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모다 May 27. 2021

함께 쓰기,<글로모인사이>비하인드 스토리

      

        함께 쓰기는 함께 살기      


<글로모인사이>의 기획자 스테르담님은 언어 제조가인 듯하다. 주옥같은 말들을 참 많이 풀어내니 말이다. 글쓰기는 삶쓰기, 삶을 관통하는 글, 브런치에는 절망이 있다 등등. 공감 공감하는 말을 들으면서 무릎을 치게 된다. 선한 영향력을 삶의 모토로 글쓰기의 장을 확장하는 가운데 기획한 <글로모인사이>는 8기에 이르렀고 스스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오히려 경험 없는 사람들이 시작하기에 좋은 기회라는 용기에 힘을 얻어 쭈뼛거리며 배가 떠나기 직전에 올라탔다.      



개인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단지 글을 쓰겠다는 공통점으로 모인 일단의 사람들이 함께 주제를 좋고 정해진 시간 안에 각자의 글을 쓰고 공유하고 스스로 퇴고, 탈고하여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삶의 모습이다. 혼자 쓴다면 경험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왜 함께 쓰기가 함께 살기인가 하면 그 과정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남의 글과 비교하는 나      



주제에 관련한 글 작성이 완료되면 공유하여 읽고 서로 격려하게 되어있다. 처음에 글들을 읽으며 열심히 응원하다. 그런데 슬슬 마음이 불편해진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걸까? 주눅이 들며 여러 가지 생각을 접한다. 내가 쓴 글이 너무 고리타분한가? 젊은 사람들과 너무 결이 다른가? 내 생각을 누가 공감할까?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러다 그 생각들이 괴물이 되어 나를 압도하면 더는 글을 쓸 수가 없게 된다. 배를 탄 것을 후회하며 다가오는 마감시간만 야속해진다. 그러다 스스로 다짐했다. 그래, 내 글을 쓰자. 누가 뭐라 하든,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나는 나답게 쓰자. 그래서 당분간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지 않고 내 글에만 몰두했다. 적어도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머리로는 각 사람이 다 다르지 뭐. 왜 비교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비교한다. 많은 사람들의 글이 브런치 메인에 떴다 하는 기쁜 소식이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추락이 된다. 도대체 이 마음의 시소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고민의 과정에 주제로 주어진 수치심에 관한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 오랜 정서의 숙제를 대면해 보았다. 타인과의 비교에서 자랑과 부끄러움이 생기는 과정을 보았다. 그리고 그 비교의 중심에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기준이 있음을 보았다. 결코 진리라고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상대적인 기준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냉정하게 보고 나니 마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맞아! 내가 왜 남과 비교하지? 남들은 남들의 인생이 있고 나는 나의 인생이지. 난 어제의 나와 비교해야지!          



       마감시간 앞에서 지질한 나       



퇴고 3차 이전까지는 전체 글을 덮을 수 있으나 3차는 부분 수정이라고 했다. 몇 번을 보아온 글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정지된 머리에 고칠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마감 몇 시간 전 마지막 확인단계에서 갑자기 글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지우고 순서를 바꾸고 내용을 첨가하다 보니 범위가 너무 커져버렸다. 아! 어떻게 하지? 컴퓨터 자판으로 부분 수정하는데 익숙하지 않아 아예 고쳐야 할 부분을 전체 붉은 글씨로 수정한 채 작업을 하던 차였다. 다가오는 마감 시간 앞에 판단력은 마비되고 엎지른 물을 주워 담기에도 그대로 두기도 난감한 상황 속에 미안함을 무릅쓰고 범위가 커져버린 수정 원고를 업로드했다. 아니나 다를까 최종안이 예정일 정보다 늦어지고 있었다.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나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긴 건 아닐까?      



마감 전에 사정을 솔직히 말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다. 첫 번째 책에 대한 부담 그리고 아무리 변명을 해도 결국 전체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데서 생긴 나의 흑역사가 되고 말았다. 며칠을 스스로가 만든 감옥의 형벌에 고통스러웠다. 나의 허물을 인정하고 사과를 할 것인가 아니면 여러 가지 핑계로 나를 합리화할 것인가? 용기를 내어 기획팀에게 사과를 전했다. 그런데 오히려 질책 대신 나의 마음을 더 헤아리며 지지해주셨다.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라고 인쇄 들어가기 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주겠다는 답변을 주셨다. 그만 왈칵 눈물이 났다.


      

이렇듯 함께 쓰기에는  삶을 사는 모습이 그대로 들어간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 발동한 나의 이기심을 목격했다. 나의 허물을 감추고 변명하고 싶어 하는 나를 보았다. 그 나를 인정하는데 까지 가는 마음의 거리는 가깝지 않았다. 건너는 고통을 지나 지질한 내 모습을 인정하고 나서야 나는 감옥에서 풀려났다. 그 누구도 가둬두지 않고 스스로 가둔 마음의 감옥에서.      



   꼴찌는 싫어요

     

글이 완성되고 초안 본이 나왔다. 7기, 8기 중에서 나는 순서상 8기 마지막에 배치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아닌 나는 그렇지 않아도 자격지심을 갖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배치된 것에 대해 내 방식의 해석을 하며 불편했다. 아… 내 글은 아무래도 아닌가 보다. 제일 못난 글인가 보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니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한참을 혼자 속앓이를 했다. 그때 알았다. 내가 얼마나 줄 세우기에 익숙해져 있는지.. 글에 꼴찌가 어디 있는가? 꼴찌도 없지만 어떤 기준에 따른 꼴찌가 있다손 치더라도 꼴찌면 어떤가? 꼴찌를 받아들이니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 꼴찌라도 괜찮아. 그래도 난 나를 응원해. 


          

함께 쓰기가 함께 살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열거하기 부족한 많은 경험들은 보물 같은 기회였다. 글쓰기를 너머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것에 덤으로 나의 분신인 글이 책으로 나왔다. 과정과 결과 모두가 열매이다. 글을 쓰는 것과 관련해서 어떤 도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히 함께 쓰기, 특히 책 출판을 목표로 하는 함께 쓰기의 장에 참여해보기를 권한다. 단시간에 꽤 진한 스토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오늘받은 따끈따끈한 나의 첫 책 <글로모인사이>

작가의 이전글 평가의 노예, 그 불안한 시대를 사는 우리를 위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