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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Apr 16. 2023

데우스 엑스 마키나

카오스를 해결해 주세요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는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와 함께 그리스 3대 비극작가 중 한 사람인 에우리피데스의 연극에 등장하는 연극적인 효과이다. 옴짝 달짝할 수 없는 카오스적 상황에서 짠하고 나타나 간단하게 교통정리하는 하나님 같은 존재로 지금도 영화나 극에서 자주 이런 효과를 발견한다. 우리 삶에도 이게 있으면 좋겠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살아보니 그런 건 아주 아주 드물다. 그럼.. 어떻게?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다르게 바꾸려고 하고 위치를 변경하려 하고 다른 시간을 기다린다. 그러니 이 장소가 아니고 다른 장소, 이 시간이 아니고 다른 시간, 이 환경이 아니고 다른 환경을 늘 갈구한다. 그러나 노자는 원래 그 자리가 완전하다고 한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할 뿐. 온갖 문제 투성이인 이 삶에 사실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니 우리는 가상 소설이나 영화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구원자의 등장에 열광하고 대리만족을 얻는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다니....      


이미 답은, 길은 여기에 있으니.. 아 그런가? 공기질이 좋지 않아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어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안고 태어나 불편함을 겪어야 하고, 오늘날의 경제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전쟁으로 선량한 사람들의 일상이 깨어지고 , 폭력이 난무하고.... 숙제는 항상 있고... 내 주위의 사람들은 여전히 나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달려고... 그래도 이미 여기가 길이라는 말인가?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목마른 가슴 위로 태양은 타오르네

내게도 날개가 있어 날아갈 수 있을까

별이 내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바보처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서 있네

이 가슴속의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바람 부는 세상에 나 홀로 서있네..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정답이 없는 질문들

나를 채워줄 그 무엇이 있을까

이유도 없는 외로움 살아 있다는 괴로움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목마른 가슴 위로 태양은 타오르네

내게도 날개가 있어 날아갈 수 있을까

별이 내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바보처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서 있네

이 가슴 속의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바람 부는 세상에 나 홀로 서있네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자우림의 샤이닝      


자우림 - 샤이닝(Shining)


자주 이런 고백 앞에 머무른다. 여기가 아니라 저기, 지금이 아니라 언젠가, 그래서 늘 목마른 마음.    

  

화분에서 너무 길게 자란 아이비 가지를 잘랐더니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정체된 상태로 몇 개월을 지냈다. 자른 가지는 수경재배용으로 물에 담가두었는데 요 녀석도 뿌리가 잘 내리지 않고 시들시들했다. 그럼에도 때에 맞게 화분에 물을 주고 화병의 물을 새것으로 갈아주기를 반복했다. 그랬더니 몇 개월 만에 화분의 아이비가 갑자기 쭉쭉 가지를 뻗기 시작했고 화병에 담가 둔 가지에서는 어린 새잎이 나기 시작한다. 내 생각과 다른 시점에 다른 방식으로 생명은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삶은 이런 식인지 모른다. 온통 어둠이지만은 않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고맙고 빛이 있기에 어둠 또한 고맙다. 지금은 비켜가고 싶은 어떤 어둠이라 할지라도 빛이 빛이 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비가 잎을 돋우기 위해 죽은 듯 멈춰 선 시간이 필요했듯이.      


성장을 멈춘듯 했던 아이비가 몇달만에 쑥쑥 줄기를 뻗어내고 있다.

그래서, 삶은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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