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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Feb 02. 2023

글로 보낸 꽃다발

분홍 카네이션 작사 아티초크 작곡

      

꽃 선물을 받았다.

한참 마음이 울었다.

그리고

글로 꽃다발을 보냈다.     


      



꽃집 앞에서     


무슨 날도 아니고

연인 사이도 아니면서

꽃 사고픈 마음 근질  

   

우리의 재회를 기념하기엔

봉오리 큰 복숭아 빛

풍성한 장미 꽃다발이 제격   

  

기쁘고 행복한 만남이었으니  

   

그 속에 어떤 깊이도 있어서

김동규의 낯선 재회처럼

슬프지는 않으나

    

파사칼리아의 아름다운 곡조가

흐르는 듯해서     


희귀한 보라색 프리지아에

향기 진한 히야신스까지     


젊은 날

음악을 사랑하고

씩씩하고 명랑한 너를 떠올리며

노랑색 카라 세 송이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중년을 기념하며

국화과 구절초 한 다발     


얼마나 함께 갈지

손을 또 놓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니

알 수 없는 미지의 우리를 위해선

부드러운 색을 모은 수국바구니     


한 가지 가장 확실한

지금 여기의     


내 우정과 사랑을 담아

분홍 카네이션 한송이        

      





황홀한 꽃밭에서      


봉오리 큰 장미꽃 한 다발

희귀한 색깔의 보라색 프리지아

향기 진한 히야신스

노란색 카라 세 송이

구절초 한 다발

여러 가지 색 모은 수국 한 바구니

그리고

분홍색 카네이션 한 송이      


하나하나 뜻을 담은 꽃밭에서

내리쬐는 햇살아래 퍼지는

파사칼리아의 선율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이중창

잔잔한 재잘거림을 지나

더블스타핑의 짜릿한 포옹

날개 달린 바이올린의 음은

천상으로 날아오르고

엄마 품 같은 비올라는

대지를 적신다.      


꾹꾹 눌러놓은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이

물로

연기로

피어오른다.      


그대의 향기와 미소를 닮은

보들보들 램즈이어와

보라색 라벤더 가득


그 위로 빌리처럼 날아오르는

춤추는 무희를 닮은

빠알간 핫립 세이지 가득


그리고

그대가 피워내는 정열을 닮은

크고 빨간 작약


그 옆으로

날 잊지 말라고

무리가운데 이질적으로 보이는 아티초크


뒤 울타리로 제격인

마른땅에서도 잘 자라는 유칼리툽스

그대 앞에 놓아드립니다.








친구가 보낸 꽃시

꽃을 받으면서 이리 감동한 적이 있던가 싶었어요.

그래서 저도 꽃시로 답을 했습니다.

밍밍한 저도 세월 따라 많이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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