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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Aug 26. 2023

삶의 위기를 대하는 태도

룻과 새옹塞翁

   

내 딸아, 들어라 이삭을 주우러 다른 밭으로 갈 것 없다. 
여기에서 멀리 가지 말고 내 여종들 곁에 있어라. 

룻기 3.8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을 때가 있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모두 그렇다. 

자신의 삶에 집중하게 되면 작은 일도 크게 보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삶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유사한 경우들을 흔히 발견한다.     

더 지독한 경우들은 허다하다.  


 

유대지역 헤롯왕 치하에서 영문 없이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이들 

히로시마에 살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영문 없이 원자폭탄으로 죽거나 병든 사람들

누군가의 모함으로 아무 죄 없이 십자가에 달린 사람 

청년들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독배를 마신 그리스인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어간 사람....     

   


룻기가 쓰여진 시대 남편이 죽은 여자 즉 과부는  

가장 불쌍한 부류에 속했다. 

자식도 남편도 없는 룻은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받는 시선도 시선이려니와 (과부에 자식도 없는) 

이삭을 주워 먹고 사는 극빈의 상태였다.  

살기 위해서는 다른 밭으로 가보아야 하지만 

시어머니는 멀리 가지 말고 그곳에 머무르라고 한다. 

보아스의 은총을 받아 그의 후손을 잉태한다. 


이 상황의 핵심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과 은총

      

위기 앞에 인간은 

벗어나야 할 때가 있고 

싸워야 할 때가 있고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새옹塞翁 즉 변방의 늙은이는 

기다림으로 좋은 소식을 얻었다. 

룻도 기다림으로 은총을 얻었다.      


나이 듦, 외로움, 질병 

모든 사람이 간 길이었다. 

평범한 길인데 개인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길이다. 

아무도 대신 가 줄 수 없는 길이다. 

처절한 싸움이 기다리는 길이다.  

    

룻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 구절에서 멈추었다. 

어쩌면 답은 가까이에 있다. 

비루하고 처절하지만 바로 그곳에 답이 있는 지도 모른다.   

   

더위가 한 풀 꺾이고 

어제 이어 바람이 느껴진다. 

폴 발레리처럼 

나도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바람 한 줄기가 이리도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위기가 있나요? 

그래도 

한 걸음 디뎌보아요.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전하는 안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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