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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Aug 21. 2023

웃을 일이 없을 때 웃는 비결

마음의 웃음

      

웃을 일이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벌써부터 오늘 할 일들에 관한 생각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몸은 찌뿌둥하고 피곤은 제대로 풀리지 않았으나, 시간에 늦지 않게 출근해야 한다.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하루를 준비하고 삶의 현장으로 나선다. 아자! 

업무지시는 폭탄급이다. 쉴 틈이 없다. 기다리는 건 점심시간 

먹는 둥 마는 둥 점심시간에도 끊임없이 업무와 관련된 고민을 반찬으로 삼는다. 

직장동료들의 업무불만, 흉보기 또한 빠지지 않는 반찬이다. 

또는 화려한 휴가의 자랑질까지 

오후의 노곤함을 느낄 틈도 없이 다시 이어지는 업무폭탄. 

한숨 돌리고 하루를 마무리하고 일터를 탈출한다. 

출퇴근의 혼잡한 교통시간을 뚫고 귀가한다. 

녹초가 된 몸과 마음은 과식을 부르고 

그제야 들리는 노곤함의 소리를 듣는다. 

하염없이 주말을 기다린다. 

주말이라고 다르지 않다. 휴가를 기다린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에 살짝 미소를 짓는다.      


돌파를 시도해 본다. 

답답한 월급쟁이 신세를 탈출하고 싶다. 

파이어족을 꿈꾼다. 책도 보고 동영상으로 그들의 삶을 기웃거려 본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혼을 해서 삶의 안정을 누리고 싶다. 

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본다. 

어차피 집 사기 글렀으면 욜로 외치며 

내 인생 즐기며 살아본다. 

내가 갖고 싶은 명품도 질러보고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에서 잠시 비싼 값을 치른 만족감을 누려본다.      

다람쥐가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좀처럼 없어 보인다. 다람쥐는 스스로 벗어날 수 없다. 발길질을 멈추고 자기 집을 나서야겠다는 인식이 생기지 않는 한. 혹은 외부의 환경에 의해 집이 박살이 나지 않는 한. 그저 열심히 달리기만 한다면 달라지는 일은 없다.     

 

인생을 꽤 살았는데도 왜 자꾸 나는 쳇바퀴를 돌리고 있다는 생각을 벗어버릴 수가 없을까? 그러다 덜컥 건강의 문제라도 생기면, 그러니까 생각하기 싫은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 서면, 그제야 심각하게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남의 이야기 아니라 진짜 내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그때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 의미 없어지게 된다. 돈도, 명성도, 사람도.... 정말 무엇이 중할까? 

     


웃는 자의 행복      


많이 웃는 자는 행복하고 많이 우는 자는 불행하다   

   

젊고 잘생긴 데다 부자며 존경받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가 행복한지 판단하려면 그가 명랑한지 알아보아야 한다. 반면에 그가 명랑하다면 젊든 늙었든, 몸이 반듯하든 굽었든, 가난하든 부자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행복론』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가 이야기하는 행복론에 공감이 되는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제시된 인생의 자산 세 부류인 인격, 재산, 명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격을 꼽는다. 여기서 인격이라 함은 그 사람을 이루는 것, 원래부터 지니고 있는 것이 해당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타고난 성격, 아름다움, 기질, 도덕성 등이다.      


고상한 성격과 뛰어난 두뇌, 낙천적 기질과 명랑한 마음, 튼튼하고 아주 건강한 신체와 같은 주관적인 자산, 즉 “건강한 신체에 깃드는 건강한 정신”이 우리의 행복에서 으뜸가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모든 자산 중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명랑한 마음이다.

『행복론』쇼펜하우어     


웃을 일이 없는 요즘에 쇼펜하우어의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웃을 일을 외부에서 찾으려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웃는 사람은 외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가진 것과 상관없이 웃을 수 있는 내면의 힘. 그는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고 그 무엇도 빼앗아 갈 수 없다고 한다.      

웃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내 큰 오산이었다. 웃을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웃음이 내재되어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의 웃음은 결코 과장된 웃음, 억지웃음, 거짓 웃음이 아니다. 진짜 그 속에서 나오는 웃음이다.  


    

내 안에서 마음이 웃었다.

『오디세이아』호메로스 9.413     


'웃으면 복이와요'라는 아주 오래 전의 프로그램도 있었다. 우리는 웃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들과 있을 때 우리는 웃는다. 싫어도 웃는다. 사진을 찍을 때는 더더욱 치즈 하며 화알짝 웃는다. 그런데 왜 혼자 있을 때는 웃지 않을까? 강요된 웃음 속에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이 지점에서 내면의 웃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외눈박이의 흉포한 거인이었던 키클롭스 폴리페모스를 이기고서 기뻐할 때 '마음이 웃었다'는 표현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이 기쁨이야말로 내면의 기쁨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했다.      


상관없이 웃을 수 있는 내면의 기쁨이 있는 것이 어찌 보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한다. 아주 오래 전의 사상가, 작가들의 통찰이 왜 시간이 흘러도 회자되는지 알겠다. 웃음이 오도되어 억지웃음이 되지 않기를 내면의 웃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빌어본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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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주제는 <웃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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