

보이지 않네


Albatross 루시드폴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 

낯설고 고운 멜로디에 눈 뜨고 

부드러운 누군가가 내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아릿하게 뱃속을 찌르는 낯선 기분에 

이제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 기분

그것은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에의 눈뜸을 

언어로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  

    

생존하는 비행하는 새 중 가장 몸집이 크지만 큰 날개 때문에 땅 위에서는 뒤뚱거리는 모습으로 바보새라 불리는 알바트로스. 그의 무장해제의 표정에 원시밀림이 보인다. 바보 같아 공격에 무방비이다. 그럼에도 그는 바람이 거셀수록 빠르고 위풍당당하게 난다.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는 자신의 삶을 알바트로스에 빗대어 시로 풀어냈다.       



보들레르의 시 알바트로스 



자주 뱃사람들은 장난 삼아

거대한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

바다 위를 지치는 배를 시름없는

항해의 동행자인 양 뒤쫓는 해조를.     

바닥 위에 내려놓자, 이 창공의 왕자를

어색하고 창피스런 몸짓으로

커다란 흰 날개를 놋대처럼

가소 가련하게도 질질 끄는구나.     

이 날개 달린 항해자가 그 어색하고 나약함이여!

한때 그토록 멋지던 그가 얼마나 가소롭고 추악한가!

어떤 이는 담뱃대로 부리를 들볶고,

어떤 이는 절뚝절뚝, 날던 불구자 흉내 낸다!     

시인도 폭풍 속을 드나들고 사수를 비웃는

이 구름 위의 왕자 같아라.

야유의 소용돌이 속에 지상에 유배되니

그 거인의 날개가 걷기조차 방해하네.  

   

출처 : <악의 꽃>(김붕구 옮김, 민음사, 1974)

     

보들레르는 날개가 오히려 뭍에서의 걷기를 방해하는 것을 자신의 비극적인 삶에 빗대어 표현했다. 야유의 소용돌이 속에 비웃음을 당할지언정 바람이 거셀수록 폭풍 속에서 날개의 진가를 발휘하는 알바트로스. 그는 땅에서는 바보취급 당하지만 거센 폭풍 속에서 위풍당당하게 비행한다. 나도 가끔은 알바트로스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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