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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Nov 17. 2021

친구 표 새우장

친구는 요술쟁이?

  

몸을 다쳐 외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딱 꼬집어 설명할 수 없는데

자꾸 시름시름하는 내 몸 그리고 이어 마음      


자주 혼자 있을 때면

밥때가 되면 괴롭다.

혼자의 기쁨을 누리며

대충 라면으로 때우던 시절과 달리

건강을 위해 음식을 가려야 하는 요즘은

누가 나를 위해 밥을 해줬으면 좋겠다.      


직접 요리하기도 싫고

배달음식의 낭만도

불편한 진실 앞에 꺼려지고

나가 사 먹기엔 몸이 지쳐

아주 곤란하다.

배도 마음도 너무 고프다.      


얼마 전에 친구가 놓고 간

작은 병 속의 새우장이 생각난다.

며칠 전에 직접 재료를 사서

조금 담았다고

입맛에 맞으려나

양도 너무 적어 민망하다며

맛이나 보라고

내민 작은 병      


친구가 두고 간 새우장병

털래털래 무기력한 기분으로

엉거주춤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꺼내는데

그 작은 병에서 어머나

이리 크고 잘생기고 윤기 흐르는 새우가...      


친구 표 새우장


팔을 걷어붙이고

껍질을 까서 거대한 새우를 입에 넣었다.      


아...

한입 베어 입에 넣는 순간      


거대한 바다와 함께

엄마가 오셨다.      


엄마가 해주시던 게장 맛이

혀끝을 지나 목구멍으로 내려가며

나는 새우처럼 바다를 날아다니는 듯하다.      


나를 벌떡 일으키고

눈을 반짝이게 하는

찰나의 감각


그래 역시 사람은 먹기 위해 사는 거야.    

기도보다

사색보다

더 큰 기쁨

  

밥을 다 먹고도

그릇 아래 자작하게 남은 간장 

짜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안전한 맛

그냥 버릴 수가 없어

밥 한술을 넣어 비벼

한 방울도 남기지 않다.


이상하기도 하

순식간에

바다를 헤엄치고

이 공간과 시간에 없는 엄마를 만나다니

어디에도 없는데

어디에나 있는 엄마를

 

설마,

친구는 요술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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