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모다 Jun 07. 2024

새로움을 사유함

새로운 커피맛 앞에서


       

유행이 돌고 돈다는 것은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공간과 상관없이, 그리고 시간과 상관없이 사는 것은 어찌 보면 다를 게 없다는 말에도 결국 새로운 게 없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지 모른다. 유대왕국의 왕이었던 솔로몬도 그의 기록에서 “해 아래 새것이 없다”라고 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에 거침없었던,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자가 다 경험해 본 후에 내린 결론이니,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것이 없는데, 왜 사람들은 새것을 추구할까? 당장 휴일이 되면,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서 새로운 경험을 가져 일상의 피곤을 벗어내려고 한다. 그것은 자주 공간의 이동으로 이해된다.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낯선 경험을 하여 일상에서 누리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한다. 어쩌면 그것을 위해 일상의 힘든 시간들을 견디며, 그 대가로 받은 많은 돈을 새로운 경험을 위한 여행에 투자하기도 한다. 물론 이 경험은 우리에게 큰 보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새로운 경험이 되는 그 여행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새롭지 않다. 왜냐면, 그들에게는 그곳이 익숙한 곳이기 때문이다. 나의 일상이 그들에게는 새롭고, 그들의 일상이 나에게는 새로운 상황이 된다. 새로운 곳도 오래 머무르면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새로움을 위해 우리는 매일 공간을 옮겨 다녀야 하는다? 방랑 김삿갓처럼 매일 여행하며 살아야 하는가? 한 곳에서는 새로움을 경험할 수 없는가?      


가성비를 따져보고자 한다. 많은 돈을 쓰지 않고도, 시간과 돈이라는 귀중한 자산을 아끼고도 새로움을 경험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매일 마시는 커피가 새로울 수 있을까? 매일 만나는 사람에게서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을까? 매일 보는 풍경이 새로울 수 있을까?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 마시는 내게 커피는 주식이 되었다. 커피가 다 떨어졌는데 미처 사놓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인스턴트가루로 며칠을 버티어야 했다. 그러다 다시 원두를 구입해 바로 갈아 커피를 내려마셨더니, 순간 희열이 감돈다. 늘 마시던 때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이 인스턴트가루를 경험한 며칠간의 커피공백 덕에 생겼다. 커피는 늘 마시던 같은 커피인데, 내 감각이 새로움을 느꼈다. 찡하는 짜릿한 쾌감이 돈다. 커피가 바뀐 것이 아니고, 내 감각이 바뀌었다.    


새롭지 못하다는 것은 어떤 행위, 어떤 공간, 어떤 시간의 의미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 자신에게 있다. 내 감각이 살아 있다면, 그 순간의 새로움을 포착할 수 있으리라. 매일 보는 풍경도 그 순간의 새로움으로 다가올 수 있으리라. 매일 만나는 사람도 그 순간의 새로움으로 다가올 수 있으리라.      


황금 같은 휴일이다. 항상 같은 햇살인데, 항상 같은 식탁에서 먹는 식사인데, 맘 편한 휴일엔 마법에라도 걸린 듯 왜 더 따뜻하고, 왜 더 맛있을까? 그것을 인식하는 내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애써 먼 곳을 가지 않아도, 애써 비싼 돈을 들여 새 물건을 구입하지 않아도, 어쩌면 그 새로움은 이미 내가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감각이 살아만 있다면.



어제 무심히 스쳤을지 모르는 살구나무에 아기빰같은 살구가 뽀얗게 익어간다. 새롭게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이 시대에 사랑한다는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