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은 나의 힘, 방송대 직장병행하게 된 이유

IT 하려면 전공자여야 하는 거예요? 응, 아니야.

by H 에이치

2024년에 결심하고 실행한 일이 있다. 바로 방송대 편입학. 2024년부터 2025년까지 2년간의 직장-방송대 병행 끝에 4학기, 67학점을 이수하고 졸업하게 되었다. 편입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다시 정리해보고 앞으론 뭘 해야 할 지 고민해보려고 한다. 새해 목표로 자기개발이나 공부를 고려하고 있는 직장인분들께 스리슬쩍 방송대 편입학을 추천하고 싶기도 했다.


내가 방송대 편입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IT 직무 전환으로 인한 열등감


Pixabay님의 사진

나는 외국어를 전공했다. 전공 언어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쏟아서 최고의 아웃풋을 성취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나니 통번역사의 길은 내 역량이나 성상과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커리어는 국제협력에서 쌓기 시작했다. 외국어를 사용하는 일 중에 가장 다이내믹하고 성취감이 높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20개국 이상을 돌아다니며 출장으로 몸이 지쳐갈 쯤 전직을 준비하고 실행했다.


그렇게 7년차에 데이터 컨설턴트로 전직해서 IT 세계에 경력직으로 뚝 떨어졌다. 당장 필요한 건 SQL과 데이터 모델링 지식이였으나 이건 막막하지 않았다. SQL은 외국어보다 100배는 쉬웠고, 데이터 모델링은 글쓰기와 비슷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개발 관련 지식이 크게 부족함을 느꼈다.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들 전공자이거나 IT 일을 커리어 내내 해온 사람들일 터였다. 내가 후발주자인데다가 비전공자라는 점이 큰 결함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개발에 대한 전반적인 배경 지식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더 관심 있는 통계데이터과학과에 입학하되 주어진 교양과목 수강 학점은 컴퓨터과학과 수업을 수강하는 식으로 개발 지식을 습득하기로 했다. 실제로 통계데이터과학 과목을 39학점, 컴퓨터과학과 과목을 21학점, 교양을 7과목 들었다.


대학원 진학 준비


Pavel Danilyuk의 사진 recreated by Google Gemini, Nano Banana

10년째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과업이다. 하도 주변에 조언을 많이 구해서 이제 모든 지인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그 정도면 그냥 석사 하라고. 10년간 석사 노래를 불렀더니 다들 질려버렸는지. 그러나 개중엔 실용적인 조언을 해주는 지인도 있었다. 내 학위를 되물으며 "문학사"라면 이공계 대학원에 지원할 자격이 안 될 수 있으니 입학 신청 자격을 확인해보라는 조언이었다. 실제 유럽 에라스무스 과정이나 미국 대학의 경우 이공계 대학원 지원을 위해서 이공계 학사 또는 필수 교과목 이수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나는 대학원을 진학한다면 이공계에 지원할 것이므로 내 문학사 학위는 부족함이 있었다.


사실 냉철하게 보면, 현재의 나에게 석사 학위가 더 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나는 이미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대학원에서 기를 수 있는 것은 업무 전문성과는 결이 다르다. 따지자면 대학원에서는 스스로 연구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현장 업무의 전문성은 현장에서의 야근과 혼자 하는 공부로 키워야 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택지를 넓혀두는 게 좋다고 결론 내렸고, 대학원 진학을 하나의 옵션으로 두기 위해 일단 방송대 편입학을 했다.


심심과 산만


Kris Møklebust의 사진 recreated by Google Gemini, Nano Banana

나는 뭔가 목표가 없으면 안절부절 허전해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여러 목표가 있어야 한다. 하나의 목표에 집중해서 전력으로 투구하는 일편단심의 마음의 사람이 아니다. 하나의 목표에 매달려서는 심심하잖아. 게다가 금방 지루해지고 지친다. 그래서 다방면에 여러 목표를 세워놓고 이거 했다 저거 했다 목표를 넘나들며 부산을 떠는 편이다.


방송대 통계데이터과학과 입학은 공부 목표 여럿 중 하나였다. 공부 목표에는 SQLP도 있었고, 데이터 모델링 스터디도 있었다. 방송대, SQLP 취득, 데이터 모델링 스터디까지 세 개의 공부 목표가 있었던 셈이다. 세 가지 목표를 세우면 그 중 몇 개는 완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나를 완벽히 해내는 것보다 여러개를 평균 이상 해내는 게 훨씬 쉽고 수월하다. 하나짜리 100점보다 세 개의 70점을 노린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세 가지를 다 75점 이상 해낸듯하다. (SQLP 취득 관련 글 ⇒ SQLP 합격! DA로 일하려면 SQL 잘 해야지..) 산만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랄까. 산만하면 산만한대로 살아갈 수가 있지. (정호승의 시 <산산조각> 오마주다.) 나의 산만력에 박수를...


그래서 직장병행으로 방송대 다녀보니 어땠냐고? 할만 했다. 야근이 많아지기 전까지는.

다음에서는 방송대를 다니면서 느꼈던 점들에 대해서 써보고 싶다.



References

Pavel Danilyuk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7944064/

Pixabay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255514/

Kris Møklebust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16759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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