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머니볼, 그리고 듄 2
임플란트 시술 후 꼼짝없이 쉬어야 하는 기간에 어쩌다 몰아서 영화를 세편이나 보았다.
미국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가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도보한 여행기인 <와일드(Wild: From Lost to Found on the Pacific Crest Trail)>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리스 워더스푼이 제작과 주연을 맡았고 로라 던이 어머니 바비역을 맡았다.
작가 셰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녀의 인생 여정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26살의 여자가 4285Km의 PCT(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혼자 3개월 걷는다. 불행한 유년시절, 이혼, 엄마의 죽음 등의 상처 이후 무분별하게 망가진 삶의 reset을 위한 도전이다. 무모해 보이는 도전의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기 자신, 사람들, 자연,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되는 성장기이다. 영화를 보다 보니 장장 551페이지의 글 속에 담겨 있을 한 인간의 여정이 궁금해진 것이 영화를 본 최대 수확이었다. 작가 내면의 변화를 담아내기에 영화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3개월의 도보여행 중에 중간중간 지나가는 하이커들끼리의 소통을 위해 방명록에 이름과 간단한 메모를 남긴다. 거기에 인용되는 에밀리 디킨슨, 로버트 프로스트 및 다양한 작가들의 메모가 공백 같은 그의 도보여행길에서의 독백처럼 들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몸이 자신을 거부하면 몸을 초월하라
에밀리 디킨슨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 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 <머니볼>을 바탕으로 베넷 밀러가 감독을 맡고, 브래드 피트, 조나 힐이 단장, 부단장 역을 맡았다.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의 오합지졸 구단을 100년 역사상 유일한 20연승이란 기록을 이루며 야구계의 돌풍을 일으킨 성공이야기. 딱 거기까지였다면 다른 비슷한 성공신화와 별로 차별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머니볼을 특별하게 만든것에는 구단장 빌리빈의 내면의 흐름이 있다. 그는 스탠퍼드 장학생 입학이 결정된 시점에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프로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여 대학입학을 포기한다. 그러나 에상과 달리 그는 선수로서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결국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구단장을 맡게 된다. 그 또한 별로 수확이 없다. 그 과정에서 그가 가장 원했던 것은 팀의 변화, 야구계의 변화였다. 만년 꼴찌의 수치를 극복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방식이 아닌 통계와 선수분석을 통한 확률을 기반으로 선수를 기용하고 전술을 짜는 색다른 방식을 도입했다. 새로운 시도가 늘 그러하듯 격한 반대에 부딪힌다. 반대가 있을 때는 원하는 선택을 할 때 불이익이 따른다. 그러나 불이익을 감수하고 행동한다.
불이익을 피하고 싶은 유혹앞에서 빌리는 부단장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실패하면, 나는 대학입학을 앞둔 딸아이를 둔 고졸출신의 44세의 남성이 되. 핵심은 그게 아니야. 이 방법을 믿는냐 하는 것이야. "
"믿어요"
"믿는다면 밀어붙이는 거야."
밀어붙인 그는 결국 20연승의 기록을 이루고 야구계에 돌풍의 핵심이 된다. 구단장으로서 최대 연봉제안이 들어온다. 제안앞에 망설이는 그에게 영리한 부단장은 한 야구장면의 영상을 보여준다. 한 타자가 배팅을 한 후 열심히 1루를 달리며 온갖 힘을 다해 1루에 닿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웃는다. 알고 보니 자신이 친 공이 담장을 넘어간 홈런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그는 여유 있게 달려 삼루를 지나 홈에 닿는다. 이 장면은 메타포였다. 변화를 원했던 빌리 빈은 이미 홈런을 친 상태였다. 더이상 상황을 알지 못하고 1루에 닿으려 온힘을 다하는 그 타자처럼 피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원래 이루려던 것을 다 이루었는데 더이상 새로운 돈의 유혹에 빠질 필요가 없었다. 그는 제안을 거절하고 원래 팀에 그대로 구단장으로 남게된다.
한번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진실로 자신이 원하던 바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그것을 이룬 후 다시 찾아드는 돈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그가 흘리는 눈물에 깊은 공감이 일어났다. 무작정 성공신화만 따르다 숱하게 나락에 빠지는 많은 경우들과 구별되는 신선한 스토리. 멋진 브래드 피트의 연기. 실제 야구이야기보다 빌리빈에 초점을 맞춘 머니볼을 재미있게 본 이유이다.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감히 영상화하는 긴 여정중의 하나로 듄 2편이 방영되었다. 3편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듄>을 바탕으로 드니 빌뇌브가 감독을 맡았다. 이런 류의 영화가 낯선 내게 영화는 느닷없이 나를 사로잡아 버렸다. 시원했고 아름다웠고 웅장했다.
SF영화. 가상의 행성들이 존재하는 먼 미래의 배경. 행성을 지배하는 황제의 모략으로 멸망하게 된 가문 아트레이데스의 유일한 후계자인 폴이 어머니와 간신히 살아남아 사막지대 아라키스에 도망친 후 그곳에 거주하는 프레멘들과 함께 지내며 2편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술전공한 딸아이와 함께 볼 영화로 선정했다. 그러니까 내 취향아니고 딸의 취향을 따른 것. 3시간짜리라 살짝 부담스러웠고, 내 취향 아니라 별 기대 않았다가 완전 반한 영화. 웅장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원작 전체중에서 일부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1편에 이어 주무대가 되는 사막의 아름다움과, 상상력이 가미된 행성 간의 전투장면, 현시대의 종교, 국가 간의 갈등등을 새로운 관점에서 녹여낸 점, 무엇보다 정말 새로운 볼거리등이 매력포인트였다. 영상을 소장하며, 지쳐있을 때 꺼내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영화. 거의 무채색 느낌이고, 음악도 장중하고, 대사는 별로 없지만, 마음에 울리는 대사들이 쏙쏙 박힌다.
이 물을 마시면 죽을 것이요
이 물을 마시면 볼 것이다
그는 죽음에서 돌아오리라,
사막의 샘이 눈물 흘릴 때
리산 알 가입 (외계에서 온 목소리)
기적이 아니라 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