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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Apr 22. 2022

그리그(Grieg), 북유럽의 정서로

홀베르그 모음곡


 

작곡가 그리그(Grieg)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날까? 가장 익숙한 곡은 솔베이지의 노래가 아닐까 싶다. 혹 작곡가가 누구인지 몰라도 우리 귀에 꽤 익숙한 노래이다. 북유럽의 음악이지만 지구의 아주 멀리 떨어진 곳 한국인의 정서에도 감동을 주는 곡이다. 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언젠가 보고 아주 감명 깊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것은 노래하는 북유럽의 소녀 시셀 슈샤바 때문이었다. 처음 본 소녀의 노래를 듣고 바로 빨려 드는 느낌이었다. 북유럽풍의 옷을 입고 나온 앳된 수줍은 소녀에게서 어찌 그런 깊은 감성이 표현되는지? 그 소녀는 잘 자라 지금까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크로스오버 가수로 활약하고 있다. 몇 년 전 한국에 방문하기도 했다.     


<솔베이지의 노래>와 함께, 그리그의 음악으로 들어가 본다.   


1. 페르귄트 모음곡 중 솔베이지 노래    

  

<솔베이지 노래>는  <인형의 집>으로 널리 알려진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릭 입센의 위촉을 받고 작곡한 페르귄트 모음곡에 수록되어 있다. 노르웨이 민속설화를 소재로 해서 구성된 곡 페르귄트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 페르귄트가 돈과 모험을 찾아 떠돌다 빈털터리가 되어 병들고 비참한 모습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애인 솔베이지의 품에 안겨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죽어가는 페르귄트에게 마지막에 솔베이지가 부르는 노래이다.     


솔베이지의 노래. 시셀 슈샤바(Sissel Kyrkjeb)



Solveig's Song     

 

The winter may pass

and the spring disappear

and the spring disappear

the summer too will vanish

and then the year

and then the year

but this I know for certain

that you'll come back again

that you'll come back again

and even as I promised

You'll find me waiting then

You'll find me waiting then      

그 겨울이 가고

또 봄이 가고

또 봄이 가고

여름도 역시 덧없이 사라지고

해가 바뀌고

또 해가 바뀌어요

아. 그러나 나는 분명히 알아요

내 님이 돌아오실 것을

다시 오실 것을

내 님이 다시 돌아오실 것을

그래서 내가 약속한 대로

내 님은 기다리는 나를 찾아오실 것이에요

그래요, 내가 약속한 대로

내 님을 기다리는 나를 찾아오실 것이에요      


세상의 이야기들은 닮아있다.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비슷한 이야기들의 다양한 버전이 연상된다. 이 이야기를 소재로 많은 예술가들이 작품으로 녹여냈다. 가장 쉽게는 성경 속의 돌아온 탕자 이야기가 떠오른다. 노랫말처럼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애인에 대한 절개를 지키며 끝까지 기다리는 솔베이지 입장에서의 관점도 있지만, 반대로 만신창이가 되어 방황하더라도 결국 돌아갈 고향의 품이 있다는 페르귄트의 관점으로도 볼 수 있겠다. 시대와 공간이 달라도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흐르는 정서가 있는 셈이다.  기다려주는 그 무엇, 고향 같은 것. 사람들은 그것을 갈망한다.



2. 홀베르그 모음곡    

  

노르웨이의 쇼팽이라 불릴 정도로 피아노곡을 많이 썼으며, 실내악, 관현악, 합창곡, 가곡 등에서도 성과를 보인 그리그는 소품을 많이 썼다. 긴 호흡의 오케스트라 곡 보다 호흡이 길지 않은 곡들이라 조금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으면서도 각 곡마다의 색깔과 깊이가 있어 추천하고 싶다.      


그리그는 41세인 1884년에 [홀베르그 모음곡 /Grieg, Holberg Suite, Op. 40]을 피아노 소품집으로 작곡했고 다음 해에 현악합주용으로 편곡했다. 루드비히 홀베르그 남작(Baron Ludvig Holberg, 1684~1754)은 ‘덴마크와 노르웨이 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되는 인문-계몽주의 작가, 철학자, 역사가였다.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를 위해 만든 곡으로 초연은 1884년 12월, 베르겐 광장에 세워진 홀베르그 기념상 앞에서 그리그 자신의 지휘로 연주되었고 4일 후에 역시 그리그의 피아노 독주로 이루어졌다.  


한 개인을 생각하며 음악을 바친다는 건 참 영광스러운 일이다. 물론 이 곡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작곡가에게 의뢰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작곡가들은 개인적인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글이나 그림이나 어떤 작품으로 기념물을 남기듯 남겨진 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고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그 울림이 진할수록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되풀이되는 것 같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부르는 노래가 이렇게 공기 속에 살아남아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Grieg, Holberg Suite, Op. 40  Netherlands Chamber Orchestra



홀베르그 모음곡은 모두 5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전주곡(Praeludium) -활달한 토카타 풍의 도입 곡으로 마치 말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느낌의 시작으로 상쾌한 율동감을 전달한다.

2. 사라방드(Sarabande) -스페인에서 유래한 3박자 계열의 느린 춤곡인 사라방드에서 깊으면서도 섬세한 북유럽풍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3. 가보트와 뮈제트(Gavotte et Musette)- 가보트는 프로방스 지방에서 유래한 보통 빠르기의 2박자 춤곡이고, 뮈제트는 긴 드론을 가진 3박자의 춤곡이다. 경쾌한 춤곡으로 노르웨이 민요풍의 경쾌함을 드러낸다.

4. 에르(Air)     

에르(에어, 아리아)는 선율적 성격이 강한 완만한 템포의 단순한 가곡이나 기악곡을 가리키는데, ‘종교적으로’라는 지시어가 붙은 그리그의 에르는 그리그 특유의 우수 어린 북유럽적 정서를 물씬 풍긴다. 한국인이 들어도 깊은 공감대를 느낄 정도로 매력적인 울림이 있는 곡이다.  

 5. 리고동(Rigaudon)

리고동은 프로방스에서 유래한 2박자 계열의 경쾌한 춤곡으로, 루이 13세 시대 이래 프랑스 궁정에서 유행했다.       

    

피아노곡으로 들어도 색다른 느낌이다.


E.Grieg, Holber suite, op 40. Piano: Torhild Fimreite



3. 그대를 사랑해  (Ich liebe dich)  


사촌동생이었던 니나를 생각하며 쓴 곡이 가곡 '그대를 사랑해 ‘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베토벤의 '그대를 사랑해'가 아니다. 1867년에는 니나와 결혼했으며, 이후 니나는 반려자로서 그리그를 충실하게 보살폈을 뿐만 아니라 성악가로서도 남편의 작품을 꾸준히 노래했다.   

  

그리그와 니나

Ich liebe dich / Nocolai Gedda


그대를 사랑해


그대는 나의 생각, 나의 생명, 내 맘속의 영원한 기쁨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리

사랑하오 그대를 영원히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리

사랑하오 그대를 영원히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오

그대의 행복은 나의 것      


담백한 피아노 반주에 흘러나오는 니콜라이 겔다의 목소리. 사랑고백의 곡으로 사용하면 성공률 100% 예감이다. 사랑고백의 가사는 딱히 다른 말이 필요 없는 것 같다. 늘 나오는 가사인데 늘 새롭다.     






<音과 함께> 매거진의 문을 드디어 열었습니다. 이전부터 생각을 해 두고 어떻게 시작을 열지 감이 잡히지 않아 항상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음을 사랑하지만, 뭐 명함을 내세울 입장이 아니어서 이지요.     

 

그래도 이상한 것은 운명 같은 만남처럼 음악은 늘 제 삶의 어디선가 맴돌고 있었습니다. 바쁜 시절 중에도 늘 어디선가 나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바쁜 숨을 몰아쉬고, 이제 한 템포 속도를 늦추니 이제 조금 가까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씩 저의 음악과의 인연을 소개드리겠지만, 거두절미하고 오늘 처음으로 음악 관련 글을 쓰게 된 것은 제가 인연 하는 오케스트라 활동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활동이 중단되었다 조금씩 활동이 열리기 시작하는 가운데 모처럼 작은 연주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동네 오케스트라이고 인근에서 진행되는 음악의 장에 참석하는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침 새롭게 여는 도서관 개관식에 초청받은 연주회 연습 중입니다. 연주하게 될 곡 중의 하나가 홀베르그 모음곡 중의 서곡입니다. 도서관의 시작이 서곡 같은 활기참으로 열리기를 비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音과 함께>는 또 어떻게 진행될지 저도 궁금한 가운데 일단 문을 빼곡 열어보았습니다.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곡들 참 아름다운 곡이 많네요. 무엇보다 소품 위주라 음악을 알고 싶고 시작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런 소품들 중심으로 시작하면 조금씩 귀를 열어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또 다른 소리, 音을 樂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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