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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May 28. 2021

엄마에 대한 오해

엄마는 밥하는 게 늘 즐거운 줄 알았다

     


어려운 요리도 뚝딱  잘하시던 엄마는 부엌일이 늘 즐거운 줄 알았다. 

말린 가자미조림의 뼈를 발라 우리 세 남매의 밥 위에 올려주시고 당신은 드시지 않던 엄마는 가자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 줄 알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느새 그 무거운 가구 위치가 바뀌어 있는 걸 보고 엄마는 힘이 센 줄 알았다. 

가족 뒷바라지하느라 거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엄마는 답답하지 않은 줄 알았다. 

엄마의 꿈 그런 건 없는 줄 알았다.  

친구들과 밖에 나가서 깔깔거리며 노는 걸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 

아침이면 꼭 먼저 일어나셔서 밥을 챙겨주시고 도시락까지 싸주시던 엄마는 새벽잠이 없는 줄 알았다. 

엄마는 00 엄마 말고 다른 이름은 필요 없는 줄 알았다.          


       



엄마!

왜 그렇게 즐거운 부엌일을 

나한테는 가르치지 않았나요? 

왜 나한테는 엄마처럼 살지 말고 

자신의 직업을 가지라고 했나요? 



직업을 가졌어요

결혼도 했고 아이도 셋이나 낳았어요 

가정 직장 정신없이 오가며 열심히 살았어요

아이들도 다 컸고요      


근데 이젠 

습관처럼 드나들던 부엌에 들어가기가 싫어요 

밥하기 싫어요 

내가 이상한 건가요?  

엄마도 그랬나요?     


이젠 

나도 엄마가 해주던 밥이 먹고 싶어요 

내가 하는 밥 말고 

누군가 차려주는 밥 말이에요 


그래서 식당 다니면서 사 먹었어요 

아..  

그냥 먹이 같은 느낌 드는 

영혼 없는 음식을 먹기도 했어요. 

엄마 맛 느껴지는 음식 그리워요.       




우후죽순 생기는 카페들 틈에 

보기 드문 동네 전통찻집에 들렀다.

며칠 목이 칼칼하고 몸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몸에 좋은 뭘 좀 먹어야겠다.      


주인장이 직접 몇 시간 달여 걸러낸 

두꺼운 다기에 담긴 진한 대추차

앗, 뜨거워!

한 숟가락 뜨는데 입천정이 데었다.


혀와 입천정이 화끈거리는데도

곁들여 나온 따뜻한 가래떡 한 조각 꿀에 찍어 

화알짝 아이처럼 먹었다. 

   

대추차를 마시며 

엄마가 엄마 생각이 났다.    

나는 잠시 엄마 휴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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