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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Oct 14. 2021

기분은 선택할 수 있나요?

     

그때그때 달라요, 기분

      

우리나라의 배우 윤여정 씨가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소식을 접했다. 미나리라는 작품으로 이미 여러 개의 상을 거머쥐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오스카상을 수상함으로 정점을 찍은 것이다. 윤 씨는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더욱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윤 씨와 같은 분야에 8번이나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결국 윤 씨에게 자리를 내어준 글랜 클로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실망스러운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렇듯, 기분은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모든 상황에서 유쾌, 불쾌, 덤덤 어떤 식으로든 따라다닌다. 사람의 상태를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기분이 아닌가? 따라서 사람들은 행복감과 결부되는 유쾌, 기분 좋음을 얻기 위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윤 씨든, 글렌 클로즈든 그 기분은 또 이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과 요인에 따라 바뀐다. 하루의 기분만 관찰해보아도 얼마나 변화무쌍했는지 놀랄 정도이다.      


왜 기분은 변덕스럽게 변하는 것일까? 무엇이 기분을 일으키는가?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본 두 가지와 내 일상을 고찰해 본 세 가지 요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분을 일으키는 요인      


기분의 기원과 개인의 특징적 기분에 관한 정신분석적 사고는 개인의 선천적 요인과 경험적 변인 모두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유아는 분명히 각기 다른 기분의 소질을 갖고 태어나며, 유아의 정상적인 발달 단계들은 각각 특징적 기분과 관련되어 있다.... 초기의 과도한 좌절과 박탈 또는 과도한 만족, 특정 사건이나 외상과 관련된 억압된 경험들은 다른 강한 정서적 반응들을 자체 주위에 끌어모으는 원시적 둥지(고착 지점) 역할을 한다. <정신분석 용어사전>      


1. 선천적 요인  

    

기분에 영향을 끼치는 한 가지 요인에는 선천적 요인이 있다. 사람마다 선천적으로 기분과 관련된 요인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은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천적 요인이 있어 타고난 성격으로 드러난다.     


2. 경험적 변인

      

또 한 가지 요인은 경험적 변인으로, 어린 시절의 경험들이 원시적 둥지 역할을 하여 강한 정서적 반응을 끌어온다. 이 경험으로 인해 각 개인마다 다양한 심리반응을 일으키기에 심리상담에서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문가적인 관점 외에 내 일상을 통해 기분을 일으키는 요인을 관찰해 본 결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었다.  


3. 본능적 기분

     

본능적 욕구의 충족 여부에 따라 유쾌, 불쾌감을 경험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거나, 시원하게 배설을 하였거나, 잠을 충분히 자고 났거나 할 때의 쾌감이 있고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의 불쾌감이 있었다. 이런 기분은 동물들도 보편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4. 해석적 기분

      

또 한 가지는 인식 작용에 따른 기분이 있었다. 좋은 것이라고 규정된 가치관에 부합할 때의 쾌감, 그렇지 못할 때의 불쾌감이다. 이런 식의 기분은 각 개인이 처한 사회, 정황, 시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성공을 추구하는 사회라면 성공했을 때, 소유를 추구하는 사회라면 소유했을 때,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사회라면 이겼을 때, 따라오는 기분변화가 있을 것이다.      


같은 길을 지나가는데 아침과 오후의 기분이 다른 것을 관찰했다. 아침에는 상쾌했던 기분이 오후에는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왜일까 생각을 해보았다.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배가 고파 과식을 한 탓에 포만감에 따른 몸의 불편함, 졸림이 찾아왔다. 배가 부르고 졸린 신체적 변화가 기분에 영향을 끼쳤다. 사람마다 배부르고 졸린다고 불쾌하지는 않은데 나의 경우는 배부르고 졸린 것과 불쾌한 감정이 연결되는 경험이 있었던 것일까? 몇 년 전부터 몸의 질병으로 고생을 한 이후에는 몸의 불편함에 대해 두려움, 걱정 등의 감정을 동반한 불쾌감이 따라오고 있었다. 몸이 불편한 것은 나쁜 것 건강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은 내 기분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5. 생각으로 인한 기분

      

나는 요즘 피아노 연습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한번 연습을 시작하면 꽤 긴 시간 동안 연습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긴 시간 동안의 연습 중에 수없이 많은 생각에 빠지는 것을 발견했다. 단지 피아노를 치고 있고 외부로부터 아무런 아무 자극이 없는데 어디서 그 기억들이 소환되고 생각이 들어오는지 알 수는 없다. 물론, 좋은 생각보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 미래에 대한 걱정, 불안한 공상들에 빠지다 보면 피아노를 치고 나서 일어설 때 기분이 가라앉곤 하는 것이다. 이렇듯 생각이 순간의 기분에 영향을 끼친다.      



기분은 선택할 수 있는가?      


기분은 선택할 수 있을까? 본능적인 욕구와 관련된 기분은 자연스럽게 느껴야 할 것이고, 선천적 요인과 경험적 변인에 따른 기분은 전문가적 진단이 필요한 영역인듯하다. 그러나 인지적 해석에 따른 기분과 내면의 생각에 따른 기분변화는 통제할 수 있는 것 같다.      


사회적 통념에 의한 인식 작용으로 생기는 기분은 다시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그 기분을 벗어날 수 있다. 몸이 불편한 것은 나쁜 것이다라는 인식의 틀에서 벗어난다면 몸이 불편한 것은 그저 몸이 불편할 뿐이지 기분까지 영향을 끼쳐 불쾌해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올라오는 내면의 생각을 통한 불쾌감은 그 생각을 차단함으로써 불쾌한 기분을 차단할 수 있다. 어떻게 차단하는가? 나는 피아노 연습 중에 드는 불필요한 생각으로 기분이 가라앉을 때 식사시간에 먹을 김치볶음밥을 생각하기로 했다. 자꾸 좋지 않은 생각들이 올라올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맛난 김치볶음밥 신호를 보내어보았다. 그랬더니 생각이 사라지고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좋은 기분 소환하는 자기만의 신호는? 


상황을 변화시켜 기분을 개선하는 방법도 있지만 훨씬 많은 경우에 내 생각과 마음을 바꾸어 기분을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있는 것 같다. 윤 씨처럼 멋진 무대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거나 하는 기분 좋은 일이 인생에서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나 아무 일 없어 보이는 평범한 일상에서 내 기분을 망쳐놓는 그 범인을 알아낸다면 한결 유쾌한 기분으로 내가 원하는 그 행복을 친구 삼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또한 각 개인의 방법이 있겠지만 나에겐 예컨대 김치볶음밥이 그 범인을 퇴치하는 역할을 했다.  좋은 기분을 가져오는 자기만의 신호를 적절하게 사용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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