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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Apr 09. 2023

과녁의 렌즈를 맞추듯

활쏘기와 바이올린 그리고 삶 


유독 대한민국 선수들이 활약을 돋보이는 양궁은 여전히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는 넘사벽이다. 올림픽 경기 중 적어도 양궁 종목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은 여전히 메달을 휩쓸고 있고 내년 2024년에 열릴 파리 올림픽에서도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개인전이나 단체전을 할 때 대결하는 팀의 선수들은 번갈아가며 자기 차례에 활시위를 당긴다. 활에서 화살이 벗어나기 전의 그 긴장감은 선수의 표정, 극도의 정적을 감싸는 공기,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는 관중에게서 드러난다. 잠시의 정적을 지나 활시위를 벗어나는 화살이 과녁에 꽂히고 정확도에 따라 10.9.8 혹은 7 점수가 획득된다. 그중에서 10을 맞출 때 정확하게 10점 중앙을 맞추면 카메라렌즈가 깨어진다. 엑스텐. 와! 그때의 쾌감이란....   

   

현악기 연주자의 실력을 가름하는 기준 중의 하나는 바로 정확한 음이다. 손가락을 어디에 두고 손가락의 각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같은 음인 것 같은데 세밀하게는 아주 다른 소리가 난다.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이동할 때의 간격이 멀고, 현과 현을 옮겨야 하고 게다 속도라도 빨라지면 음의 정확성은 떨어지기 쉽다. 그때 얼마나 정확한 음을 내느냐가 관건이 되고 여기서 진짜 실력이 판가름 난다. 현악기의 줄은 잘 늘어지기 때문에 악기를 사용할 때 반드시 튜닝(tuning)이라는 작업을 한다. 튜너기에 맞춰 소리를 맞추는데 그때도 어느 정도의 근사한 범위가 있어 그 범위 안에 들어가면 근삿값으로 소리를 인정해 준다. 튜너기의 바늘은 계속 움직이지만 가장 정확한 소리와 일치하면 눈금은 가장 중앙에서 머문다. 훌륭한 연주자들은 바로 그 정중앙의 소리에 일치하는 음을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추구한다. 아마추어로서는 그야말로 넘사벽이고 그림의 떡이다.    

  

렌즈를 깨듯 소리를 내세요     

 

정확한 소리를 내라는 선생님의 주문이다. 불가능하지만 추구의 방향이다. 렌즈를 깨듯.....      

과녁 10점을 맞추기 위해 그것도 렌즈를 깨는 정도의 정확성으로 활을 쏘기 위해 선수는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튜너기의 정중앙에 맞추는 소리를 곡 전체시간 동안 내기 위해 연주자는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전문가인 그들에게 그 일은 일상일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전문가와 아마추어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생각한다. 악기를 하며 스포츠를 보며 이 모든 것은 닮아 있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다. 나는 내 삶에서 매 순간 렌즈를 깨는 듯한 화살을 쏘고 있는가? 튜너의 정중앙에 가는 소리를 내고 있는가? 거의 불가능하고 거의 드문 일이지만 아주 가끔씩 그런 순간이 있기는 한 것 같다. 그래서 짜릿하고 남모르는 쾌감을 느낄 때가 있다.  



소리가 둥둥 떠다니고 불안해요 

   

바이올린 선생님의 귀는 날카롭다. 건성건성 넘어갈 수가 없다. 대충 하고 달아나려는 내게 아프게 찌른다. 그래서 스승이 필요하다. 악기에도 스포츠에도 삶에도. 악기를 하며 내 삶을 돌아보니 좋다. 모든 것이 닮아 있어 좋다. 별개의 것이 아니어서 좋다. 대충대충 스멀쩍 넘어가지 말기를, 나 스스로에게 엄격하기를 주문해 본다.   

   

죽음을 지나 부활을 이야기하는 오늘이다.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 진짜 소리를 내기 위해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소리를 내는 악습관을 버려야 한다. 때로는 그것을 버리는데 배우느라 소요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하다. 활쏘기에서도 명중을 방해하는 잘못된 습관을 알고 버려야 할 것이다. 이야기를 우리의 삶으로 옮겨와 본다. 진짜 나의 소리를 내기 위해 진짜 나의 삶을 살기 위해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를 식별하고 과감히 버리고 과감히 죽어야 한다.      


찬란하게 피었던 꽃들이 피었다 죽고 다시 잎이 나고 생명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꽃들은 흉내 내지 않는다. 오롯이 자기로서 존재하며 남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피고 지고 지고 핀다. 화창한 봄날에 생각하는 생명은 죽음을 전제한다. 그래서 그 죽음은 황홀하고 죽음을 지난 생명은 찬란하다. 내가 되고 싶다.      


렌즈를 깨듯 정중앙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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